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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Wars

[아버님루크] 사이

by RAYO. 2018. 2. 11.
5와 6 사이 짧은 시간동안 루크가 아버님 곁에 머물렀다면 어떨까. 두 사람이 함께 지내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루크는 아버님을 닮아가고, 아버님은 루크에게 감화되지 않았을지.

레아보다 먼저 아버님이 루크를 발견해, 무기도 없이 지칠 대로 지친 그를 시퀄에서 카일로가 그랬듯 기절시킨 후 소중히 안아 데려가는 걸로. 눈을 뜨고 상황을 파악한 루크는 반란군 정보를 실토하라, 전향하라며 고문당할 거라 여기지만 예상과 달리 아버님은 루크를 황제에게 데려가지도, 가혹하게 심문하지도 않은 채 방에서 편히 지내게 해 주었으면. 루크의 존재는 아버님만이 아는 비밀이었고 베이더 경은 바빴으므로 그가 루크를 종일 살뜰하게 보살핀 건 아니었지만, 따뜻한 식사를 가져다 주고 상처도 손수 치료해 주겠지. 이제까지 적이었던 데다 다스 베이더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으므로 처음에 루크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만, 포스를 통해 그가 자신의 혈육이 맞으며 지금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적의나 어떤 속셈이 없음을 느껴 식사와 치료 등을 일단 받아들였으면.

베이더 경의 개인 공간은 넓었기에 그가 없는 동안 루크는 시찰 겸 재활 겸 그곳을 돌아다니는데, 정말로 사적인 공간이라 제국군의 정보도, 무기나 외부와 통신할 만한 설비도 발견하지 못하고. 일차적인 탈출의 실마리가 없는 데 낙담하면서도 루크는 포기하지 않고, 일과 시간 중 대부분 베이더가 자리를 비우는 데다 그곳에서 딱히 할 일도 없어 탐색을 계속하겠지. 그러던 어느 날 설비 문제로 함선이 크게 흔들리는데,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던 루크가 중심을 잃고 넘어지려는 걸 때마침 돌아온 아버님이 붙잡아 줬으면 좋겠다. 순간 루크는 크게 움찔하고(폭력의 기억은 강렬한 법이다) 아버님은 루크가 자신을 뿌리칠 거라 생각하지만, 몸이 닿았을 때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어떤 감정이 밀려와 그대로 루크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 사람이 정말로 내 아버지라는 실감, 그리고 내가 위험에 빠졌을 때 이 사람이 나를 도와줄 거라는 확신과도 같은 예감이 루크를 스쳤다. 베이더의 품에 안기다시피 한 채 얼떨떨하게 있던 루크는 어색하게 고마워요. …아버지. 하고는 몸을 뗐다. 가면 너머의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천만에. 대꾸하거나, 조심하거라. 타이르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필요 최소한의 대화나 접촉 외에는 어색한 침묵과 거리를 유지하던 두 사람 사이에 대화가 시작된 것이 이날부터였다. 루크는 아버지가 기계 공작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방 한편에 놓인 각양각색의 기계장치들은 살상과는 관계가 없는 순수한 공작품이었다. 그는 타투인에서 만난 수다스러운 친구 C3PO가 아나킨 스카이워커 소년의 작품임을 알게 되었다. 모래 대지에 관해, 그곳을 박차고 처음 하늘을 향해 비행했던 날에 관해 그들은 이야기했다. 루크는 척박한 땅의 추수절이 어떠했는지 말했고, 그가 밟아본 일이 없는 풍요로운 대지가 어떤 것인지를 들었다. 그곳의 이름은 나부라고 했다. 반란군이나 제국군, 제다이나 시스에 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 시간, 이 공간을 이루는 경계선과도 같았다. 이야기하는 순간 지금 이곳이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할 것임을 루크는 직감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네게 검식을 가르치고 싶구나. 제가, 시스가 되면요? 아직은 미숙하지만, 가르침을 받으면 성장할 게다. 그럼 아버지가 가르쳐 주세요. 데고바의 두 번째 제다이 마스터로서요. 장난스레 루크가 덧붙였다. 물론 데고바가 아니어도 좋아요. 파일럿으로선 가고 싶지 않은 곳이거든요. 기체가 엉망이 된다구요. 의외로 익살맞은 구석이 있어 때때로 그를 놀라게 했던 아버지가 이번에는 대답이 없었다. 그렇게 되지는… 못하겠구나. 어렵게 나온 거절의 답에 루크는 농을 그만두고 가면을 똑바로 올려다 보았다. 가면에 가려 표정은 보이지 않았으나 되지 않음이 아니라 되지 못함을, 그 차이를 루크는 읽어낼 수 있었다. 그렇게 될 거예요. 마지막 말은 입밖에 내지 않은 채 루크는 아버지에게 기댔다. 이별이 다가오고 있었다.


EP6 루크의 검은 옷은 이때 아버님이 준 거면 좋겠다. 입고 왔던 옷은 피투성이에 찢어진 채였기에 쓰레기장으로 직행했고, 이후에는 환자복을 입었는데 루크가 어느 정도 회복하자 아버님이 검은 옷을 내밀 것이다. 루크의 오른손은 상처만 처치했을 뿐 의수를 달지 않은 상태라 혼자 옷을 입기는 어려워 아버님이 손수 입혀 주겠지. 아버지가 제다이였을 때 이런 차림이었을까, 생각하는 루크. (결과적으로는 정답이었다.) 루크는 떠나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했고, 아버님도 그걸 알았을 것이다. 아버지를 떠나려는 게 아니라고, 다시 돌아와 아버지 옆에 서기 위해 잠시 가는 것뿐이라는 호소에 결국 루크의 탈출을 묵인하는 아버님이 보고 싶다. 경로는 루크가 자력으로 찾았고 아버님이 마중을 나가지도 않겠지. 표면상 아버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루크가 도주했다고 치는 것. 제국 함선을 빠져나가 광속으로 진입하는 전투기를 아버님이 묵묵히 지켜봤으면 좋겠다. 그 후 전개는 E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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