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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Wars

SW

by RAYO. 2018. 1. 27.
최종 업데이트 2018. 06. 22

95. 아나루크

오메가버스로, 어른이 되면 아버지가 저를 바라봐 줄까 싶은데 어른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사춘기 소년의 불 같은 사랑에 비하면 너무 길고, 느리고, 답답해서. 속만 태우다가 드디어 형질이 발현하던 날. 알파인 아버지와 짝을 이룰 수 있는 오메가임에 기뻐하며. 아이의 머리는 아버지의 가슴께에 겨우 닿았어. 달아오른 얼굴을 아버지의 가슴팍에 부비며, 막 발현해 미약한 향을 그곳에 남기려 필사적이었지. 색색대는 아들을 아나킨은 말없이 안아들어 침대에 뉘여 주었어. 첫경험에 대한 기대와 흥분이 반, 긴장과 불안이 반으로 올려다보는 루크에게 아나킨은 그저, 곧 약을 가져올 테니 조금만 참고 기다리라고 말했지. 열 오른 뺨을 쓸어내리는 손길이 자상했어. 서늘한 감촉이었지. 어리고 여린 아이의 손가락이 제게 닿은 아버지의 커다란 손을 붙들었어. 루크는 도리질을 쳤지. 이제까지 참고 기다렸는걸. 가지 마세요. 곁에 있어주세요, 아버지- 어느새 울음이 차오른 소년의 눈가에 아나킨은 입을 맞췄어. 뜨거운 눈시울에 내리는 서느런 키스. 이 순간만큼은 눈물이 달콤하기를- 루크는 소망했지. 알파와 오메가처럼, 어른과 아이처럼. 서로 다른 아나킨의 양손이 아들의 얼굴을 감쌌어. 가까워지는 두 사람, 입술이 맞닿는 순간, 알싸하게 번지는 알파향- 그것을 마지막으로 소년의 의식은 끊어졌지. 알파가 주는 자극을 감당하기에는 오메가로 갓 발현한 몸이 너무 약해서, 까무러치고 만 거야. 이때 처음으로 사정했다는 사실을 루크는 한참 뒤에야 알게 돼.‬

94.

C-3PO의 디자인은 SF 영화 <메트로폴리스>(프리츠 랑, 1927)에 등장하는 '기계인간'에서 유래했다. 기계인간과 3PO 모두 친근한 인상은 아닌데, 3PO가 개그 캐릭터인 것과 달리 기계인간은 광기 어린 모습을 보여준다.

93.

“이 광대한 우주, 무한한 시간 속에서
당신과 같은 시간, 같은 행성 위에 살아간다는 것을 기뻐하며” (칼 세이건, 코스모스)

스페이스 오페라의 낭만 같은 글귀다. 젊은 제다이 기사 아나킨도 떠오르는데, 제다이라면 임무로 우주를 돌아다니고 또 명상을 하면서 우주와 시간의 신비를 생각하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그 신비를 한 사람- 그의 연인에 대한 사랑과 연관지은 이는 아나킨뿐이었을 테지만.

92. 베이더루크

베이더루크는 서로를 동경하고 원하는 점이 좋다. 공통적으로는 가족을 원했고, 루크는 제다이였던 아버지의 활약과 힘을, 베이더는 어둠 속의 빛, 절망 속의 새로운 그리고 유일한 희망으로서 자신의 아들을 동경하고 갈망했다.

두 사람의 생각이 달랐기에 서로의 존재를 인식한 후에도 그들은 대립해야 했으며 둘 중 누구도 EP6의 결말을 예상하지는 못했겠지만, 둘이 함께해야 완전함을 무의식 중에 알고 서로 끌렸던 것처럼도 보인다. 두 사람이 떨어져 있을 때도 포스로는 연결되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서로에 대한 이들의 동경과 끌림은 균형의 달성을 향한 포스의 의지라고 볼 수도 있겠다.

우주의 의지로 이어진 부자, 포스가 쉬핑하는 커플 베이더루크・아나루크 파셔야 합니다(종교 권유 같다

91. 아나루크

훈련 마치고 힘들어하는 루크 마사지해 준다며 엎드리게 해 놓고 올라탔다가 몸에 닿는 손길에 분위기 야릇해져서 그대로 하는 아나루크. 올라탄 아나킨의 체격이 더 크고 훈련 직후라 루크의 허리, 아나킨이 올라탄 엉덩이 그리고 꽉 잡은 어깨를 걱정하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두 사람이 보고 싶다.

90.

웹툰 <쿠베라> 3부 61화
>맞아. 지금 인간계에서 저 놈이 날뛰면 제압할만한 놈도 없지 않아?
<내 아들 있어.
>아버지는 아들을 과대평가하곤 하지.
<아들도 없는 놈이 헛소릴 하는군…

>지금 상황을 해결할 만한 사람도 없지 않니.
<제 아들 있어요.
>아버지는 아들을 과대평가하곤 하지.
<아들도 없는 분이 그런 말씀 마세요.

시퀄 시점 포스 영 오비완, 요다와 아나킨이 이런 대화를 하지 않을까 싶어 약간 바꿔 봤다. 팔불출 애비 아나킨ㅋㅋㅋ

89.

루크의 옅은 하늘색 눈동자는 새벽 하늘을 닮았다. 새벽은 어둠이 걷히고 빛이 비추는 때임을 생각하면 암흑의 시대 속 새로운 희망에 어울리는 색이다.

88.

아르키메데스는 움직이지 않는 한 점만 주어진다면, 그 점을 받침점 삼아 지렛대로 지구를 들어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서 아르키메데스의 점이라는 비유가 생겨났는데, 움직일 수 없는 확실한 지식의 기초, 모든 것을 떠받치는 근본 토대를 가리킨다.

아나킨(베이더)과 루크의 관계는 아르키메데스의 점과 닮았다. 아나킨에게는 힘이 있다. 선택받은 자로서 스스로 제어하지 못할 만큼 큰 힘이. 그러나 힘만으로는 지구를 들 수 없다. 움직이지 않는 받침점, 그를 지지하고 믿어줄 이가 필요한 것이다. 한편 루크는 아버지와 그가 가진 선에 대한 믿음, 다크 사이드의 유혹을 떨쳐내는 굳은 의지를 지녔으나 황제를 쓰러뜨릴 힘은 부족했다. 두 사람은 함께함으로써 비로소 지구를 들 수 있었다- 제국을 무너뜨리고 은하에 평화를, 포스에 균형을 가져온 것이다.

87. 베이더루크

루크를 제압하고 지배하기 위해 범하는 베이더와 죽어도 굴복 않겠다고 반항하는 루크가 보고 싶다. 후배위로 교미하는 짐승처럼 박아대는 것도 굴욕적일 테고, 지금 널 안는 사람이 누군지 똑똑히 새기라는 의미에서 정상위로 거칠게 허릿짓하는 것도 좋다. 거구로 루크를 꽉 누른 채 뒤를 풀어주지도 않고 전희도 없이. 루크는 힘으로 베이더를 이기지는 못해도, 친아들과 살을 섞는 아버지를 경멸하며 신랄하게 비난하겠지. 벤 케노비에게 검식 대신 입 터는 걸 배우고 레아의 단호함을 닮아서. 아내를 죽이고 스승을 죽이고 이제는 아들을 강간하는군요. 주변 사람을 죄다 파멸시키지 못해 안달난 사람처럼. 사람도 아니지, 그런 건 괴물에 불과해요. 파멸을 불러오는 괴물. 황제를 쓰러뜨려서 은하를 지배하겠다고요? 당신의 은하에 지배할 거라곤 아무 것도 없을 거예요. 당신이 모조리 파괴했을 테니. 그 말에 격노한 베이더가 포스 초크를 걸자 목이 졸려 컥컥대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겠지. 당신은 날 죽이지 못해요. 죽음이 나를 두렵게 할 수도 없고요. 가족을, 혈육을 원하잖아요? 당신 손으로 죽게 만들진 못하죠. 내 말이 틀렸다면 어디 그 손으로 목 졸라 죽여 보세요, 아버지! 누이 레아가 그랬듯 불굴의 반란군 정신으로 굴복하지 않는 루크도 좋지만, 계속되는 폭력에 마침내 꺾이고 마는 것도 보고 싶다. 처음에는 신음도 살이 찢기는 고통도 이를 악물고 참아 내다가, 결국은 억지로 벌려진 여린 다리 사이로 멈추지 않는 과격한 추삽질에 아파, 아파요, 아버지… 라는 말만 겨우 하며 펑펑 우는데. 사리분간도 못하는 채로 이제까지 저를 범한 아버지가 유일한 안식처라도 되는 양 애원하며 매달릴 것 같다. 그제서야 베이더는 행위를 멈춘 뒤 눈물을 닦아주며 다독이고. 벌벌 떨던 루크는 차가운 기계 갑주에 발개진 뺨을 부비며 베이더를 꼭 붙든 채 그 품 안에서 잠들겠지. 그 후 루크는 순종적으로 변해 베이더가 명하면 순순히 다리를 벌리고, 제 아버지의 폭력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아 그에게 안길 때면 다정하게 해 달라며 어리광 부렸으면 좋겠다. 섹스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고통만은 트라우마로 남아 쾌락을 느끼려고 필사적이겠지. 병든 어린아이의 정신을 가진 채 창부처럼 구는 아들의 몸을 죄책감도 없이 집요하게 탐하는 베이더가 보고 싶다.

86.

아나킨/베이더의 많은 행적이 모순적인 점을 좋아한다. 제다이 기사/시스 로드, 굉장한 애착을 보이면서 한편으로 분노와 광기, 잔혹함을 가진 점. 클래식에서 루크를 대할 때는 제국군에 탄소냉동에 현상금 사냥꾼을 동원하고 손목을 잘라서까지 강압적으로 데려가려 하는가 하면, 더 저항할 힘도 없는 루크가 자신을 거부하고 추락하는 건 잡지 못한 게 아니라 그러지 않은 걸로 추측되며 직후 포스 연결로 자신에게 올 것을 애절하게 청한다. 또 황제에게 루크가 자신을 찾아올지 묻기도 하는데, 앞의 강압적인 조치들과 모순되게도 베이더는 루크가 자발적으로 자신에게 오기를 바란 걸로 보인다.

이전 트윗에서 인용: “사랑하는 사람 하나를 살리기 위해 수없는 죽음을 가져온” 점, 스스로 사랑하는 이들에게 배신당했다 여겼으면서도 루크로 하여금 자신에게 오기를 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루크가 사랑하는 이들을 배신, 적대하도록 요구한 점도 마찬가지다. 모순적인 행동이 아닐 수 없다.

85.

SW EP3의 사운드트랙 가운데 Order 66 and the Jedi Temple(Jedi Temple March 등으로도 불린다)은 앨범에 수록되지 않았다. EP2의 트랙 The Arena를 거의 재활용한 것이기 때문이라는데, 작중 인상적인 장면을 장엄하게 장식하는 음악이 앨범에서 빠진 게 너무도 아쉽다.

84. <공주, 건달, 그리고 시골 소년>, <제다이가 되고 싶다고?>, <어둠의 힘을 경계하라!>

디즈니 인수 후 아동·청소년용으로 나온 오리지널 트릴로지 소설. 한국어 번역판은 문학수첩에서 출판됐는데 이전에 EP5만 잠깐 보고 트윗했었다. 같은 클래식 컨텐츠인 온고잉 코믹스와 비교하면, 코믹스가 작화는 이슈마다 확확 바뀌어도 스토리 작가는 유지됐던 데 반해 이 소설은 EP마다 작가가 바뀌어서 각 EP가 따로 노는 감이 있다. 스토리 전개는 영화를 따라가므로 분명 전체가 이어지는 이야기인데도 그렇지 않은 것처럼.

EP4는 <공주, 건달, 그리고 시골 소년>이라는 제목인데, 일어나는 사건은 영화와 같지만 구성이 다르다. 먼저 레아 시점으로(1인칭 서술은 아니지만) 우주선이 다스 베이더에게 습격받는 것부터 얼데란 파괴까지 진행하고, 다음은 한 시점으로 술집에서 오비완, 루크와의 만남부터 오비완의 죽음과 데스 스타 탈출까지, 이후 반란군과 합류해 야빈 전투를 거쳐 결말까지는 루크 시점을 취한다. 영화 초반부 타투인에서의 장면(루크가 드로이드 둘과 오비완을 만나고 라스 부부를 잃으면서 타투인을 떠남)을 과감히 생략한 채, 나중에 한-루크, 레아-루크의 대화에서 언급되도록 한 게 신선했다.

주인공으로서 루크의 비중은 다소 줄었지만 주연 트리오의 다른 두 사람을 영화보다 자세하게 표현했다. 영화에서는 마냥 아름답고 강한, 루크가 동경하는 공주님이었던 레아가 살아있는 코스믹 호러를 마주하고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꿋꿋이 대항하는 모습이 입체감 있게 묘사된다. 베이더의 심문을 이겨내는 장면에서 레아가 어릴 때부터 심문에 대처하는 훈련을 받았다고 나옴으로써 개연성이 높아졌고(물론 레아는 타고난 포스 센서티브로서도 강하지만), 이외에도 공주로서 레아의 노력, 활약을 볼 수 있다. 한의 경우도 남이야 어찌 되든 상관 않는다는 태도였다가 루크, 레아를 신경쓰게 되고 결국 그들과 함께하기를 택하기까지 심경 변화가 좀더 자세하게 그려진다. 루크의 경우 영화에서 반란군이 처음 보는 루크를 대뜸 데스 스타 파괴 임무에 투입하는 장면에 뒷이야기를 추가해, 시뮬레이션에서 포스를 활용해 최고 기록을 갱신하며 파일럿으로 인정받는 모습이 나온다.

레아가 제국뿐만 아니라 여혐에도 맞서야 했음을 보여주는 서술들. 정의를 추구하고 악에 맞서는 것 외에 스스로의 능력을 발휘해 인정받고자 하는 레아의 면모도 보여 줘서 좋았다.

"그다음부터 레아는 육체적으로 점점 강해지는 짜릿함에 중독되다시피 했다."
레아가 제다이였으면 베이더랑 황제 순삭하고 은하의 평화를 이룩했을 것 같다ㅋㅋㅋ

"그녀의 심장은 결코 꺼지지 않는 별이었다."
고향이 산산조각나고 가장 가까웠던 이들이 떠나가도(EP6,7 사이 벤의 타락, 한의 밀수꾼 복귀, 루크의 은둔) 반란군, 저항군으로 활동을 멈추지 않았던 레아를 잘 나타낸, 찡해지는 대목이다.

"그 양반은 사람들 팔다리가 멀쩡한 꼴을 못 보는 성격 같던데." (그리버스, 베이더:ㅂㄷㅂㄷ
오비완은 R2를 기억하고 있었다.

루크에게 슬쩍 과거를 물었다가 답을 듣고 죄책감을 느끼는 한ㅋㅋㅋ 랭커 똥이 된 것 같다는 표현이 그답다.
루크를 보는 한이 "순진한 꼬맹이가 정신나간 노인네한테 낚여서… 안 되겠다, 내가 챙겨줘야지!" 모드인 거 넘 웃김ㅋㅋㅋㅋㅋ

톰 앵글버거의 EP6은 잠깐 등장하는 캐릭터나 사소한 설정에도 애정을 갖고 생동감을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대단원과 그에 도달하기까지의 부자관계 묘사는 미흡한 느낌이었다. 베이더가 자신의 과거(의 증거)인 루크를 불편하게 여긴다는 투로 서술되는데, 이는 좁게는 결말에서 루크를 위한 베이더의 희생, 넓게는 원작 영화의 많은 묘사와 충돌한다. 베이더가 라이트사이드로 돌아와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황제를 처치하는 바탕은 결국 아들에 대한 사랑이다. 루크가 아버지 안에는 아직 선이 남아 있다고 확언하는 이유도 자신에 대한 그의 사랑을 알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베이더에게 루크의 존재를 벗어나고 싶은 과거쯤으로 설정하며 사랑은 언급하지 않는데, 그래 놓고 막판에 베이더가 어떤 심경 변화를 거쳐 루크를 구하게 되는지는 조금도 써 놓지 않았다. 애초에 대단원의 사건과 모순되는 캐릭터 해석이지만, 굳이 그렇게 밀고 나간다면 심경 변화라도 조리 있게 써 냈어야 했다. 이 소설의 베이더가 사실은 루크를 사랑했지만 자각하지 못했다는 가정도 성립하기 어려운 게, 아나킨은 애착을 제다이답게 다스리지 못해서 탈이었고 파드메에 대한 사랑이 원인으로 타락한 인물이다. 사랑에 죽고 못 사는 인간이 스스로가 품은 사랑을 몰랐다는 건 어색하다.

베이더루크 관계 해석은 마블 온고잉 코믹스의 것이 설득력이 높다. EP5 영화 스크롤 중 "젊은 스카이워커를 찾는 데 집착하는 사악한 다스 베이더 경" 부분이 코믹스에서 자세히 다루어지는데 자신의 과거를, 오비완과 파드메까지도 부정하지만 루크의 손만은 잡고 싶어하는 베이더야말로 EP6의 결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코믹스만큼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원작인 영화도 루크에 대한 베이더의 사랑을 꾸준히 암시하는데, EP5에서 그동안 루크를 찾아다녔으면서(스크롤 내용) 황제가 루크를 언급하자 처음 듣는 척한 것, EP6에서 황제와 대면하기 직전 루크의 설득을 강하게 뿌리치지 못하는 것이 그것이다. 루크가 베이더에게 다른 과거와 마찬가지로 불편한 존재 혹은 애증의 대상이었다면 나오지 못했을 장면들이다.

길어졌는데, 정리하자면 스타워즈 클래식은 꼭 스카이워커 부자에 한정되지 않고 사악한 제국과 그에 대항하는 이들 모두의 우주 전쟁 이야기지만, 제국의 종말을 가져올 황제의 죽음에는 스카이워커 부자 관계, 더 정확하게는 사랑이 열쇠이므로 이를 앵글버거의 소설이 미흡하게 다룬 건 아쉬운 일이다.

제다이들 치고는 혁신적인 발언. 제다이 오더는 이미 몰락했으므로 너무 늦은 감도 있지만. 스카이워커 부자의 제다이이면서 감정을 묻어두지 못하는 성격을 좋아한다. 아나킨의 감정은 적극적이며 격렬하고, 루크는 비교적 얌전한 편인데. 둘 다 제다이 코드의 비인간적인 면과는 거리가 있어서 좋다.

83. 아나루크

현대 AU, 아나킨이 혐성인 게 보고 싶다. 루크를 처음 본 순간부터 끌렸지만 아닌 척, 루크가 들이대도 나이차 등을 이유로 밀어내다 마지못해 받아주는 척하는 아나킨. 아나킨을 따라간답시고 19살 루크가 집 나오고 학교도 그만두는데 어른으로서도 연인으로서 루크를 위해서도 말려야 할 것을 방관하고.

처음엔 아나킨도 루크가 아들인 줄 몰랐는데 나중에 알고서도 루크에게 말 안 했으면. 결국 사실을 안 루크가 어떻게 아들인 걸 알고도 태연하게 살을 섞었냐고 경악하며 떠나려니까 아나킨이 가스라이팅하는 게 보고 싶다. 먼저 들이댄 건 너였고, 나 좋다고 가족이며 친구며 스스로 등져 놓고 이제 와서 네가 갈 데가 있을 것 같냐고. 루크가 돌아가면 삼촌, 이모가 안 받아줄 리 없는데 왜곡하는 것.

결국 제 옆에 주저앉힌 루크에게 내가 좋다며, 안아달라며? 모두 네가 원했던 것들이잖니. 하고 루크가 스스로를 탓하게 만들며 옭아맸으면.

82. 아나루크

모자란 채 조교되며 자란 루크가 우연히 어른의 장난감을 발견했는데, 뭔지는 모르지만 자주 보던 것의 생김새를 닮은 그것을 늘 하던 대로 뒤에 넣어서 갖고 놀다가 아나킨한테 들켜서 혼나는 게 보고 싶다.

루크의 모자람은 후천적인 것으로 어릴 때 아나킨이 계단에서 떨어뜨렸기 때문인데, 자신이 너무 일찍 알아야 했던 더러운 세계를 루크는 영영 모르길 바라서 그런 거였으면. 아나킨은 자신이 생명을 주었고 자신 외에는 알지 못하는 아이야말로 완벽히 순수한 존재라 여기며 갈구하지만, 동시에 아이로 하여금 그의 모든 것을 알기를 원함으로써 손수 욕망을 가르치는 모순적인 결과를 낳겠지.

81. 아나루크

AU로 폭군 황제 아나킨과, 황태자인데 비공식 황후 취급인 루크가 보고 싶다. 아나킨은 새로 황후를 맞으라는 청을 무시한 채, 황후가 갈 자리에 항상 루크를 데리고 다녔어. 정무를 보면서도 예쁘게 차려입힌 아들을 옆에 끼고는 고운 옷 속에 손을 넣어 조물딱댔지. 화룡점정은 밤에 루크의 침소로 드는 거였어. 황제가 새 황후를 맞지 않거나 어리고 예쁜 소년을 끼고 사는 일은 역사적으로 드물지 않았지만, 그 소년이 황제의 친아들인 일은 전무후무할 것이었지. 아나킨은 아내 파드메를 암살로 잃은 뒤 분노에 휩싸여 피의 숙청 후 황위에 올랐어. 때문에 제국 정점의 근친상간에 말세라고 수군대면서도 누구도 나서서 지적하지는 못했지.

80.

코린토1서 13장을 읽으면서(무교인데 취미다) 스타워즈 각 시리즈(혹은 인물)를 연상시키는 구절들이 있었는데,
2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고 모든 신비와 모든 지식을 깨닫고 산을 옮길 수 있는 큰 믿음이 있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 프리퀄, 아나킨->파드메
7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냅니다. : 클래식, 루크->베이더(아나킨)
8 사랑은 언제까지나 스러지지 않습니다. 예언도 없어지고 신령한 언어도 그치고 지식도 없어집니다. : 시퀄

79. 아나루크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소년 아나킨과 또래 루크가 연애하는 게 보고 싶다. 초능력 AU로 아나킨은 강력한 능력자고, 루크는 그런 아나킨의 유전자를 복제・개량해 태어났지만 능력은 아나킨에 약간 못 미치는 걸로. 둘은 능력자들을 관리하는 기관 소속인데 거의 본능적으로 서로 끌리겠지. 까칠한 아나킨이 루크에게만은 애정을 쏟으며 내 아이라 부르는데, 루크도 아나킨에게 끌리고 그를 좋아하지만 때로 그의 과한 집착이 부담스러워.

유전자 개조로 태어난 루크는 신체 유지와 능력 강화를 위해 온갖 약을 복용해야 했는데 어느 날 약통을 열었더니 캡슐 대신 빨간 사탕이 들어있어. 아나킨이 바꿔치기한 거지. 기관에서는 사탕이나 과자 따위를 금지했기에 실물로는 처음 접한 사탕에 루크는 눈이 동그래지고, 아나킨은 그런 루크의 입술 새에 사탕을 물리고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밀어넣어.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에 번지고 얼떨떨한 루크에게 아나킨은 말해. 네가 먹은 건 내가 만든 독약이야. 만약 날 사랑하지 않는다면 넌 오늘 죽게 될 거야. 아나킨은 혼란스러워하는 루크의 손바닥을 쥐더니 깊숙이 키스했어. 그건 사탕만큼이나 달면서 어딘지 야릇한 감각이었지. 아나킨이 떠나고도 그 느낌은 사라지지 않아- 루크는 생각해. 나 몸이 이상해. 사탕 때문에 죽을지도 몰라.

아나킨의 무거운 사랑에 루크가 주춤거리길 반복하자 참지 못한 아나킨이 루크를 밀어붙여 과격하게 키스하는 것도 보고 싶다. 힘으로 루크를 누른 채 집요하게 파고든 탓에 피를 보고 말겠지. 첫키스에서 루크는 피 냄새를 맡았어. 혀 끝에 닿는 제 입술의 피.
(대사는 영화 여고괴담2, 설정과 분위기는 경성학교에서 일부 차용)

78.

“公無渡河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임은 결국 물을 건너시네” (공무도하가)

아나킨을 보던 주변 사람들의 심정에 이 구절이 꼭 들어맞는 듯하다. EP3에서 내가 따라갈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던 파드메, 무모한 점프를 만류했던 오비완, EP6에서 아버지의 죽음 앞에 눈물 흘렸던 루크까지.

위는 문학적인 수사를 입힌 것이고, 일상어로는 “No, Anakin, No!” 3단어로 요약된다…

77. 베이더루크

베이더가 루크에게 Together rule the galaxy를 꾸준히 설파하지만 Together와 Rule the galaxy 중 하나를 고르라면 전자일 거라고 본다. 은하를 가진들 루크가 없으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 글자 그대로 전 은하보다 루크가 소중한 셈이고, EP6 결말에서 베이더의 선택이 이를 입증한다. 비록 그 육신은 죽음을 맞았지만, 루크가 있는 라이트 사이드로 돌아왔고 포스의 영이 되기도 했으니 루크와 함께하게 됐다고 볼 수 있겠다.

또 그때까지는 루크를 폭력으로 굴복시켜서라도 제 곁에 데려옴으로써 함께가 되려던 아나킨이 마지막에는 스스로를 희생해 루크와 그가 속한 빛을 지키고, 루크가 있는 빛으로 자신이 감으로써 함께가 되는 변화를 보여주기도 했다. 아나킨을 베이더로 변하게 것이 사랑이었으나 베이더를 아나킨으로 변하게 한 것 또한 사랑인 것이다.

76. 베이더루크

베이더는 루크의 눈에서 빛, 미래를 향한 희망, 은하를 수놓는 반짝이는 별들과 그곳을 나는 꿈을 본다. 그렇기 때문에 베이더는 루크를 원한다. 루크는 베이더의 눈에서 암흑, 과거로부터의 절망, 죽음의 별과 은하에 스러지는 생명들, 그 위에 자리한 야망을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크는 베이더를 택한다.

75.

아나킨이 강한 인상, 루크가 순한 인상인 것과 대조적으로 잘 우는(영화에서 우는 장면이 나온) 쪽은 아나킨인데 그의 감정이 전체적으로 루크에 비해 격렬하기에 그렇다고 본다. 두 사람의 생에서 긍정적인 감정-기쁨과 사랑도, 부정적인 감정-슬픔과 분노, 두려움과 고통도 아나킨이 루크보다 더 강렬하게 체험했고 또 드러냈다. 감정적인 면에서 아나킨은 끓어오르는 활화산과 같고 그러한 이미지가 무스타파 행성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된다.

아나루크적으로는 울지 않는, 아마도 울음을 참는 루크가 단 한 번 흘린 눈물이 아나킨의 죽음 앞에서였다는 점이 역시 두 사람은 운명임을 실감케 한다.

74.

아나킨이 모래를 싫어하는 이유는 영화에서 ‘거칠고 어디든 스며들기 때문’이라 표현되는데 이는 타투인과 그곳에서의 노예 생활, 그에 대한 아나킨의 감정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이지만, 어쩌면 잡으려 해도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기에 싫어하는 것도 있지 않을까. 제 사람은 제 손에 쥐고 있으려 하는 성정의 아나킨이라면.

EP4에서 레아가 타킨에게 당신이 잡으려 하면 할수록 항성계들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거라고 말하는데, 이는 모래를 쥘 때와 꼭 같으며 아나킨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이를 손에 틀어쥐려 들면 부서지거나 그렇지 않거나 결국 손아귀를 빠져나갈 뿐이므로.

최후에 루크가 아나킨을 구원해 그 손을 잡고서 떠나지 않겠다 말하지만, 이때는 아나킨이 루크를 떠나야 했으니 타투인에서 자란 이들의 운명은 그곳의 모래를 닮아 얄궃기 짝이 없다.

73. 아나루크

아나루크로 아나킨이 명왕이면 석류를 친히 씹어서 입으로 먹여줄 것 같다. 입 안에서 아이와 얽히면서 더없이 부드럽지만 진득하게 달콤한 과실을 먹여 넘기겠지. 무릎에 앉은 루크는 황홀감에 떨며 아나킨의 품을 파고드는데, 열매를 삼키고 나면 영영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을.

72.

프리퀄의 사운드트랙 중 사랑 테마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Across the Stars는 관용구 Star-crossed lovers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유명해진, 비운의 연인을 뜻하는 성구. 애니달라도 프리퀄 자체도, 아름답고 비극적인 사랑이라는 이미지다.

71.

EP5 니다와 피에트 건만 봐도 베이더는 능력을 중시하는 인물인데, 능력이 안 된다 싶으면 숙청에 가차없고 그 자리를 곧바로 능력 있는 인재로 채운다. 상사로서 나름 유연한 마인드를 지녔다 볼 수 있는데, 본인이 뛰어난 능력을 가졌음에도 어릴 적 노예였으며 제다이 오더에서도 겉돌면서 느꼈던 억울함이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EP2,3에서 아나킨은 줄곧 스승인 오비완에게, 그리고 첫만남부터 자신을 탐탁치 않게 여겼던 제다이 카운슬에 인정받고 싶어하며, 그러지 못함에 억울해했으므로.

다만 그 능력주의가 지나친 나머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자신에 대해 자만했고(오비완을 비롯한 카운슬의 경계가 이 점에서는 정확했다. 아나킨의 자만은 결국 무스타파에서 무모한 도약과 패배로 이어진다.), 정치적으로는 엘리트주의, 즉 우수한 이에 의한 지배를 지지하는 모습도 보인다(EP2에서 파드메가 그건 독재처럼 들린다고 지적했던 대화). 이는 아나킨이 다스 베이더가 되고 독재적인 제국의 성립과 유지에 기여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본인의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길 좋아해서 높은 자리에 있어도 직접 나서길 주저하지 않고(그냥 성격이 급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탁상공론보다 실무를 중시하며 능력으로 인재를 등용하는 점은 모범적인 상사인데. 팰퍼틴의 마수가 없었고 오비완과 파드메가 아나킨 곁에 계속 있었다면 상술한 단점과 성질머리를 고쳐서 존경받는 제다이 마스터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70. 아나루크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황인찬, 무화과 숲)

어린 루크가 아나킨을 아버지 이상으로 사랑하는데 윤리에도 성에도 아직 무지하면서 스스로의 감정이 혼날 일이라고만 어렴풋이 알았으면 좋겠다. 아나킨이 이불을 덮어주고 이마에 잘 자라는 키스를 해준 뒤 나가고 나면 홧홧하게 달아오른 몸을 웅크리며 애써 잠을 청하겠지. 꿈 속이라면 평소 머리를 쓰다듬는 아버지의 다정한 손길이 아래로 더 깊숙한 곳을 어루만져 주니까. 열에 들뜬 기색을 숨기지 않고 아버지, 아버지- 애타게 부르면 루크, 내 아들- 귓가에 와 닿는 저음이 몸을 울려서. 그렇게 마음껏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 비밀스런 루크의 꿈을 후에 아나킨이 현실로 만드는 게 보고 싶다.

69. 베이더루크

베이더가 어린 루크 포스 훈련시키는 거 보고 싶다. 눈 가린 채 포스만으로 장애물 통과, 공격에 대처하는 거. 시작한 직후에는 트랩 못 피해서 꽈당하고 구덩이 같은 데 추락도 하고 훈련 드로이드한테 얻어맞다가, 나중에는 요리조리 잘 피하고 반격도 했으면.
루크가 처음으로 코스를 완주한 날 기다리고 있던 베이더에게 총총 뛰어가서 폭 안기면 좋겠다. 이제 안 보고도 아버지가 어디 있는지 알아요. 찾아올 수 있어요! 하는 루크의 헬멧을 벗기고 땀에 젖은 머리칼을 쓰다듬어 주는 베이더가 보고 싶다.

베이더가 포스 센서티브를 특별하게 여기는 건 동질감도 있지만 포스를 통해 느낄 수 있는 것들 때문이 아닐까도 싶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고 어떤 거짓도 없이 서로 통하는 감각. (본인 생각으론) 소중한 이들에게 배신당한 끝에 혼자 남아 시스 로드가 됐고, 제국에서 자기를 칠 궁리뿐인 인간들을 겪어 내며 포스로 통하는 사람을 갈구하지 않았을지.
그렇기에 아들이면서 포스 센서티브인 루크라면 자신의 완전한 이해자이자 지지자가 돼 줄 거라 여겼을 듯하다. 그리고 정말로 루크는 남들이 뭐라 하든 제 아버지를 믿고 사랑했으니 이 부자의 둘만의 사랑 세계(포스가 함께하는)가 너무 좋다…

68. 아나루크

아나루크는 둘이 함께할 때 비로소 온전하며 또 완전한 관계라는 게 좋다. 사물에 견준다면 날개일까(좀더 좋은 비유를 찾고 싶다).

포스의 균형을 가져올 선택받은 자는 아나킨이지만 그 과업은 루크의 존재로 말미암아, 정확히는 루크에 대한 아나킨의 사랑이 있음으로써 달성된다. 루크 또한 진실을 모른 채 베이더를 쓰러뜨리려고만 했을 때는 다크 사이드에 빠질 뻔했고 온전한 제다이도 되지 못했으나(EP5: “The Force is with you, young Skywalker. But you are not a Jedi yet.”), 아나킨과 베이더의 진실을 안 뒤 ‘아나킨인 베이더’를 믿고 사랑함으로써 다크 사이드의 유혹을 떨치며 온전한 제다이로 거듭난다. (EP6: “I am a Jedi, like my father before me.” / 제다이의 귀환이라는 제목은 5에서 제다이가 되지 못한 채 패퇴했던 루크가 성장해 제다이로 거듭남과, 베이더가 라이트 사이드로, 제다이 아나킨으로 돌아옴 모두를 암시한다. 두 사실은 불가분의 관계이기도 하다.)

아나킨과 루크 개인의 균형도 포스의, 즉 세계의 균형도 두 사람이 서로에게 있음으로써 이루어진다.

67. 베이더루크

EP4 레아가 루크한테 매달려서 둘이 줄 타고 건너가는 장면 비슷한 거 베이더루크로 보고 싶다. 제다이로 나름 수련했다는 자신감에 웃어른 공경이랍시고(?) 기세 좋게 아버지를 안아들었는데 베이더의 거구를 감당 못해서 바로 비틀거리겠지. 오기로 버티려 애쓰는 루크가 귀여워서 잠시 그대로 두고 보던 베이더가 가볍게 웃더니 곧장 자세를 바꿔 가뿐하게 루크를 안아올리고는 점프했으면. 아버지의 목에 팔을 두른 채 꼭 매달린 루크는 괜히 부끄러워져서 가슴팍에 얼굴을 묻어 버리고. 무사히 착지한 뒤 베이더가 루크를 내려주지 않은 채 장난스레 놀렸으면 좋겠다. 이대로 안고 이동하는 게 더 빠르겠구나, 같이. 얼굴 빨개진 루크가 더 수련하면 저도 아버지만큼 강해질 거거든요, 하고 둘이 훈훈하게 투닥대는 게 보고 싶다.

66. 아나루크

루크에게 한레아는 가장 소중한 친구고 가족이지만 마음 깊은 곳엔 좌절된 첫사랑의 상처가 남아있어서 양가감정이지 않나 싶다. 두 사람이 루크에게 소중하기 때문에 티내지도 못하고 깊이 묻을 수밖에 없는 상처.

그 결과로 EP6 이후 한레아(그리고 반란군 동료들)와 살아남은 아나킨 중 한쪽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나킨을 택하는 루크가 보고 싶다. 소중한 정도로는 양쪽이 우열을 가릴 수 없는데 한레아에게는 루크가 없어도 서로가 있지만 아나킨에게는 자신뿐이라는 이유로. 아버지한텐 저뿐이죠? 저만 사랑해 주실 거죠? 하며 기대 오는 루크에게 아나킨이 As you wish, my son. 하고 입맞췄으면.

아나킨은 파드메와 오비완의 관계를 의심해 파드메의 목을 조름으로써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고, 루크의 경우 한레아가 실제로 맺어졌는데, 부자가 소중히 여기던 사람들로부터 소외되고 첫사랑을 잃은 끝에 서로만 남아서 사랑한다는 게 좋다.

65. 아나루크

아나킨 유혹하는 루크 보고 싶다. 딱 붙는 새까만 제복 차림으로 허리춤에 라이트세이버를 단 채 아나킨 위에 올라타는 거. 사타구니 앞을 가리듯 자리한 검 손잡이를 떼어 내더니 두 손으로 소중히 감싸쥐고는 입술로 가져가 살짝 입맞췄으면 좋겠다. 그러고는 검의 원래 주인인 눈앞의 남자를 부르겠지. 아버지, 하고.

아이가 하는 양을 따라, 벌어진 다리 사이에서 혁대로 조인 얄쌍한 허리를 지나 탐스러운 입술로 가 닿은 아나킨의 시선이 마침내 도발적인 눈동자와 마주할 때. 이전에 손수 만들었던 검은 내던진 채 제게 달린 다른 물건을 아들에게 마음껏 사용하는 아나킨이 보고 싶다.

루크가 아나킨 라세 달고 다닐 적에 이게 사타구니에 가 있을 때가 많던데ㅋㅋㅋ 아들의 다리 사이에 자리잡은 아버지의 물건 //ㅅ//

64. 아나루크

베이더/아나킨이 루크를 키웠다면 루크는 위기의 순간에 아버지를 부르며 찾지 않았을까. 원작에서 어려움에 빠질 때면 언제나 벤을 찾던 것처럼. EP5 이후 루크가 점차 벤의 위치에 아나킨을 대신 놓는 것도 있음직하다. 이럴 때 아버지라면 어떻게 하셨을까, 지금 내 곁에 아버지가 계셨다면, 같이.

애초에 루크는 아버지 같은 제다이가 되겠다 말하며 타투인을 떠났는데, 실질적으로 이끌어준 스승은 오비완이었으며 아버지는 이미 죽었다고 들었으므로 그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다가 사실은 살아있단 걸 알자 새삼 의식하는 것.

개인적으로 루크가 비행에 뛰어난 게 아나킨으로부터 유전된 소질과 포스 덕택도 있지만, 오웬에게 아버지가 화물선 조종사였다고 듣고 비행에 관심을 가진 건 아니었을까도 싶다. 대디 이슈는 아니지만 순수하게 아나킨을 동경해 의식하는 면이 루크에게 분명 있다고 본다. 루크가 베이더와 맞붙은 후 그의 검식을 배워 쓴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하겠다.

63. 베이더루크

“이것이 재난이라 해도, 너를 원해.” (전경린, 「메리고라운드 서커스 여인」)
베이더루크에 딱이다. 재앙의 화신과 그가 원하는 소년.

62. 아나루크

생크림이나 시럽 같은 달콤한 것들을 디저트에 장식하듯 루크 몸에 끼얹고 먹어치울 것처럼 빠는 아나킨이 보고 싶다. 깨물 때마다 흘러 나오는 루크의 신음이 더 달다고 느끼면서.

61. 아나루크

아나루크로, 루크를 안을 때 나름대로 자제하려는데 그런 거 없이 살아온 세월이 세월이라 결국 주체 못하고 제가 만족할 때까지 몰아붙이고 마는 아나킨 보고 싶다. 몇 번째 사정하는 건지 세기를 포기할 때쯤 기절했던 루크가 의식을 되찾고 보면 이부자리며 옷이며 뒷처리 완벽하게 돼 있고 아나킨이 일어났니? 아들. 하며 이마에 가볍게 키스하겠지.

잠기운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눈을 뜨자마자 사랑하는 아버지가 저를 맞이하고 애정이 담긴 뽀뽀까지 해주는 것에 기분좋게 웃으며 몸을 일으키려던 루크는 온몸이 쑤셔서 힘이 들어가지 않음을 곧 깨달을 것이다. 아나킨은 그런 루크의 눈치를 살피며 안절부절못하고. 루크, 그게… 미안하구나. 이렇게까지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우물거리는 아나킨을 보며 루크가 작게 한숨을 쉬나 싶더니, 이내 그의 아버지가 늘어놓는 사죄인지 변명인지를 막아 버리듯 사뿐히 입맞췄으면 좋겠다.

죄책감으로 숙여진 아나킨의 얼굴을 감싸고 이마를 맞대며, 정말이지. 저번에도 그 말 해 놓고. 짐짓 책망하는 어조였지만 화난 기색은 없는 채로. 부러 밝은 태도로, 어리광 부리듯 덧붙이겠지. 아버지 덕분에 꼼짝없이 누워만 있게 생겼으니까, 오늘 하루 제 손발이 돼 주세요. 제대로 부려먹을 거니까 그렇게 아시고요. 독재 선포마저 귀엽기 짝이 없는 아들의 사랑스러움을 새삼 실감하며 피식 웃고 만 아나킨은 곧 표정을 다잡고 반성을 담아 As you wish, my boy. 하고 답할 것이다.

이날 내내 아나킨이 루크를 안아다 이리저리 옮겨주고 갖다 달라는 거 가져다 주고 하는데, 건네받은 아이스크림을 뜯은 루크가 한 숟갈 뜨더니 아나킨에게 먼저 먹여 줬으면 좋겠다. 제 쪽이 어린아이면서, 아이 대하듯 아~ 하는 건 덤.

아나킨이 폭주해도 루크의 어른스러운 어리광으로(아이러니한 표현이다) 잘 넘어가다가, 어느 날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게 두렵다고, 너마저 내 손으로 부숴 버릴까봐 겁난다고 털어놓는 아나킨이 보고 싶다. 루크는 아버지라면 해낼 수 있다고, 그럴 수 있음을 안다고 확언하겠지. 부서지지 않고 아버지와 함께 있을 거라고 루크가 말하기에, 그 믿음이 있기에 아나킨은 잘못된 길을 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60.

주인공이라 그런지 루크는 이름 외의 호칭 내지는 별명이 꽤 많은데, 빅스가 부르길 Hot shot, 한은 Kid, 반란군의 New hope고 구공화국 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게는 Young Skywalker이자 EP6 시점에서 Last Jedi이며, 아나킨에게는 (My) Son이다.

호칭마다 담긴 의미가 많고 모두 좋지만 개중에 Hot shot 너무 깜찍하다ㅋㅋㅋ 맡는 작전마다 놀라운 솜씨로 성공시키는 에이스 파일럿인데 콕핏에서 나오는 걸 보면 펑퍼짐한 우주복을 입고도 호리호리하고 작은 체구에 헬멧을 벗자 흐트러지는 금발, 맑은 하늘 같은 눈동자 하며 땀방울조차 반짝거려서 실력과 다른 의미로도 핫 가이겠지☺️

EP6 이후 검은 옷에 로브에, 제다이 기사로서 차분해진 루크를 아나킨이 옛날 별명(Hot shot)으로 불러서 루크가 쑥스러운 듯 웃는 것도 보고 싶다. 옛날 일 들추는 게 괜히 부끄러운데 한편으로 은하 최고의 파일럿이었다는 아버지가 자신을 인정해주는 게 기쁜 루크///

59.

EP3에서 오비완이 아나킨의 살인을 알고도 그를 죽이지 않겠다고, 그럴 수 없다고 말하는데 훗날 루크가 같은 인물을 두고 똑같은 말을 한다. 진실을 알았을 때 반응, 그리고 신체를 절단하며 대결에 이긴 것까지 같은데 차이가 있다면 오비완은 아나킨을 두고 떠났지만 루크는 떠나지 않았단 점일까.

58.

사랑하는 사람 하나를 살리기 위해 수없는 죽음을 가져오고는 그 가운데 홀로 선 게 모순적이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다. 오비완이 도착하기 전, 무스타파의 아나킨을 보면서 든 생각.

57.

내 안의 루크는 반찬투정은 안 하지만 식당으로 향하는 스카이워커 중령님의 걸음걸이만 봐도 그날 반란군의 식단이 뭔지 알 수 있을 듯한 이미지. 좋아하는 음식을 먹게 되면 굉장히 기뻐하는데 적극적으로 기호를 추구하는 타입은 아니라서 꿀꿀이죽을 내놔도 인상은 좀 쓸지언정 묵묵히 먹고 에너지바 같은 걸로 적당히 끼니를 때우는 일도 개의치 않을 것 같다.

그런 아들의 식생활을 그냥 두지 못하는 사람 아나킨. 손재주와 직감이 뛰어나니 요리도 잘할 상이다. 재료를 썰거나 섞거나 불을 올리는 등 모든 과정을 포스로 해결하는데(초즌원다운 포스 남용) 거기에 순수하게 감탄하는 루크, 메뉴가 나부의 전통 음식임을 눈치채는 레아, 베스핀의 식탁이 떠올라 마냥 불편한 한. 이날의 식사에서 루크는 아버지가 직접 만든 요리를 함께 먹을 수 있음에 기뻐했고 레아는 맛이라면 인정했으며 한은 체했다…

56.

다음 웹툰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그 이전의 이야기>. 오리지널 트릴로지를 요약한 만화다. 주인공 루크를 중심으로 요약하며 한,레아 이야기는 거의 생략하고 있다. 반면 타투인에서의 어린시절, 대고바에서의 수련 등 루크의 이야기는 좀더 자세히 다룬다. 긴 이야기를 핵심만 짚으며 휙휙 넘어가다 보니 텍스트가 설명조인 데가 많고, 농장 소년이 성장해 은하를 구하기까지 일대기 내지는 위인전처럼 돼 버린 탓에(주변 인물들의 서사를 생략한 채 주인공 루크에게 집중하므로) 작품이 다소 올드하게 느껴진다. 인물 외 작화 퀄리티는 높지만 인물은 그림체가 좀 왔다갔다해서 미묘하다.

이 웹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베이더가 루크에게 아버지임을 밝히는 장면에 프리퀄의 장면을 더한 거였다. 그럴 리 없다며 부정하던 루크가 순간 과거의 비전을, 무스타파의 사제를 보면서 베이더의 말이 사실임을 느끼고 현재의 베이더와 과거의 아나킨이 오버랩되는 연출이 압권이었다.

55. 베이더루크

EP5에서 베이더가 한을 탄소냉동시키기 전 고문하지만 심문은 하지 않는데 왜일까 싶었다. 야빈에서 자기를 방해하고 데스 스타 파괴에 기여한 데 대한 보복인가 했는데, 친구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루크가 감지하도록 해 끌어들이기 위함이었다. 베이더의 함정은 베스핀에 한발 먼저 도착해 한, 레아 일행을 붙잡은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그들이 고통받고 있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비전을 루크가 보도록 하는 게 핵심이었다. 본인이 고통을 겪었던 이유이자 다크 사이드로 들어선 계기를 아들에게 그대로 써먹은 셈이다.

53.

Jedi Order는 그대로 제다이 오더라고 많이 쓰는데, 개인적으론 여기서 Order의 뜻이 체제라고 생각했다. 오늘 알았는데 Order에는 Religious community, 즉 교단이나 수도회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대문자로 쓸 때 특히. 제다이의 복장이나 생활 양식이 수도사와 유사함을 고려하면 영어권 화자에게는 제다이 수도회, 제다이 교단 정도의 느낌인가 싶다. 극중 회의적인 인물들에게 그냥 이상한 집단이 아니라 사이비 종교 내지는 미신이라고, 종교라는 카테고리에서 조롱당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듯하다.

52.

생각해 보면 오비완이 주워 간 아나킨의 라이트세이버는 무고한 피를 잔뜩 본 무시무시한 물건이다. 루크가 아버지 같은 제다이가 될래요! 하며 그걸 들고 해맑게 꿈을 키워가는 걸 떠올리니 기분이 이상해진다… EP5에서 루크의 오른손과 함께 끝을 맞나 싶었더니 시퀄이 나오며 재등장하는데 저주받은 물건이 따로 없지 않나ㅋㅋㅋ 꺼림칙해서 내다버렸는데 다음날 보니 되돌아와 있는 그런 거. EP8에서 두 동강이 났으니 이제 정말 안녕이겠지…?(EP9에서 Hello, there! 하며 재등장

51. 베이더루크

베이더는 루크를 다크 사이드로 끌어들이려 했지만 모순적이게도 아들이 어두운 감정 모두를 갖길 바라진 않았을 것 같다. 두려움, 분노, 증오, 고통이 다크 사이드의 원천인데, 루크에게 상해를 입히지 않으려는 태도로 보건대 적어도 두려움과 고통으로부터 아들을 보호하려 들었고. 분노를 발산하라고는 했지만 루크가 베이더와 함께 하게 된 후를 가정하면 자신 외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적들에게 분노하며 증오를 갖되 아버지인 자신만은 사랑하길 바라지 않았을까 싶다. 자기중심적, 선택적 다크 사이드 만들기ㅋㅋㅋ

다크 사이드 포스 유저≠시스이므로 루크를 시스로 만들 생각은 아마 없었을 거라고 본다. 시스는 무한한 힘과 지배를 추구하며 그를 위해 언젠가는 스승도 죽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므로, 화목한 부자관계에는 적절치 못하기 때문이다. 감정 외에 루크의 성격이 지나치게 어두워지는 것도 꺼릴 듯한데, 다크 사이드에, 어두운 제 옆에 있어 주길 원하지만 한편으로 아들이 저처럼 되기를 바라지는 않는 것. 모순이고 억지지만 아나킨이라면 그럴 것 같다 ㅎㅅㅎ

50.

다크 사이드로 갔지만 포스 초크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 루크가 보고 싶다. 아예 못 쓰는 건 당연히 아닌데, 어색한 손모양으로 한 놈 죽여 놓고는 역시 이건 나랑 안 맞는 것 같아, 했으면. 라이트세이버가 아니라면 블래스터 쪽이 차라리 낫겠어. …벤이 들으면 야만적이라고 uncivilized 할까? 어차피 이제 못 보지만. 하고 조금 쓸쓸한 듯 중얼거리는 루크. 다크 사이드 포스 유저는 포스의 영을 못 본다는 설정으로.

49. 베이더루크

프리퀄을 재감상하며 베이더가 루크에게 다크 사이드로 와 함께 하자고 제안했던 것에 의문이 생겼다. 본인이 겪었던 고통을 아들이 답습하게 될 거란 생각은 안 했을까. 루크는 반란 연합 소속이고, 동료를 소중히 여기는 성격임은 베이더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한과 레아를 미끼로 루크를 잡으려 했을 정도니까. 루크가 베이더의 손을 잡으면 아나킨이 그랬듯 사랑했던 모든 이들과 척을 지게 될 텐데, 아나킨은 자신이 ‘배신당했다’고 여겼으므로 내막은 다르지만 결과는 비슷한 셈이다. 자신이 그랬듯 사랑했던 이들에게 라이트세이버를 겨누며 아들이 어떤 심정일지는 아나킨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걸까. 자기가 옆에 있어주면 괜찮을 거라 자만했을 수도 있겠다.

단순하게, 루크의 기분보단 제가 사랑하는 이를 곁에 두는 게 우선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눈 가리고 아웅일지언정 일단 베이더는 루크가 고통받는 걸 원하지 않았다. 최대한 상처 입히지 않고 회유하려 들었는데, 그게 성공했다 한들 후에 따를 고통은 생각을 못한 건지 안 한 건지. 루크의 존재를 안 아나킨은 혈연으로, 포스로 이어진 아들이라면 이번에야말로 배신 없이 함께 할 거라 자신한 듯한데, 그걸 위해 루크에게는 사랑하는 모든 이를 배신할 것을 요구한 셈이니 참 학습하질 못했다고 하겠다.

48.

팰퍼틴이 아나킨에게 다스 플레이거스 이야기를 들려주며 남은 구하면서 정작 자기 자신은 못 구하다니 아이러니하다고 말하는데, 왠지 제다이 오더가 떠올랐다. 개인적 애착을 금기시하고 평화를 위한다는 원칙이 많은 제다이를 등돌리게 만들고 그로 인해 체제 자체가 파멸함을 암시하는 듯도 해서.

47.

전쟁이나 시디어스의 수작이 없었다면 아나킨은 어쩔 생각이었는지 궁금하다. 결혼, 임신 사실이 알려져 파드메가 의원직을 박탈당하고 아나킨은 제다이 카운슬에 의해 추방당한다면 둘이 어디서 농사라도 짓고 살 셈이었나. 아니면 이제까지 세운 공이 있으니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한 건가.

EP3 시점에서 전쟁의 끝이 보였다지만 아직은 혼란스러운 마당에 피임 안 한 건 너무 경솔하지 않았나 싶다. 결과적으로 태어난 쌍둥이는 사랑하지만, 연인 관계가 비밀인 데다 전쟁통에 계획 없는 임신은 결코 잘한 일이 못 된다. 아나킨이야 전부터 사고를 잘 쳤지만 그보다는 분별 있는 파드메까지 피임을 신경쓰지 않은 건 어색하다 싶기도 하다. 아니면 피임을 했지만 100%는 없으니 임신이 된 건가.

클래식이 먼저 나온 이상 쌍둥이는 태어나야만 하므로 의미 없는 고찰인 듯도 하지만, 부부의 행동에 의문이 남는다. 위치나 상황이 어쨌든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젊은 남녀로 퉁치는 건지.

46.

EP2 분석 보는데 아나킨이 파드메한테 자기를 애니라고 부르지 말라고, 그렇게 부르면 여전히 어린애인 것 같다고 말하는 게 나왔다. 이런 장면이 있었나 싶어서 영화 돌려봤는데 없고, 삭제 씬도 아닌 듯한데 스크립트랑 소설판엔 있다. 파드메가 짐을 싸면서 아나킨과 나누는 대화의 일부다.

45.

행성 무스타파 Mustafar라는 이름의 유래가 아랍어 인명 Mustafa가 아닌가 하는 추측을 봤다. Mustafa는 이슬람의 창시자 모함메드의 많은 통칭 중 하나로 뜻은 ‘선택받은 자 The Chosen One’라고 한다. 타락한 제자를 상대하던 오비완의 “넌 선택받은 자였어!”라는 외침을 연상시킨다.

44.

"흐음, 드로이드. 드로이드만큼은 언제나 믿을 수 있지…"
여러 가지를 떠오르게 하는 대사다. 과거 아나킨이 직접 드로이드를 만들었던 점, 드로이드들에게도 애착을 가졌던 점. 믿고 사랑했던 이들 모두를 잃고 말았기에(자업자득인 면도 있지만) 사람은 더 이상 믿을 수 없지만 드로이드라면 괜찮다는 말로도 들린다. 그의 딸인 레아가 데스 스타 설계도와 오비완 찾기를 드로이드인 R2에게 맡기면서 클래식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걸 생각하면 재미있기도 하고. 앙숙인 부녀 간에도 공통점이 있구나 싶어서.

43.

"You couldn't be more wrong, commandant…"
코믹스 <제국의 와해> 중 이 대사 정발 번역이 "틀린 소리만 골라 하시는군, 사령관…"이라 원문이 "Every word of what you just said was wrong."(EP8)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42.

공화국의 수도는 코러산트 Coruscant인데 영단어 coruscant가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뜻이라고. 프리퀄에서 묘사된 화려한 풍경, 그리고 포스의 라이트 사이드를 추구하는 제다이들의 사원이 그곳에 위치한 점을 생각하면 어울리는 이름이다.

41.

문학수첩에서 번역 출간된 오리지널 트릴로지 소설 중 제국의 역습을 서가에서 발견했다. 대강 훑어보았는데 동화적인 느낌이 강했다. 스토리 자체가 권선징악이고, 집필을 담당한 애덤 기드비츠가 동화 작가인 영향도 있을 테다. 독특하게도 시점이 2인칭이라 루크가 당신이라고 서술된다.

내용은 영화와 같지만 캐릭터의 심리가 보다 자세히 표현되는데, 스카이워커 부자의 서로에 대한 감정 묘사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① 루크는 아들이라는 말을 무척 듣고 싶어했으며 베이더의 부름을 들었을 때 쏟아지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았다.
② 루크를 놓친 베이더는 분노가 아닌 슬픔을 느꼈다.
③ 루크는 한, 레아를 비롯한 자신의 소중한 이들을 떠올릴 때 베이더도 생각하고, 그에게도 포스가 함께 하기를 바란다.
④ 영화, 코믹스를 통틀어 베이더는 루크를 상처 없이 생포할 것을 강조하는데(지극한 아들 사랑), 여기서도 무기를 실신용으로 설정하라고 지시한다.

40.

"Good evening, princess."
제 심기를 건드리면 목부터 조르는 성깔에 한편으로 나름의 우아함이며 미학을 추구하는 구석이 있는 게 웃기기도 하고. 아나킨 시절 적을 쫓는 와중에도 취향에 맞는 차종을 찾는 거며, 라이트세이버 디자인이 한결같은 것도 그렇다.

39.

9살 아나킨의 No one can kill a Jedi. 는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아이의 귀여운 대사지만 미래에 제다이가 누구 손에 몰살당하는지를 생각하면 아이러니하다.

38. <The Jedi Path>

라이트세이버로 무기를 든 적의 손을 절단하는 걸 Cho mai라고 한다. 적을 살려 두면서도 계속 싸울 순 없게 만들기에 전투의 자비로운 종결이라고 하는데, 루크 왈 “이걸 자비롭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전지적 아버님 시점으로, EP5가 딴에 아들이라 엄청 봐주고 자비를 베푼 거라 생각하면 웃픔…

제다이 기사의 역할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프리퀄에서 주로 묘사되듯 공화국의 적과 맞서 싸우는 이들은 수호자 Guardian고, 이외에도 다양한 역할이 존재한다. 제다이 외교관에 대한 소개에서 루크 왈 “레아가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녀를 잠깐이라도 수련시킬 수 있다면.”

오비완의 라이트세이버 설계도. 뒷면은 음식점 메뉴판 내지는 광고지로 보이며 책 속에 끼워져 있다. 루크는 이 설계도를 참조해 자신의 라이트세이버를 제작했다.

“벤이 나를 좋아했는지 잘 모르겠다.”는 루크의 서술에서 벤이 오비완인지 카일로인지 불확실한데, 해당 서술이 오비완의 서술 바로 밑에 있는 점과, 책 맨 끝 포스의 영 파트 서술에서 루크가 오비완을 벤이라 칭하는 점을 볼 때 오비완이라 생각된다. 오비완은 루크를 지켜줬고 가르쳤으며 요다가 우려를 표할 때도 루크를 믿어 줬지만, 두 사람이 직접 교류한 기간이 너무 짧았던 데다 오비완과 아나킨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아나킨의 아들인 자신을 오비완이 과연 좋아했을지 의문을 품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코믹스 2권에서 은둔 생활에 회의를 느끼던 오비완이 어린 루크의 용기에 감명을 받는 묘사로 보건대 과거와의 연관이나 의무감을 제해도 오비완은 루크를 높이 사고 아꼈을 거라 생각한다. 형제와 다름없이 사랑했던 아나킨 때도 그러했듯 겉으로 많이 드러내지 않았을 뿐.

37. 아나루크

“Attachment is forbidden. Possession is forbidden. Compassion, which I would define as unconditional love, is essential to a Jedi‘s life.”

Compassion은 연민, 동정심인데 풀이하면 다른 이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이를 조건 없는 사랑으로 정의하는 건 아나킨의 자의적인 해석에 가까운데, 이 해석은 제다이 코드와는 어긋났으나 아나킨 본인의 구원과는 직결되는 키워드라고 하겠다. 루크가 아나킨을 믿은 게 그야말로 조건 없는 사랑이었으니.

36. 아나루크

아나루크로 인상적이었던 괴담. 루크가 악마 아나킨과의 문답에 임하는데, 목표는 인류가 천국에 도달하기 위한 정보를 캐내는 것. 아나킨은 천국도 지옥도 실재하며, 천국은 신의 모든 피조물에게 그들이 무얼 하든 관계없이 열려 있다고 알려 준다. 악마 또한 신의 피조물이기에 그럼 당신도 천국에 갈 수 있냐고 루크가 질문하자, 아나킨은 갈 수 있지만 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천사를 만들려다 실패했고, 그의 피조물은 신의 분노를 사 지옥에 떨어져 영원히 고통받을 운명이라는 것이었다. 때가 되면 아나킨은 지옥으로 떠나 그 고통을 함께할 거라고 했다. 이유를 묻는 루크에게 그는 사랑하니까, 라고 답한다.

문답이 끝나고,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면 기뻐할 거라며 루크가 감사를 표하자 아나킨은 고개를 갸웃한다. 고맙다고? 넌 천국에 갈 수 없는데도? 네? 당신이 좀전에… 네게 들려준 이야기는 사실이지만- 부드럽게, 아나킨이 루크의 얼굴을 어루만진다. 넌 신의 피조물이 아니야. 내 아이. 너는 내 것이란다. 노랗게 빛나는 악마의 눈동자가 소년을 향한다. 그곳에 타오르는 것은 지옥과도 같은 영원이다.

35.

아가 루크는 포뇨 마냥 볼이 말랑말랑할 것 같다/// 조그만 것이 품 안에서 꼬물대다 폭 안겨올 때면 아나킨은 은하를 다 가진 기분일 것이다. 가는 곳마다 우리 애는 천사라고 자랑하며 팔불출 끼를 발휘하겠지. 그런 아빠를 레아는 창피해하는데 루크는 방긋방긋 웃으며 곧잘 따를 것 같다.

아빠 뽀뽀~ 하고 주책맞게 굴어도 매번 쪽, 해 주며 아빠가 최고인 아이인데, 루크가 오비완의 파다완이 된다는 걸 반대하다 아빠 미워! 소리 듣고 충격에 빠지는 아나킨… 착한 우리 애한테 무슨 짓이냐고 따졌더니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라며 흑역사 발굴해(당신을 증오해!) 주시는 오비완…

34.

Luke라는 이름의 라틴어 어원 Lucius가 빛나는 자라는 뜻이라 작품의 내용을 고려한 작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조지 루카스의 애칭에서 따온 것뿐이라고 한다. 어원을 따지면 Lucius->Lucas->Luke지만 의미를 담으려 한 것 같지는 않다.

Skywalker라는 성도 그리스 신화의 히페리온에서 따왔을 거라 여겼는데, 초안이었던 Starkiller가 어감 문제로 바뀐 것일 뿐 딱히 의미는 없는 듯하다. 히페리온 Hyperion은 하늘을 걷는 자를 뜻하며 티탄족 빛의 신이라, Luke Skywalker라는 작명이 우연일 뿐이었어도 여러 모로 잘 맞아떨어지는 이름이 아닌가 싶다.

33. 아나루크

아나킨과 루크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을 상상하면 흥미롭다. 먼저 루크에게 아나킨은 모든 생애를 통틀어 가장 강렬한 시선으로 남을 것이다. 적대할 때 카리스마는 물론, 더없이 다정하게 아들. 부를 때도 눈 자체가 주는 인상이 워낙 강렬하기 때문인지 본능적으로 흠칫하면서도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힘을 가진 시선. 반면 아나킨을 보는 루크의 시선은 조건 없는 따스한 애정, 질시가 섞이지 않은 순수한 동경, 동시에 굳건하고 올곧은 믿음을 담고 있어, 때로 아나킨은 불안에 휩싸이다가도 그 시선을 마주하면 이곳이야말로 내가 돌아온 그리고 앞으로도 자리할 빛임을 실감하고 안정을 찾을 것이다.

아나루크적으로는 옷 위를 훑는 타는 듯한 시선만으로도 발가벗겨진 기분에 루크가 안절부절못하며 시선을 피하려 하자 아나킨이, 피하지 마. 나를 봐. 하며 루크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길 종용할 것 같다. 또 아이의 눈동자가 가장 먼저 담는 것이 자신이길 바라서, 일찍 깨고도 옆에서 자는 루크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데. 마침내 새벽 하늘을 닮은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내고, 몇 번 깜빡거리다 눈이 마주치자 좋은 아침이에요, 아버지. 햇살 같은 인사와 시선이 아나킨의 하루를 밝혀주겠지.

32. <베이더 다운>

표지부터 베이더와 루크가 등 맞대고 있다 //ㅂ// 은하 최고의 파일럿이지만 예나 지금이나 전투기만 몰았다 하면 추락하는 베이더 경… (애도 (포스 초크당한 글입니다

루크를 향한 베이더의 사랑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끝나는 작품인데,
"The boy cannot hide from his destiny. Or from me."
"소년은 곧 운명과 마주하게 될 것이오. 바로 나를."

(루크를 납치하던 셔틀을 베이더가 폭파시킴)
H: 아무래도 네겐 수호천사가 있는 모양이다.
L: 포스죠, 한.
H: 그 얘기 좀 그만해.
다스 베이더 의문의 수호천사행ㅋㅋㅋ (원문도 Guardian angel이다) 아들내미랑 사위는 아버님 마음도 몰라주고…ㅠ

루크에 대한 한의 평가가 정신나간 꼬맹이 Crazy kid인 거 넘 웃김ㅋㅋㅋ Crazy old man이 될 자질이 어릴 때부터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팡인집단 제다이…<

아들내미가 자기 전투기를 들이받아서 나란히 추락하는 마당에 “네가 진정 강한 포스를 지녔다면… 이걸로 죽진 않을 것이다.” 아들 안위만 생각하는 아버님ㅋㅋㅋ 본인 기체에도 불 붙었고 추락하는데 화도 안 냄… 어마어마한 사랑…

베이더가 루크를 제국 또는 황제가 아니라 자신에게 데려오고 싶어한다는 사실이 <베이더 다운>에서도 나타난다. 영화 5에서 자신이 아버지임을 밝히면서 황제를 쓰러뜨리고 함께 은하를 지배하자며 제안한 일, 6에서 투항한 루크를 황제에게 데려가길 꺼린 일도 그랬지만, <베이더 다운>에서 제국군을(자기 부하는 아니었지만) 격추해 루크를 반란군으로 돌려보낸 일은 보다 노골적이다. 제국이 아닌 자신의 손에 넣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코믹스에서 베이더의 유명한 집착 대사들은 원문과 비교하면 의역했다 싶은데, 직역하면 한국어로 다소 어색하기 때문에 핵심 의미만 비슷하게 맞춘 듯하다. 일례로,
“Bleed whole worlds dry, rebels. You will not keep me from the boy.”
“은하계를 파괴하는 한이 있어도 소년을 손에 넣고 말겠다.”
말풍선이 작은 편이라 대사 길이를 그에 맞추기 위해 조정한 것도 있을 것이다. 원문과 번역문이 세세한 의미는 달라도 루크를 향한 베이더의 우주적 집착은 어디 안 가는 듯 싶다…

31.

루크 구출, 베이더 타도 중 한은 전자를, 레아는 후자를 주저없이 택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레아 쪽이 혈연이고, 한이 지적했듯 루크는 언제고 레아를 위해 자기 목숨을 던질 수 있음을 생각하면 짠하다. 그러나 단호하게 후자를 택할 수 있기에 레아가 반란군을 이끌 수 있는 것일 테다.

30.

코믹스 보면서 든 생각인데 영화 4와 5 사이 제다이 유적을 찾아다니던 루크는 내심 아버지의 흔적을 발견하길 기대하지 않았을까. 4에서 오비완은 아나킨을 뛰어난 제다이라 했지만 다스 베이더에게 죽었다는 사실 말고는 그에 대해 가르쳐 주지 않았으므로. 아버지 같은 제다이가 되고 싶어한 루크라면 아나킨의 행적이 궁금했을 법도 하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베이더가 6에서 옛 이름을 버렸다고 말한 점, 코믹스에서 제다이 유적을 파괴하고 다닌 점에서 볼 때 그 스스로 아나킨 스카이워커와 관련된 기록을 말소했을 듯 싶다. The Jedi Path 책은 현 시점에서 캐논이 아니지만, 이 책의 컨셉대로 아나킨의 필기가 남아있는 제다이 교과서를 루크가 손에 넣어 읽었다면 그게 거의 유일한 아나킨의 흔적이 아니었을까. 아나킨의 필기에는 천재의 오만함과 반항심이 그대로 묻어나는데 루크는 그걸 보고 무슨 생각을 했으려나. 환상이 깨졌을지, 그래도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겼을지.

29.

SW 파면서 Apprentice라는 단어를 알게 됐는데 어감이 무척 우아하다. 어프렌티스. Master에서 Apprentice로 이어지는 제다이 오더는 오랜 전통을 가진 고귀한 것이라는 인상이 있는데(프리퀄 이후 생존한 제다이들이 어째 다 Crazy old man인 건 제쳐 두자), EP4에서 오비완이 제다이의 상징과도 같은 라이트세이버를 An elegant weapon for a more civilized age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겠다. 이때 A more civilized age란 공화국 시절인데, 기술적인 의미의 문명이라면 데스 스타 같은 것만 봐도 제국 쪽이 우위겠지만 여기서 뜻하는 바는 정신적인 의미, 시민 의식으로, 곧 자유가 보장되며 억압당하지 않는 민주적인 사회를 가리킨다.

다만 제다이나 그들이 속한 공화국이 마냥 고상한 곳이었냐면 그렇지만도 않은데, 전통을 중시하기에 보수적이며 제국과는 다른 의미로 억압적이도 했다. 적지 않은 수의 제다이가 시스로 전향한 것을 단지 그들이 악했기 때문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으며, 제다이 오더 자체도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28. 아나루크

어린 루크가 아나킨을 Daddy라고 부르는 게 보고 싶다.

늦은 시간 아나킨이 방으로 돌아와 문을 열자, 어두운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앳된 목소리. Daddy? 이어서 총총, 귀여운 발소리와 함께 작은 아이가 그의 품으로 뛰어들고, 익숙한 동작으로 아나킨이 아이를 안아 올리겠지. 우리 아들 My boy, 오늘도 착하게 잘 있었지? 응! 명상 열심히 했어요! 아, 새 모형도 만들었는데… 한 손에 전투기 모형을 든 채 신이 나 조잘조잘 떠드는 아이는 햇살처럼 밝고 사랑스러웠지만, 다스 베이더의 갑주를 포함해 기계와 금속뿐인 데다 온통 검은 방에서 홀로 생기발랄한 모습이 기이한 위화감을 빚어낼 것 같다.

파드메가 죽은 뒤 다크 사이드로 전향한 베이더가, 타투인으로 보내진 아이의 존재를 알고 그곳을 파괴한 다음 아기 루크를 데려와 제국에서 키우고 있는 거면 좋겠다. 예쁜 제 아들에게 팰퍼틴이 손대는 게 싫어 그를 제거하고 황제의 자리에 올랐을 것이다. 포스 수련은 시키지만, 아직 어린 아이에게 증오니 고통이니 하는 시스의 모토를 주입하지 않은 채 다시없을 만큼 귀애하겠지. 그 증거로 루크가 10대가 되고도 아버지를 Daddy라고 부르는 게 보고 싶다.

원래도 애정이 과했던 아나킨이 완전히 선을 넘게 된 계기는 루크가 포스로 레아와 연결된 거였으면 좋겠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포스를 수련하던 루크가 우연히 레아와 정신이 이어져 영상으로 교류하는데, 아버지 외의 사람을 거의 알지 못한 채 자란 순진한 소년이 예쁜 레아에게 첫눈에 반한 것. 레아와의 짧은 대화를 마친 루크는 신이 나 아나킨에게 가서 말하겠지. 포스를 통해 예쁜 여자애를 만났는데, 얼데란의 공주님이라고. 포스가 운명을 인도한다고 그러셨죠. 그애가 제 운명일까요? 사춘기 소년다운 설렘으로 볼을 붉힌 아들을 보자 포스로 연결된 소녀의 정체는 안중에도 없이, 아들이 자신 아닌 다른 이를 운명이라 칭하는 것에 대한 분노와 질투가 아나킨을 채우겠지.

아직 포스 운용이 미숙한 루크는 정신에 큰 변화가 일어나면 지금 가진 포스 본드를 유지하지 못할 것이었고, 이 기회에 루크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아나킨이 루크에게 손댔으면 좋겠다. 언제나와 같이 한 침대에 누워 이마에 굿나잇 키스를 받은 루크가 잠을 청하려는데, 아나킨이 루크를 놓지 않은 채로 입술을 겹치겠지. 입술에 쪽, 정도라면 가끔 했지만 딥 키스는 처음이라 루크는 당황할 것이다. 아나킨의 공격적인 기세와 낯선 행동에 겁먹은 루크는 그를 밀어내려 하지만 물리적인 힘이든 포스든 어림도 없고, Daddy…? 목소리는 여린 점막을 사정없이 파고드는 살덩이에 먹히고 말며. 거기에 아나킨의 다리가 루크의 사타구니를 꾹꾹 눌러 오는데, 처음에는 혼란스럽기만 했던 자극들이 점차 쾌감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호흡이 부족해 몽롱해질 때까지 루크의 입술을 충분히 맛본 아나킨이 목덜미며 쇄골, 가슴의 돌기를 물고 빨 때마다 Daddy… Daddy…! 애타게 부르며 바르작대는 루크가 보고 싶다.

긴 기간에 걸쳐 아나킨이 아주 천천히, 그리고 집요하게 루크의 몸을 쾌락으로 길들였으면 좋겠다. 루크 쪽에서 안달할 정도로. 옷자락만 꼭 붙든 채 머뭇거리는 루크에게 아나킨이 다정하게 속삭이겠지. 원하는 걸 말해 보렴, 내 아들. 네 열망 Passion은 뭐지? 달콤하게, 루크는 애원할 것이다. Daddy, 키스해 주세요. Daddy, 만져 주세요. Daddy, 제발, 박아 주세요… 아나킨에 의해 아이의 몸은 시스의 열망에 함락되어 가고. 열망을 따를 때 포스가 너를 자유롭게 할 거란다. 기억하렴. 네 열망도, 운명도 모두 나라는 걸. 다른 건 아무 것도 없어. 모두 거짓일 뿐이다… 은하는 어찌 됐든 아들 하나만은 확실히 지배하는 아나킨이 보고 싶다.

27. 베이더루크

베이더루크는 두 사람이 극명히 대비되는 그림인 게 짜릿하다. 애초에 빌런과 주인공 관계인 것도 있고.

흉흉한 붉은빛 라이트세이버가 맞닿은 검의 맑은 푸른빛을 꺼트렸다. 암흑의 군주는 희망이라 불린 소년을 범했다. 수련을 하고 검을 쥐어도 여전히 가냘픈 소년의 팔은 제 아버지의 억센 손아귀를 벗어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아, 아버지… 억지로 다리가 벌려진 채 낯설고도 강렬한 감각에 허리를 틀며 소년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불렀다. 기계음이 섞인 거친 호흡이 귓가에 닿을 때, 소년은 움찔거리며 달뜬 신음을 한층 높이고 마는 것이었다. 읏, 아, 버지…! 아랑곳않고 추삽질을 계속하자 소년이 크게 몸을 떠는가 싶더니 밝은 금발이 어두운 갑주 위로 흩어졌다. 찬란한, 절정이었다. 부어오른 구멍에서 흘러나온 점액이 검은 망토에 희게 얼룩졌다. 소년의 뽀얀 나신 곳곳에도 울긋불긋한 자국이 남았다. 정복자의 존재를 증거하듯이.

26.

EP6 루크의 시스적인 면모가 참 매력적이라(EP4,5의 순둥이와 비교하면 갭 모에도 느껴진다) 시스 루크에 끌리다가도 결국 그의 본질은 선이다 싶어 망설이게 되는데ㅠ 그래도 역시 보고 싶으니 SW도 옆동네처럼 미러버스 했으면. 팰퍼틴 대신 미러 루크가 제다이 시절 아나킨을 꾀어 시스로 만든다든가.

25.

SW 영화 주인공들은 모두 마지막 전투에서 사실상 패배한다. 아나킨이 오비완을, 루크가 황제를, 레이가 스노크를 당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상적인 것은, 수세에 몰려 죽음이 코앞일 때 유일하게 루크만이 도움을 요청했다는 점이다. EP5에서도 다스 베이더에게 무참히 패한 루크는 누이인 레아에게 포스로 도움을 요청해 그 장소를 벗어나며, EP6에서는 아버지 베이더에게 도와달라 직접 호소한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루크가 약하다는 것이 결코 아니며, 오히려 루크의 강점이 무엇보다 선함에 있음을 보여 준다고 하겠다. 물론 루크는 선택받은 자 아나킨의 아들로 비범한 포스를 타고났지만 수련 기간이 턱없이 짧았으며, 평범한 농가에서 자랐기에 드로이드들과 오비완을 만나기 전까지 이렇다할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P6에서 베이더를 몰아붙인 것으로부터 루크를 먼치킨, 천재라 볼 수도 있으나, 작중 포스는 마음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힘이며 당시 베이더는 심리적으로 흔들리고 있었음을 감안해야 하겠다. 즉 루크가 무력으로 베이더를 압도한 것이 아니며, 악의 화신으로 알려진 그의 안에도 여전히 선이 남아있음을 굳게 믿고 그것을 피력함으로써 베이더를 감화시킨 것이 최종적인 승리의 열쇠였다.

이러한 감화가 가능했던 바탕이 바로 루크의 선함이다. 작중 루크의 행동 동기는 다스 베이더와 그로 대표되는 제국에 승리를 거두어 은하에 평화를, 포스에 균형을 가져오겠다는 영웅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적이면서 선한 것으로, EP4에서는 곤경에 처한 레아를 돕고 아버지, 오비완과 같은 제다이가 되는 것, EP5에서는 친구들을 구하는 것(이를 제다이 수련보다 우선시하기까지 한다), EP6에서는 아버지를 되돌리는 것이다. 루크는 무력에서 최강자가 아니지만, 그의 선함으로 다른 이를 감화시켜 도움을 얻음으로써 최후의 승리를 이끌어 내는 캐릭터이다. 그렇기에 그는 스타워즈 오리지널의 ‘희망’이다.

24. 아나루크

아나루크・베이더루크 하면 베이더의 우주적 집착 및 대쉬가 떠오르지만, EP6처럼 저돌적인 루크가 먼저 들이대는 것도 보고 싶다. 루크한테 꼬이는 인간들 다 처리하며 집착, 질투 어마어마하게 하면서도 친아들이라고 일말의 양심(?) 때문에 차마 다가가지 못하는 아나킨. 시스 로드의 양심이라 해봐야 얼마나 가겠나 싶어 삽질하도록 두다 의외로 아버지가 오래 버티자 보다 못한 루크 쪽에서 선수쳤으면.

아나킨이 흔들리면서도 난 네 아버지야! 외치자 그래요. 전 아버지의 아들이에요. 그리고 아버지가 가장 원하는 사람이기도 하죠. 둘을 동시에 하면 안될 건 뭔데요? 시스다운 이분법은 그만둬요. 제 아버지라며, 함께 하자며 먼저 손 내민 건 바로 아버지잖아요. 양심과 갈등해 봐야 결국 넘어올 것을 안다는 듯 느긋한 루크의 손길이 아나킨의 얼굴을 쓸어내리고, 그렇게 부자는 선을 넘겠지.

시스 다 된 듯 위험하게 굴다가도 내면은 여전히 선한 소년인 루크도 좋은데, 벌거벗은 채 한 침대에서 잠든 자신의 아버지를 내려다보며. 죄책감에 시달리는지 루크, 미안하다는 말을 연신 중얼대며 끙끙대는 그의 머리칼을 정리해 주면서 나직이. 괜찮아요. 아버지가 후회를 멈추지 못하겠다면 제가 나쁜 탓으로 해 두세요. 아버지가 저를 사랑하듯이 저도 아버지를 사랑하는 걸요. 괜찮아요.

23.

개인적으로 시퀄에서 루크 캐릭터에 의문이 남지만 그와 별개로 제자 육성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20대 초반에 은하를 구한 영웅이 되었어도, 그 후로 이어지는 긴 삶에서 뼈아픈 실패를 겪으며 좌절하는 것 또한 있을 법하다. 다만 제다이 후진 양성은 루크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데 무슨 사연이 있어 포스의 영들이 손 놓고 구경만 했는지는 의아할 따름이다.

작중 시스는 분명 악이지만, 그에 대비되는 제다이 오더가 완전히 옳은 것도 아니라는 느낌이다. 악한 욕망에 저항하라는 가르침 자체는 옳지만 그걸 전수하는 제다이들의 방식이 지나치게 억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다이의 미덕으로 묘사되는 인내, 극복(극기)은 관점을 바꾸면 순종의 강요, 개인의 억압이다. 제다이-시스, 라이트 사이드-다크 사이드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이 흑백논리처럼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이런 논리 위에서 인간이라면 당연히 겪을 법한 감정의 혼란을 지나치게 경계하며(제다이식 표현으로는 ‘다크 사이드의 유혹을 느낀다’며) 억누르려고만 하니, 그에 대한 반발로 아나킨을 비롯해 많은 제다이가 시스로 전향한 것일 테다. 시스 코드 중 ‘포스가 나를 자유롭게 한다’는 대목도 제다이 오더의 억압적인 성격에 대한 전 제다이들의 반발을 보여주지 않나 싶다. 그러므로 시퀄 루크의 실패는 제다이 체제 자체의 폐해가 많이 작용했다고 할 수 있겠다.

시퀄의 스토리와 연출에 논란이 많지만, 어쨌든 새 시대의 필요를 꾸준히 언급하며 그 중에서도 제다이 체제에 관해서는 요다가 직접 등장해 일갈하기도 했으니(루크가 실패하고 나서야 포스의 영들도 느낀 바가 있었던 건지), 앞으로 나올 작품은 변화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루크의 실패를 거울 삼아 레이나 (돌아온) 카일로가 새 제다이 체제 확립의 주역이 되거나, 혹은 EP8 마지막 포스를 쓰는 소년에서 보듯 제다이라는 체제 없이 포스를 사용하는 이들이 은하의 평화에 기여하는 양상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제다이 캐릭터들을 좋아하지만 앞으로의 작품에서는 구시대적인 체제도, 악습의 반복도 일신했으면 싶다.

22. 베이더루크

베이더루크로 루크 뒤에 라이트세이버 쑤셔박는 베이더가 보고 싶다. 검날이면 죽을 테니 전원이 안 들어온 상태의 손잡이 부분. 네가 끝까지 제다이로 남겠다면 그에 맞는 방식으로 대해 줘야겠지. 안 그렇느냐? 수갑으로 루크를 결박하고 자신은 그 몸에 손대지 않은 채, 포스로 라이트세이버를 루크 안에 밀어넣으며 제다이와 그 상징을 마음껏 유린했으면.

21. 아나루크

EP5에서 레아에게 입맞춤받은 루크가 굉장히 신나 보였는데ㅋㅋㅋ 루크는 애정을 모르고 자란 건 아니지만 척박한 타투인에서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었기에 친밀한 사이의 애정표현-스킨십을 무척 좋아할 것 같다. 루크의 표정에, 온몸에 기뻐하는 티가 팍팍 나는 게 귀여워서 종종 레아는 볼에 뽀뽀를, 한은 어깨동무를 하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겠지.

아나루크로 루크에 대한 레아와 한의 애정표현을 본 아나킨이 왜 나랑은 안 해 줘! 싶어져서-19년만에 아들 앞에 나타나 놓고 뻔뻔한 데다 유치하기까지 한 (전직) 시스 로드였다-. 루크의 뒤에서 그 아담한 몸을 폭 안았더니, 아버지? 하고 놀라는 듯하다가 이내 몸을 맡겨 오는 것이었다. 그대로 밀빛 머리카락을 만지작대다, 햇살 같은 아이의 살 내음을 따라 목덜미에 고개를 묻었다. 맨살에 닿는 숨결에 간지럽다며 아이가 웃었다. 이런 거, 좋아하니?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서 묻자,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렸다가 도로 피며 쑥스러운 기색으로 루크가 답했다. 응, 좋아해요. 저를 좋아한다는 표시인 걸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저를 좋아해 주는 게 기뻐요.

아, 사랑스런 아이- 돌아보는 그 천진한 얼굴에 아나킨은 깊게 입맞추었다. 말랑한 입술이 포개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미끄러지며 진득하게 뒤섞였다. 아이의 속살은 여렸으나 행위는 격렬하였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루크에게 아나킨이 고했다. 누구보다도 내가 너를 사랑한단다. 다른 놈들 생각할 틈 따위 없도록 사랑해 주마. 열로 들뜬 뺨을 아나킨의 서늘한 의수에 부비며 살며시 루크는 미소하였다. 응. 저도 사랑해요, 아버지.

20. 아나루크


일본어로는 커플링 이름, 다시 말해 검색어(태그)조차 존재하지 않아서, 몇 없는 아나루크 연성 중 하나. 이야기는 세 개고 각각 내용을 요약하면 선을 넘은 부자관계를 한이 목격함 / 시스 루크가 베이더와 함께함 / 파다완 루크와 팔불출 아나킨이다.

투고 제목에는 ルク라고 써 있지만 일본어로 루크는 ルーク다. 아나킨은 アナキン, 스카이워커는 スカイウォーカー, 부자는 親子. 이 키워드들을 조합해 검색하면 연애 관계는 아니어도 아나킨과 루크가 나오는 연성을 찾을 수 있다.

19. 아나루크

아나루크 비합의 관계 설정이면 체위는 에키벤일 것 같다. 루크는 시트를 쥐든 이를 악물든 해서 행위를 견뎌내려 하는데 아나킨은 루크가 전적으로 자기한테 집중하기를 바라서. 아담한 루크에 비해 아나킨이 키도 체구도 크겠다, 루크를 들고 벽에 몰아붙인 채 박았으면. 몸이 들린 채 거칠게 몰아붙여지니 싫어도 아나킨을 붙잡고 매달릴 수밖에 없고.

빻은 전개지만 나중에는 루크가 아나킨을 받아들여 합의 관계가 되는데, 보통 체위로 하면서도 전의 습관이 남은 탓에 아버지를 애타게 부르며 아나킨에게 매달렸으면. 그런 루크의 모습에 아나킨이 그래, 여기 있단다. 네 곁에, 그리고 네 안에도. 속삭이며 정복감을 만끽하는 게 보고 싶다.

18.

아나킨이랑 루크 필체 차이 최고다… 아나킨은 멋스럽고 고급스러운 느낌, 루크는 성실하게 또박또박 눌러 쓴 느낌. 다른 캐릭터들 필체도 각자의 성격을 잘 드러내는 듯하다.

17. 아나루크

루크는 잘 웃고 감정 표현에 솔직한 편이지만, 동시에 인내심도 강해서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다스리거나 다른 이들 모르게 숨기는 데도 능할 것 같다. 아나루크로 아나킨 앞에서는 숨김없이 모든 감정을 드러내는 루크 보고 싶다.

처음 루크를 안던 날, 행위에 한참 몰두하는데 위에서 무언가 뚝뚝 떨어지기에 올려다 보니 루크가 소리도 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어서. 아픈가, 싫은가 싶어 당황한 아나킨이 얼굴을 감싸며 루크? 부르니 퍼뜩 정신을 차린 듯 놀라는데 스스로도 우는지 몰랐던 것. 허둥대며 아무 것도 아니라고 웃어 보이려 하지만 눈물이 그치지 않는 루크를, 아나킨이 끌어당겨 품에 안겠지. 스스로도 눈물의 이유를 모르는 아이를 울지 말라고 채근하는 대신, 다정한 손길로 토닥이며 부드럽게 포스를 흘려보내는 아나킨.

들여다본 아이의 마음 속은 두 개의 태양이 뜬 그들의 고향과 같아, 따스하며 빛으로 충만하지만 동시에 외롭고 정에 목말라 있어서. 버석하게 마른 모래에 축복의 비가 내리자 순식간에 젖어든 것으로도 모자라 그만 넘쳐흘러 버린 것.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자신을 꼭 붙들고 우는 루크에게, 예쁜 내 아이, 너를 사랑해. 하고 충만한 사랑을 담아 입맞추는 아나킨.

그 후 루크는 첫날만큼 울지는 않지만 행위가 절정에 이를 때면 헐떡이는 와중에도 아나킨과 눈을 맞추고 그를 부르며, 미소와 눈물로 넘치는 행복감과 사랑을 전하고는 해서. 루크와의 관계를 아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인 레아와 대화 중 지나듯, 루크는 웃음도 눈물도 많아서 좀 걱정이라고 말했더니. 레아가 희한한 소리도 다 듣겠단 표정으로, 루크가 잘 웃는 건 맞지만, 남들 앞에서든 자신과 있을 때든 우는 건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그 말에 묘한 만족감을 느끼는 아나킨.

덧붙여 레아는 루크와 아나킨 양쪽의 연애상담을 들어주고 있는데, 망할 (전직) 시스 로드가 순진한 아들내미를 홀라당 벗겨먹는 현실에 복장이 터지지만, 루크의 행복을 바라기에 상담이라는 명목 하에 꾸준히 감시하는 것으로 타협하고 있다. 대개 루크를 격려하며 아나킨에게 타박을 준다.

16. 베이더루크

“He will be mine. It will all be mine.”
“그 아이는 내가 갖는다. 전부 다 내가 갖겠다.”

루크를 향한 베이더의 집착에 대해 내가 어떤 망상을 한들 공식을 뛰어넘지 못할 것 같다…

15. 아나루크

아나킨/다스 베이더가 집착의 화신인 것과 대조적으로 루크는 집착이 없는 편이다 싶다. 분명 꿈도 있고(파일럿, 후에 제다이) 친구들을 소중히 여기며 그 때문에 고집도 부리지만(요다와 수련 도중 한 일행을 구하러 감), 자신의 감정을 위해 상대 또는 다른 이들을 억압하려 들지는 않는다.

레아를 좋아했지만 한처럼 적극적 내지는 강압적인 태도는 일절 취하지 않고 오로지 호의로 그녀를 대했으며, 레아가 한과 사랑에 빠지고 또 자신과 남매임을 알자 깔끔하게 물러섰기 때문이다. 물욕이나 권력욕도 딱히 묘사된 바가 없고 분노하다가도 자제할 줄 알며(6편 황제, 다스 베이더와의 대치) 근본이 선해서, 무엇에 집착하지 않으며 평화를 수호하는 제다이에 잘 맞는 성격이라 하겠다. 아나킨이 더 오래, 정식으로 수련했지만 제다이의 규율과 맞지 않는 성정 탓에 갈등했던 것과 대비된다. 시퀄의 루크는 캐릭터 붕괴 논란이 많지만, 은하의 영웅이었음에도 다 버리고 은둔한 것 또한 그가 속세에 미련이 없음을(책임감은 논외로 치더라도) 보여주지 않나 싶다.

아나루크적으로는 루크의 집착 없는 성격에 아나킨이 불안해할 것 같다. 원작에서도 황제와의 대화 중 루크가 자신을 찾아올지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으므로. 선한 아이라 자신 같은 이에게도 아버지라며 애정을 보이지만, 그것이 레아나 한 등을 아끼는 감정과 다르기를 바라는 아나킨. 루크가 자신에게 오늘은 일하지 말고 같이 있자고 한다면 기꺼이 들어줄 텐데, 그런 말을 하는 법이 없어서 혼자 속 태웠으면. 사실은 루크에게도 아나킨이 더할 나위 없이 특별한 존재라(루크가 제다이의 길을 걷는 이유이자 방향이니), 그를 꼭 붙들며 아버지를 떠나지 않을게요. 하기에 일단 안도하는 아나킨이 보고 싶다.

14.

플러팅에 관해 하찮은 아나킨 보고 싶다. 점찍은 상대 못 꼬신 적이 없어서 본인이 플러팅 되게 잘 하는 줄 아는데 실상 센스 꽝이고 얼굴이 다 했을 뿐인 거… 루크는 교묘한 말로 이래저래 해볼 생각을 아예 안 해서 하고 싶은 말 그대로 하는데, 그 올곧음에 얼굴이 더해져 상대를 감화시키는 타입.

정반대인 듯 닮은 부자로부터 결국 중요한 건 얼굴임을 알 수 있다< 루크의 설득이 가장 잘 먹히는 상대는 다름아닌 아나킨이었으면. 잘생긴 혐성이면서 아들만은 끔찍이 아끼고 루크 말은 뭐든 들어주고 마는 게 좋다.

13. 아나루크

아나루크를 전제하고 보면 스카이워커는 위대하지만 저주받은 혈통이요, 아나킨이 포스의 균형을 이룬 선택받은 자에 루크가 은하를 구한 영웅이더라도 그들 개인의 삶은 불행일 따름이다. 비극 <오이디푸스 왕>과 닮은 꼴인데, 오이디푸스 또한 괴물 스핑크스를 퇴치하고 테바이의 구원자로 왕이 되었지만 존속살해에 근친상간을 저질러 결국 파멸하기 때문이다. 아나루크는 존속살해할 뻔하다 근친상간 루트를 타는 셈이므로, 전개는 다르지만 주요 소재가 일치한다.

스카이워커 가를 테바이 왕가에 대응시킨다면 레아와 안티고네도 유사점을 갖는다. 혈연에 의한 비극의 피해자이면서 고전의 여성 등장인물 중 드물게 적극적으로 행동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12.

어린 시절 3PO를 만든 아나킨이 다크 사이드로 전향한 뒤에도 기계 공작이 취미였다는 게 묘하게 귀엽고 (〃ω〃) 4 초반의 루크가 자기 처지에 불평하다가도 드로이드들 케어해 주면서 웃는 거 보면 부전자전이다 싶다. 루크는 파일럿 소질을 타고났지만 딱히 기계 덕후라는 묘사는 없었던 것 같은데, 아버지가 남긴 드로이드들을 처음 만나면서 그와 닮은 모습을 보이는 게 좋다///

11. 아나루크

“은하계를 파괴하는 한이 있어도 소년을 손에 넣고 말겠다.”(공식)라니 집착 보소… 아나킨은 제 사람에게만은 잘하지만(평소 제국군 병사들에 대한 폭압적 태도와 루크를 말로 회유하는 태도를 비교하면 명백하다) 동시에 파멸적으로 집착한다. 이는 제다이와 정반대 성질의 것이지만 시스의 특성도 아닌데, 시스의 성질은 소중한 이에 대한 집착 자체가 아니라 거기서 파생되는 두려움, 분노, 증오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스 베이더의 집착은 아나킨의, 아나킨적인 것이라 하겠다. 클래식에서 루크는 아나킨을 선이자 베이더가 돌아가야 할 모습이라 여기지만, 개인적으로는 베이더가 되지 않은 아나킨에게도 위험한 집착이 내재되어 있다고 본다. 이를 아나루크에 적용하면, 루크가 다스 베이더가 아닌 아나킨과 사랑을 하더라도 자신을 향한 마냥 다정하지만은 않은, 때로는 폭력적인 감정을 감내해야 한다는 말이 되겠다.

10.

https://youtu.be/wxL8bVJhXCM 로그 원 최후반부. 바쁜 분들은 50초부터. 4편이 있는 이상 설계도가 전달되는 게 기정사실인데도, 이때 베이더를 보면 반란군이 설계도를 못 전할 것만 같다. 내가 여기 군인들이었으면 싸울 엄두를 못 냈을 듯한데 이들의 정신력도 대단하다.

09.

6의 루크는 본격적으로 제다이임을 자각하며 외양, 전투 방식 등 많은 면에서 변화를 보였는데, 아버지를 닮아가는 모양새인 점이 흥미롭다. 오비완과 요다는 로브 안의 옷이 흰색, 갈색인데 이들과 달리 루크는 프리퀄의 아나킨 마냥 검은 옷을 입는다. 또 6의 첫 등장에서 루크가 사용한 포스 능력이 포스 초크와 마인드 트릭인데, 이는 클래식에서 베이더의 능력으로 줄곧 나왔던 것들이다. (물론 오비완과 요다, 황제도 사용한 적이 있지만 등장 횟수가 적으므로) 이전에 비해 6에서 유독 루크가 적에게 포스와 협박을 자주 행사하는 점도(위기 탈출을 위해서라고는 하나) 그를 베이더와 겹쳐보게 만든다. 이러한 모습들은 루크가 베이더의 전철을 밟아 다크 사이드로 전향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을 자아내며, 이 불안은 그가 베이더를 몰아붙여 손을 벤 다음 살해할 뻔한 순간 정점에 달한다. 그러나 곧 루크는 황제의 부추김을 거절하며 I am a Jedi, like my father before me. 라고 선언한다. 제다이로서 루크의 성장과 베이더 안의 선함에 대한 그의 믿음, 작품의 서사와 주제를 압축한 명대사가 아닐 수 없겠다.

08.

시퀄 곳곳에서 시리즈의 오랜 전통을 부수겠다는 의지를 발견할 수 있는데, 아나킨으로부터 루크, 그리고 레이로 넘어온 라이트세이버가 쪼개지는 것도 그 중 하나다. 5에서 베이더에게 당한 루크가 놓쳐 버렸던 것이 어떻게 마즈 카나타의 손에 있는지 좀 궁금한데.

루크가 6에서 비로소 제다이를 자칭하며 고유의 새 라이트세이버를 만들어 사용했던 것처럼, 레이도 9에서 본격적으로 제다이의 길을 걷지 않을까 싶다. 제다이 고서도 챙겼겠다. 레이가 라이트세이버를 만든다면 무슨 색이려나.

07.

Luke라는 이름의 어원은 빛나는 자라는 뜻이다. 내가 루크를 좋아하지만 어떨 때 보면 그냥 평범한데, 또 어떨 때는 정말 청순, 청초하니 빛나 보이고는 한다.
루크의 연한 색 눈동자가 참 예쁘다. 이름(스카이워커)처럼 옅은 하늘빛.

06. 아나루크

4,5에서는 포스랑 라세 조금 쓰는 수준이었던 루크가 6에 오니 로브 차림에 제다이 기사를 자칭하며 제법 제다이다워졌다. 제목도 <제다이의 귀환>이고. 와중에 누가 부자 아니랄까 봐 포스로 목 조르기에 destroy 언급(“You can either profit by this, or be destroyed.”)까지 아빠 판박이ㅋㅋㅋ

루크가 베이더랑 같은 단어 사용하는 거 너무 좋다. 맥락은 조금 다르더라도. 베이더가 황제에게 복종할 때 As you wish, 루크가 제물로 바쳐질 위기(?)에 탈출을 위한 협박 용도로 Tell them if they don‘t do as you wish~.

I felt his presence. He‘s come for me. He can feel when I‘m near. That‘s why I have to go.포스 유저들의 오해 살 만한 대사들 참 좋다^.^ 서로의 존재를 느끼는 아나루크 역시 운명이다

제다이에게 금기인 사랑 때문에 아나킨은 다크 사이드로 빠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돌아오게 한 것 또한 사랑이었다. 소중한 이들이 죽는 운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괴로워한 끝에 시스 로드가 된 아나킨이 마지막에는 자신을 붙잡는 루크에게 담담히 죽음은 피할 수 없다고 말한다. 아나킨…ㅠ

05. 아나루크

전지적 아나루크 관점에서 첫사랑이 쌍둥이 누이, 첫경험 그리고 종착점이 아버지인 루크는 어떤 불행의 별 아래 태어난 것일지. 스카이워커이기에 끌리지만 동시에 그 혈연을 저주하고, 그러면서도 완전히 미워하지도 저버리지도 못하는 루크. 그가 사랑하는 이는 결국 다스 베이더가 아닌 아나킨 스카이워커일 것이다. 제 육친과 살을 섞으며 배덕감에 몸부림치면서도 아버지라 부르기를 그만두지 못하겠지. 아버지를 부르며 안겨 오는 루크의 존재는 다스 베이더에게도 그의 안, 오래 전에 버렸다고 생각한 ‘아나킨’을 깨우고. 루크는 아나킨이 그토록 애착했던 두 사람, 슈미의 손자이자 파드메의 아들이므로 아나킨으로서 그는 이제 루크에게 애착한다. 내가 사랑한 이들의 후계이자 내 후계이니 당연히 너는 내 것이며 내 옆에 있어야 한다고.

04. 레일로

카일로에 대해 생각하다 카인이 떠올랐다. 창세기에 기록된 인류 최초의 살인자. 이름이 비슷하고 가족을 살해했다는 공통점이 있어서일까. 청소년 레일로로 레이에게 카인의 표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카일로가 보고 싶다.

>카인이 정말 비겁한 악인에 불과하다면, 신이 그에게 훈장(이마의 표적)을 내리고 보호해 주는 건 이상하지 않아? 카인은 강하고 특별한 사람이었어. 그를 두려워한 사람들이 소문을 만들어냈지.
<그 얘기를 나한테 하는 이유가 뭔데.
>네게서 보았으니까. 카인의 표적을.

같은 학교 다른 학년 사춘기 레일로가 보고 싶다. 위의 대화는 헤세 소설 『데미안』의 일부를 변용했다.

03.

작중 포스 개념이 다소 모호한 데가 있는데 어쨌든 우주의 균형을 이루는 신비로운 힘 정도인 듯하다. 이게 동인 2차창작으로 오면 모든 날조를 포스의 신비로 퉁치기에 이르는데, 원작에서도 아기를 점지하질 않나 청춘 남녀를 이어주기도 하니 세계 개변 좀 할 수도 있지! 라는 느낌

02. 레일로

슈가슈가룬을 보면 마계에서 결혼할 때 서로 하나뿐인 하트를 교환하는데, 이게 마음의 결정이라지만 마계인들은 인간과 달리 하트가 하나라 없어지면 죽기 때문에 실상 심장과 다를 바가 없다. 이 설정을 빌려와서, 서로 심장을 교환하는 레일로 보고 싶다. 대체 어떻게 심장을 교환하냐면 포스의 영험함이라고 해 두겠다.

벤과 레이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지만 각자의 집안 사정으로 헤어지게 되는데, 떨어져 있더라도 계속 함께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반드시 다시 만나고 싶다며 벤이 심장을 교환하자는 제안을 했으면. 벤이 내민 손을 레이가 마주잡으며 둘은 심장을 교환하고, 이윽고 가슴으로부터 온몸에 퍼지는 이질적인 고동에 묘한 기분이 되어 상기된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으면.

떨어져 있는 동안 두 사람은 종종 죽을 고비를 넘기는데, 심장이 노려졌을 때 레이는 담담하게 이건 내가 꼭 지켜야 하는 거니까, 하며 공격을 막아내고, 카일로는 감히 누구 심장을 건드리려 드냐며 상대를 박살낼 것 같다. 재회의 순간, 문이 열리기도 전에 커지는 고동으로부터 문 너머에 심장의 주인이 있음을 알았으면. 마침내 문이 열려 눈이 마주칠 때, 처음 상대의 심장을 몸에 받아들였던 순간과 같은 감각이 폭발하며 눈빛만으로 서로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두 사람이 보고 싶다.

01. 레일로

레이, 핀과 만나기 전 카일로는 아나킨의 라이트세이버를 접한 적은 없지만(마즈 카나타가 보관했으니) 아나킨의 아들인 루크의 제자였고 본인도 아나킨과 혈연인 만큼 포스를 통해 아나킨의 과거 일부를 본 적이 있다면 어떨까. 흉내내서 가면을 쓰고 다닐 만큼 열성적으로 외할아버지를 동경한 게, 포스를 통해 과거의 영상 일부를 직접 보고 정서적으로 영향을 받아서 그런 거였다면. 비슷하게 포스를 통해 정신적으로 교류했던 레이는 동세대라 유대를 갖게 된 반면, 아나킨은 선조이며 그 위용이 널리 알려져 있으므로 그에 대한 동경을 품게 되지 않았을까. 한편으로 위대한 그에 대해 남들은 거의 알지 못하는 개인사를 자신은 안다, 그와 혈연과 기억을 공유한다는 우월감을 가졌을 수도 있겠다.

이 설정 기반으로, 레일로 첫만남 당시 기절한 레이를 카일로가 안아들었을 때 레이에게서 모래 냄새를 맡고 상념에 잠기는 카일로 보고 싶다. 자쿠의 사막에서 살아온 레이의 체취에는 모래 냄새가 배어 있었는데, 그것이 카일로의 내면에 자리한, 타투인에 대한 아나킨의 기억을 불러일으켰으면. 어머니와 지냈던 애증의 고향, 한편으로 모래사장에서 파드메와 이야기했던 애정어린 기억. 그 때문에 카일로가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레이에게 복잡미묘한 감정을 가졌으면. 본인의 기억에서 유래한 것은 아닐지라도, 내심 근원적인 그리움과 호감을 품는 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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