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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색의 갓슈!!

제온갓슈, 듀청

by RAYO. 2022. 10. 3.

최종수정 2023. 09. 04

103.

갓슈는 방패 라실드, 제온은 검 솔드 자켈가로 대칭을 이루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갓슈가 제온에게 검술을 배우는 것도 보고 싶다. 손수 갓슈의 자세를 잡아 주는 제온, 그리고 뇌제와 같은 검술을 사용하는 왕 갓슈.

102. 제온갓슈

워터파크에 가는 벨 형제가 보고 싶다. 방어는 없고 사람만 북적이는 풀에 실망하면서도 알몸으로 뛰쳐나가려 드는 갓슈를, 제온이 붙잡아 수영복에 수모, 수경을 챙겨주겠지.

둘이서 물을 끼얹으며 장난치고, 미끄럼틀도 타며 놀다가 잠수 내기를 하는데. 고요한 물 속, 갓슈의 코에서 뽀글뽀글 올라오는 공기방울이, 갓슈의 숨이 아름답다 싶어 문득 다가가 제 공기방울을 겹쳤다가. 배시시 웃는 갓슈에게 그대로 입맞추며 그 숨을 들이쉬고 제 숨을 불어넣는 제온.

101. 제온갓슈

잠투정하는 갓슈가 보고 싶다. 잠이 안 온다고, 더 놀고 싶다고 떼쓰는 갓슈를 제온은 부드럽게 달래다가, 단호하게 엄포를 놓다가 결국 갓슈가 잠들 수 있도록 동화책을 읽어주기로 하겠지. 그래본 적 없다는 갓슈를 위해서.

하지만 제온 또한 누가 제게 동화책을 읽어준 적도, 제가 누구에게 동화책을 읽어준 적도 없는 데다, 가진 거라고는 제왕학 같은 책뿐, 동화책은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제 쪽을 보는 갓슈에게 차마 사실을 말할 수 없어서, 어느 성의 왕자 이야기라며,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던 제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제온. 중간중간 제온의 목소리가 떨리는 데서, 갓슈도 그것이 제온 자신의 이야기임을 눈치채, 그 손을 꼭 잡아주겠지.

나중에는 동화책을 구해서 자기 전에 같이 읽다 형제가 사이좋게 잠드는 것도 좋다.

100. 제온갓슈

친구들과 숨바꼭질하다가 제온의 망토 안으로 들어가는 갓슈가 보고 싶다. 여기라면 안 들키지 않겠는가! 라며 눈을 빛내는 갓슈에게, 불룩하니 다 보인다고 하면서도 내쫓지 않는 제온. 특유의 애교와 장난기로 키득거리며 몸을 붙여오는 갓슈를, 이대로 영영 제 망토 속에 가두고 싶다고 생각하기.

99. 제온갓슈

꽃밭에서 노는 벨 형제가 보고 싶다. 노란 나비가 제 코에 앉자 까르르 웃는 갓슈와, 그런 갓슈를 보며 미소짓는 중 그 어깨에 흰 나비가 살포시 앉는 제온. 가지런한 흰 화관과 삐뚤빼뚤한 노란 화관을 서로의 머리에 씌워주기.

98. 제온갓슈

마법의 거울을 제온이 보면 갓슈가, 갓슈가 보면 제온이 비치는 게 보고 싶다. 홀린 듯 갓슈는 거울을 향해 손을 뻗고, 거울면에서 손끝이 맞닿나 싶더니 순식간에 제온에게 손을 잡혀 거울 속으로 빠져들어가기.

97. 제온갓슈

학생 제온과 갓슈가 학교 화장실에서 붙어먹는 게 보고 싶다. 갓슈가 신음을 잘 못 참아서 제온이 갓슈의 입을 제 넥타이로 막는데. 제온의 체향이 밴 넥타이를 마음에 들어한 갓슈가, 나중에는 제 쪽에서 제온의 넥타이를 풀어다 입 주위로 묶은 채 물었으면 좋겠다. 목줄을 물어오는 길든 강아지처럼.

96. 제온갓슈

시린 증오 속에 갇힌 제게 따뜻한 사랑을 알게 해 준 갓슈를 제온이 못 놓는 게 좋다. 사랑이 있는 세계와 없는 세계는 그야말로 천국과 지옥처럼 달라서, 사랑을 알기 전으로는 이제 돌아갈 수가 없어서. 제온은 사랑을 알게 한 책임을 갓슈에게 요구하고, 갓슈는 언제까지나 곁에서 함께하겠다 맹세하는 것으로 그 요구를 받아들이겠지.

95. 제온갓슈. 마법의 성

용사 갓슈는 친구이자 현자인 키요마로, 그리고 다른 동료들(모브)과 함께 마왕 토벌에 나서는데, 갓슈만은 마왕과 싸움 대신 대화할 수 있기를 바라고, 키요마로만이 갓슈를 지지했음. 그렇게 앞을 막아서는 마족들을 차례차례 꺾고 갓슈 일행은 마왕 앞에 당도했지만, 마왕은 갓슈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음.

술렁이는 일행에게, 마왕 제온은 갓슈는 너희가 증오해 마지않는 마족, 그것도 마왕인 자신의 쌍둥이 동생이라고 밝혔음. 그리고 갓슈에게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네가 오기를 기다렸다, 동생인 너를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음. 또 스스로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으니 네게는 왕족의 자격이 충분하며, 이제 비천한 인간들 틈에 섞여 살 필요없이 이 성에서 같이 살자고도 덧붙였음.

갓슈에게 신경이 쏠린 듯 보이는 제온을 일행 중 한 명이 이때다 싶어 공격하자, 갓슈는 저도 모르게 그 앞을 막아섰음. 원래 갓슈의 목표가 대화이기도 했고, 가족을 모른 채 자란 저를 다정하게 가족이라 말해주는 제온이 공격당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기 때문이었음.

그러나 일행은 마왕과 똑같이 생긴, 쌍둥이 동생이라는 갓슈가 그들을 막아서고 제온을 감싸자 배신자라며 갓슈를 매도함. 애초에 갓슈가 원정에 합류한 것이 원정대를 파멸시키려는 마왕의 계략 아니냐며, 갓슈를 마왕의 밀정으로 몰아가는 목소리도 있었음.

갓슈는 오해를 풀고자 했지만 키요마로를 제외한 일행은 분노에 차 갓슈를 공격하기에 이르렀고, 저를 향해 퍼붓는 공격을 갓슈가 막아내기도 전에, 제온의 번개가 일행에게 작렬했음. 일행은 갓슈가 찰나에 필사적으로 꺼낸 라실드 덕분으로 겨우 죽음은 면했지만 빈사 상태가 되었고, 제온은 갓슈를 망토로 감싸 순간이동했음.

제온은 느긋하게 갓슈와 떨어져 있었던 동안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갓슈는 동료들 걱정으로 안절부절못했음. 그대로 두면 죽을 거라고, 그들을 치료하게 해 달라는 갓슈에게 제온은 그놈들은 너를 비난하며 공격하지 않았냐고 반문했음. 그러자 갓슈는 조금 오해가 생겼을  뿐, 그들은 이제까지 모험을 함께한 소중한 동료라고 항변했음.

갓슈의 대답에 눈을 가늘게 뜬 제온은, 자신은 너를 공격한 그놈들을 살려둘 수 없으며, 그건 내가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음. 사랑이라는 단어에 갓슈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놀라자, 제온은 그 모습이 귀여워 미소했음. 동시에 갓슈의 뺨을 손으로 쓸면서, 하지만 사랑하는 동생의 부탁이라면 들어주지 못할 것도 없다, 대신 너도 나에 대한 사랑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음.

갓슈가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제온은 약속한 거라면서 무어라 주문을 외웠음. 제온의 주문은 보랏빛 문양이 되어 갓슈의 배에 새겨졌고, 배를 만지며 어리둥절해하는 갓슈에게 제온은 약속의 증표라고 설명했음.

이후 약속대로 제온은 갓슈의 동료들을 치료해 주었지만, 그들을 성의 지하에 구금했음. 그들과 함께 인간들의 나라로 돌아가겠다는 갓슈에게, 제온은 약속을 잊었냐며 손가락을 튕겼음. 그러자 배 안이 화끈거리는 느낌에 갓슈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음.

내게 무슨 짓을 한 거냐며 따지는 갓슈에게, 제온은 태연한 얼굴로 내게 사랑을 보여준다는 약속을 지킬 때가 왔다고 말했음. 네 배에 새겨진 하트 모양의 문양은, 소지자에게 술자인 나의 정기가 주입될 때마다 안이 채워지며, 그 문양이 다 차면 동료들을 풀어주겠지만, 네가 약속을 거부한다면 그들을 죽일 수밖에 없다고도 덧붙였음.

그렇게 마왕 제온의 마법에 걸려, 평생이 가도 채워지지 않을 문양을 채우고자 제온의 품에 갇히고 마는 갓슈가 보고 싶다.

94. 제온갓슈

제온과 갓슈가 벨 가문 최후의 일원인 게 보고 싶다. 가문의 원로들은 왕인 갓슈와, 그 못지않게 강한 뇌제 제온이 각자 결혼해서 천둥의 벨의 명맥을 잇기를 바랐지만, 형제의 선택은 서로라서. 반신끼리 하나가 되는 것으로 둘만의 완전함을 이루고는, 후손을 남기지 않은 채 벨의 몰락에 함께하기.

93. 제온갓슈

억지로 키스하는 제온을 갓슈가 제지하려 들자, 제온은 선언하겠지. 물고 싶으면 물어도 돼. 그런다고 나를 막을 수는 없을 테니까. 갓슈는 몸이든 마음이든 제온을 상처입히고 싶지 않아서 멈칫하고, 그 틈에 제온은 갓슈에게 다시 입맞추는데. 너는 알까? 너의 그 상냥함이 우리를 몰락시킨다는 걸.

92. 제온갓슈

갓슈의 머리칼이 약간 흐트러져서 제온이 손을 뻗어 귀 뒤로 넘겨 주는데, 그 손에 뺨을 갖다대고 살짝 비비는 갓슈가 보고 싶다. 강아지 같은 귀여운 애정 표현.

91. 제온갓슈

AU로, 형제 간 살육전 끝에 왕좌를 차지한 다우완이 후대는 저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게 하기 위해, 쌍둥이 아들 중 동생인 갓슈를 성 밖에 버리는 게 보고 싶다. 그럼에도 사용인들 사이의 소문으로 갓슈라는 동생의 존재를 알게 된 제온은, 다우완에게 갓슈에 대해 물었다가 크게 혼나고.

다우완은 제온에게 갓슈에 대해서는 잊어버리라고, 그 애를 동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겠지. 하지만 제온은 결국 갓슈를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져서.

갓슈는 부모가 저를 버린 사정을 알고는, 제온은 나를 동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제온을 밀어내지만. 제온은 갓슈에게 가족을 원하지 않냐고, 동생이 안 된다면 내 신부가 되어라, 그러면 우리는 가족이라고 꼬드기기.

90.

인형공주 리카랑 로젠메이든 설정을 섞고 변형해서 인형 벨 형제가 보고 싶다. 평소에는 6살 모습의 2등신 솜인형인데, 인간 계약자가 마책을 들고 주문을 외치면 19살(외모는 14살) 모습의 사람으로 변하고 주술도 쓸 수 있겠지.

사람 모습이 움직이기 편하지만 계약자의 마력이 많이 들어서, 전투 때가 아니면 솜인형으로 지내는데. 아장아장 걸어가다가 퐁 넘어지고 마는 솜인형 갓슈. 2등신이라 머리가 커서 못 일어나는 바람에, 울면서 키요마로를 애타게 부르지만 키요마로는 (ㅍ▿ㅍ) 표정으로 가 버리든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찍었으면 좋겠다.

갓슈는 나중에 어찌 그럴 수 있냐며 서러움을 토로하고, 제온은 솜인형의 짧은 팔로도 열심히 갓슈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 주겠지.

89. 제온갓슈. 마법학교

해리 포터 AU로 호그와트에서 학교 생활하는 제온과 갓슈가 보고 싶다.

어디를 가든 딱 붙어다니던(정확히 말하면 제온이 갓슈를 제 곁에서 떨어지지 못하게 한 거지만) 쌍둥이가, 호그와트에 입학하면서 다른 기숙사에 배정을 받았음. 강력한 마법을 추구하는 제온은 슬리데린, 상냥한 갓슈는 후플푸프였음.

제온은 (저 때문에) 혼자 자 본 일이 없는 갓슈가 괜찮을지 걱정했지만, 갓슈는 누가 제게 다가올라치면 쳐내는 제온이 없는 기숙사에서 친구들도 사귀고 아주 잘 잤음. 오히려 먼저 버티지 못하게 된 쪽은 제온이었음. 제온은 투명 망토와 몇 가지 마법을 활용해 후플푸프 기숙사에 침입했고, 오랜만에 갓슈를 꼭 안고서 푹 잤음. 사감의 눈에 띄기 전에 슬리데린 기숙사로 돌아오려던 게 갓슈와 같이 자느라 긴장이 풀린 탓으로 늦잠을 자서, 결국 들키고 기숙사 점수를 깎아먹었지만.

기숙사가 다른 탓으로 갓슈와 함께 잘 수 없는 제온은 자는 시간 외에는 갓슈와 꼭 붙어있으려 들었고, 수업 시간에는 갓슈의 손을 꼭 잡고서 옆자리에 앉았음. 대놓고 손을 잡고 있다가 교수에게 한소리 들은 후로, 제온은 몰래 교수에게 저주를 걸 방법을 궁리하며 갓슈의 손을 놓는 대신 책상 밑으로 손을 잡았음.

벨 가문은 마법사 세계의 명문가였기에, 제온은 집에서 온갖 금서를 섭렵해 어린 나이에 어둠의 마법과 저주를 통달했음. 제온은 그 사실이 호그와트 교수들의 귀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지만, 슬리데린 학생들이 갓슈를 두고 벨 가문의 마법사면서 후플푸프에 들어가다니 얼마나 모자란 거냐고 험담할 때면 어둠의 마법과 저주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음.

어둠의 마법과 저주를 제해도 강한 마법사인 제온과 달리, 갓슈가 잘하는 건 빗자루 타기와 신비한 동물 돌보기 정도였음. 신비한 동물들은 제온을 피했지만, 갓슈는 곧잘 따랐음. 항상 다른 기숙사에 밀리는 처지인 후플푸프 학생들은 혜성처럼 나타난 갓슈를 퀴디치 팀에 넣고 싶어했고, 갓슈도 그러기를 원했지만 위험하다며 제온은 반대했음. 수색꾼으로 멋진 비행 끝에 골든 스니치를 손에 쥐고서, 객석의 환호를 한몸에 받으며 웃는 갓슈는 골든 스니치보다도 찬란하게 빛났음.

또 제온은 사람의 기억과 마음을 엿보는 레질리먼시가 특기인 반면, 갓슈는 제온이 저 말고 다른 누구를 만나지 않았는지 알아보려 틈만 나면 걸어대는 레질리먼시를 막느라 오클러먼시를 익히게 되었음. 갓슈의 패트로누스는 동양의 길다란 용으로 금빛이었고, 제온의 패트로누스는 서양의 드래곤으로 은빛이었음.

갓슈는 행복을 전하는 노란 카나리아로 변신할 수 있었고, 제온은 사나운 늑대로 변신할 수 있었음. 제온은 갓슈가 카나리아의 날개를 달고 제가 없는 먼 곳으로 떠나버릴까 봐 내심 불안해했음. 카나리아 갓슈는 늑대 제온의 불안을 달래려 그 머리 위에 앉아 노래하거나, 발랄하게 제온 주변을 날아다니며 조잘거렸음.

갓슈는 순간이동 마법의 압박감에 적응하지 못해서 빗자루로 이동하는 쪽을 선호했지만, 제온은 빗자루를 거의 타지 않았고, 갓슈가 타고 싶어할 때 뒤에 같이 타는 정도였음. 다른 마법과 마찬가지로 순간이동 마법에도 능숙한 제온은, 갓슈가 있는 곳으로 순식간에 이동하거나, 사람들 틈에서 갓슈를 빼내 사라지는 데 순간이동을 활용하고는 했음.

쌍둥이는 마법지팡이도 쌍둥이였음. 승리를 상징하는 월계수로 만들고 용의 심장을 반씩 넣은, 모양도 길이도 똑같은 지팡이. 용의 심장이 한 지팡이에 다 들어가지 않고 반으로 나눠진 이유는, 그 힘이 너무도 강력한 나머지 지팡이 하나로는 담아낼 수가 없기 때문이었음. 그리고 용의 심장을 반으로 나눠 만들어진 두 지팡이는, 운명처럼 벨 가문의 쌍둥이를 주인으로 선택했음.

제온이 갓슈와 둘만의 시간을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했기에, 쌍둥이는 학생들이 모르는 호그와트의 숨겨진 장소들을 탐험하게 되었음. 그러다가 필요의 방도 발견함. 필요의 방에서, 제온은 마법이 서툰 갓슈에게 마법을 가르쳐 주기도 했음.

깃털을 책상에 놓은 갓슈가 힘차게 "윙가디움 레비오사아!" 하고 외쳤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 갓슈는 라틴어로 된 마법 주문을 읽기 어려워했고, 종종 발음을 틀리는 바람에 마법 사용에 실패했음. 제온은 기품 있게, "윙가디움 레비오사아가 아니라,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 하며 지팡이로 깃털을 겨누더니, 이내 둥둥 띄워 보였음.

필요의 방에서 가끔 제온은 발음을 교정해 준다는 구실로 갓슈의 혀를 만졌고, 제 손으로 갓슈의 입안을 헤집기도 했음. 학년과 함께 제온이 갓슈에게 행하는 스킨십 수위도 올라갔고, 졸업이 가까워 올 때쯤 필요의 방은 신방에나 어울릴 법한 캐노피 달린 침대를 내놓았음.

88. 제온갓슈

파티에서 취한 갓슈를 밖으로 살짝 데리고 나가는 제온이 보고 싶다. 그곳에서 밀회를 즐기는 많은 연인들처럼. 부축을 받으며 어깨에 기대서는 풀린 눈으로 웃다가 휘청이는 갓슈의 몸을 제온이 받아주면서, 둘은 얼굴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마주보겠지.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키스하기.

술이 들어가며 이미 달아오른 몸에 기분 좋게 몽롱한 정신으로 나누는 키스가 황홀해서 힘이 풀린 갓슈의 허리를 단단하게 받친 채, 능숙하고도 집요한 키스를 선사하는 제온. 키스를 나누며 제온은 갓슈에게서 달달한 샴페인의 맛을, 갓슈는 제온에게서 깊은 포도주의 맛을 느끼겠지.

몸에 힘이 빠진 갓슈가 머리로는 제온이 지탱해 준다는 걸 알아도 본능적으로 제온에게 매달려서, 한없이 0에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에게 녹아 하나로 돌아가는 쌍둥이.

87. 제온갓슈

disaster(재앙)라는 말의 어원은 부서지는 별이라고 한다(dis 부정+aster 별). 금색으로 빛나는 갓슈가 별(태양도 별이므로), 파괴신 지가디라스를 지닌 제온이 별을 부수는 재앙이라고 한다면, 둘이 함께 태어난 쌍둥이라는 점은 지독할 정도로 운명적이지 않나.

86. 제온갓슈

침대에서 이제 그만하라고 애원하는데도 불 붙은 제온이 듣지를 않자, 힘으로라도 벗어나 보려고 라우자르크를 쓰는 갓슈가 보고 싶다. 그래봐야 제온에게 힘으로 밀리고, 신체 강화 효과로 감각이 예민해지는 바람에 역효과만 나겠지.

85. 제온갓슈. 전투인형

쌍둥이 전투인형 제온과 갓슈. 제온은 얼음을 빚어 만든 듯한 외형에 압도적인 전투력이, 갓슈는 햇살을 깃들인 듯한 외모에 상냥한 성격이 트레이드 마크임.

제온과 갓슈가 손을 잡으면 회로가 연결되어서, 둘이 나눠가진 번개의 힘을 하나로 합친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음. 동력을 충전할 때도 손을 꼭 잡은 채 서로에게 힘을 보태주는 쌍둥이.

갓슈는 사람들을 지키는 일이라면 몸을 아끼지 않고 나서느라 부서지는 일이 많았음. 갓슈의 정비사는 키요마로, 제온의 정비사는 듀포. 갓슈의 부품이 없어서 수리가 안 될 때면, 제온은 기꺼이 제 부품을 떼어서 내밀었음. 쌍둥이라 부품의 호환이 가능하므로.

후방 지원과 회로 증폭을 목적으로 제조된 양산형 갓슈들도 존재함. 제온은 감히 저를 양산하면 다 부숴 버릴 거라고 으르렁댄 데다, 양산을 하더라도 개체 간 협조성이 낮을 것으로 판단되었기에 양산형이 없음.

금발의 양산형 갓슈들이 노란 병아리 떼처럼 우르르 달려와 저마다 떠들어댈 때면, 키요마로는 정신이 아득해졌고, 듀포는 이미 내빼고 없었음.

제온은 제 갓슈는 오리지널 갓슈 하나뿐이라고 여겨서 양산형 갓슈들을 불편해했지만, 갓슈의 모습을 한 것들을 함부로 대하거나 부수지도 못한 채, 밝고 사랑스러운 언동에 동요함. 갓슈가 장난 삼아 양산형들 사이에 섞여서 누가 오리지널인지 맞혀 보라고 하면, 1초의 고민도 없이 귀신같이 오리지널을 찾아내는 제온.

84. 제온갓슈. 로젠메이든 AU

원작의 마물 아이들이 살아 움직이는 인형이라는 설정. 인형들은 로자 미스티카라는 동력원을 가지고 있으며, 태엽을 감아주면 눈을 뜨지만, 계약을 통해 인간에게 마력을 공급받아야 계속 움직일 수 있음.

인형사 로젠은 그의 인형들에게 서로 싸워 로자 미스티카를 빼앗고, 모든 로자 미스티카를 모을 것을 명령했음. 그렇게 함으로써 인형이 완전함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고, 완전한 인형만이 로젠을 다시 만날 수 있었음.

제온과 갓슈는 쌍둥이 인형. 제온은 로젠의 뜻대로 다른 인형들과 싸워 로자 미스티카를 모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갓슈는 다른 인형들과 싸우는 것도, 로자 미스티카를 빼앗아 움직일 수 없는 인형으로 되돌리는 것도 내키지 않아함.

제온에게 소중한 건 로젠의 뜻, 그리고 쌍둥이 동생 갓슈뿐이라, 제온은 갓슈를 독점하고 싶어했음. 그래서 갓슈가 인간과 계약하지 못하게 막고, 저만 듀포와 계약한 뒤 갓슈와 키스하는 것으로 마력을 나눠줌. 그러나 결국 갓슈는 키요마로와 계약함.

인형들에게는 저마다 가방이 있고, 가방 안에서 자는 것으로 마력을 회복함. 제온과 갓슈도 각자의 가방을 가지고 있지만, 둘은 한 가방 안에서 붙어 잤음.

제온이 로자 미스티카를 빼앗겨 움직임을 멈추면, 갓슈는 울면서 제온을 끌어안겠지. 그리고 제온이 움직일 때 종종 그러했듯, 제온의 이마에 제 이마를 맞대며 슬퍼할 것 같다.

반대로 갓슈가 움직임을 멈추면, 제온은 굳은 표정으로 갓슈를 안아들겠지. 이후 움직이지 않는 갓슈의 머리카락을 빗질하고, 옷이며 바디를 정성스레 관리할 것 같다.

한쪽이 움직이지 않게 되어도, 여전히 같은 가방 안에서 형제의 몸을 소중하게 안고 잠에 들면서, 잘 자라는 인사와 입맞춤을 건네는 쌍둥이.

83. 제온갓슈

갓슈가 제온, 하고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무슨 일인지 아는 제온이 보고 싶다. 정무로 도움을 청하는 건지, 놀자는 건지, 함께 있으니 좋아서 그냥 불러본 건지. 주위에서는 쌍둥이끼리 텔레파시라도 통하냐고 놀라는데, 갓슈의 사소한 언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는 치밀한 다정함의 결과겠지.

침대에서도 갓슈가 제온, 하고 부르면 더 해 달라는 건지, 힘들어하거나 아파하는 건지, 키스나 애무를 원해서 어리광 부리는 건지 알고 갓슈가 조르는 대로 기꺼이 해 주는 제온.

82. 제온갓슈

제온은 저와 갓슈의 근친혼을 반대하는 놈이 있으면 힘으로 밟아서 찍소리 못하게 만들겠지. 왕인 갓슈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서, 갓슈와 서로 좋아하는데 결혼을 고사하고 갓슈에게 손대려 하지 않는 전개도 생각했지만, 물러서기보다는 힘으로 밀고 나가서 원하는 바를 손에 넣는 게 더 제온답다.

81.

갓슈의 주술은 번개로 표현되는데, 물리학의 힘 분류로는 전자기력이다. 작중 묘사되는 건 지켈드의 자력 정도지만, 전자기력은 끌어당기는 인력으로도, 밀어내는 척력으로도 작용한다. 갓슈가 상냥한 왕이 되겠다는 목표에 어울리게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아이인 점, 사람을 밀어내던 키요마로도 갓슈를 만난 뒤 갓슈처럼 사람을 끌어당기게 되었다는 점과 연결시켜 생각하면 흥미롭다.

또 브라고가 중력을 조종하고, 핵무기에 비유되는 클리어를 강(한 핵)력, 약(한 핵)력(*원자핵 단위에서 융합과 붕괴를 유발)과 연관짓는다면, 왕을 정하는 싸움 최후의 3인이 자연계의 4가지 기본 힘에 대응된다고 볼 수도 있겠다.

80. 제온갓슈, 듀청

클리어 편에서 망토를 조종하며 진지한 얼굴을 한 갓슈와 앤서 토커 키요마로 페어가 제온, 듀포 페어와 꼭 닮았고, 그 모습이 제온, 듀포의 조언과 도움을 받아 강해진 결과인 게 좋다. 쌍둥이의 몸이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이어져 있는 걸로도 보이고.

왕과 그 곁을 지키는 형으로 성장하면서 서로의 영향을 받아 갓슈는 제온의 단호함을, 제온은 갓슈의 온유함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너무 많은 일을 짊어진 키요마로가 듀포의 조언으로 어느 정도는 흘려보내듯 놓을 줄 알게 되고, 반대로 아무 것도 쥐려 하지 않던 듀포는 조금씩 키요마로처럼 무언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도 좋다.

79. 제온갓슈

제온과 갓슈는 벨 일족에서 함께 태어나 기본적으로 같은 번개 주술을 사용하지만, 각자의 성격과 재능의 영향으로 주술이 대비되는 양상을 띠는 점이 흥미롭다.

이를테면 갓슈의 라실드는 아군을 지키는 방패고, 제온의 솔드 자켈가는 적을 베는 검이다. 또 갓슈의 라우자르크와 자구르젬은 스스로의 강함을 더하지만, 제온의 바르길드 자켈가는 고문으로 상대의 강함을 꺾는다. (제온도 라우자르크와 자구르젬을 쓸 수 있지만 쓰지 않으므로, 다른 주술과 비교했다.)

그리고 바오가 모든 것을 삼켜 없애는 힘이었지만 갓슈의 상냥한 마음에 의해 부정한 존재를 정화하고 포용할 수 있는 힘으로 거듭났듯, 제온의 지가디라스도 분노와 증오에 기초한 파괴의 힘이었지만 갓슈와 화해한 후로 달라졌을 수 있다고 본다.

파괴라는 힘과 그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서 누구나 제멋대로만 하려 드는 세계는 무질서이고 혼돈이니,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힘으로서 제온이 파괴를 행한다면. 왕이 된 갓슈의 상냥함이 조화를, 갓슈 곁을 지키는 제온의 힘이 질서를 가져오지 않을까.

78. 제온갓슈. 모래성

제온이 갓슈의 바오를 직접 각성시킨 뒤 싸워 이기겠다는 목표로 갓슈를 데리고 다니는 게 보고 싶다. 책 주인 키요마로도 (납치해서) 같이.

밝고 훈훈한 분위기로, 바오를 각성시키겠다고 데리고 다니는데 오해가 빨리 풀리고 갓슈랑 사이좋아지는 바람에 끝까지 바오 각성 못하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모래알을 손에 쥐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듀포의 앤서 토커가 역할을 톡톡히 하게 되는데, 갓슈의 위치, 책 주인 못 만났고 바오 미각성 상태라는 사실, 각성 방법, 책 주인(키요마로)의 위치까지 앤서 토커로 알아내므로. 물리학에서 인자가 주어지면 답을 낼 수 있는 고전역학과 달리 양자역학은 확률의 영역이듯, 앤서 토커가 답을 내는 능력이지만 답이 정해지지 않은 확률의 영역은 결과가 확률로 나온다는 날조 설정.

제온은 각성한 바오와 싸워 이기려 하는데, 갓슈를 책 주인에게 보낸 뒤 내버려뒀을 때보다 제온이 데리고 다니며 훈련시킬 때 각성 확률이 더 높고 시기도 빠르다는 답이 나와서 그대로 함. 바오의 각성 조건은 훈련과 실전으로 다다를 수 있는 일정 이상의 주술 수준, 그리고 거대한 부(-)의 감정인데, 일단 전자의 조건을 만족하려면 제온이 훈련시키는 게 효율적이었음.

영국의 숲에서 혼자 떨고 있는 갓슈 앞에 듀포와 함께 나타나, 나는 네 쌍둥이 형이며 이제부터 너와 함께 다니며 약한 너를 강하게 만들 거라고 선언하기. 제온은 갓슈를 깔보는 투로 못마땅해하며 말했지만, 마계에서도 인간계에서도 혼자 외로워하던 갓슈는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형이 저를 찾아왔고, 이제부터 함께라는 사실이 그저 기쁘겠지.

제온도 듀포도 태도가 살갑지는 않았지만, 6년 생애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의식주를 누리게 해 주고, (격렬하게 저를 거부 중이기는 하지만) 책 주인도 찾아서 붙여 준 데다, (바오를 각성할 때까지 갓슈의 책이 타면 안 되므로) 다른 마물의 습격에서 저와 키요마로를 지켜 주기까지 하니, 처음과 달리 인간계에 오게 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갓슈.

듀포는 저를 구해 준 제온에게 은혜를 갚겠다는 생각보다는, 앤서 토커 능력을 가지고도 본 적이 없는 주술과 마물의 존재에 약간이나마 흥미를 느꼈고, 달리 할일도 없으니 제온과 함께 다닌다는 느낌. 제온의 바오 각성 계획에 동참하는 건(즉, 갓슈를 훈련시키는 일에 지혜를 보태는 건), 각성한 바오의 거대한 힘과 제가 쌓아올린 힘이 부딪칠 때 새로운 경치를 볼 수 있을 거라는 제온의 말을 받아들여서.

키요마로한테 대뜸 따라오라고 해도 따라올 리가 없으니, 제온이 제가 좋아하는 높은 데로 순간이동해서 키요마로 뒷덜미 잡고 손 놓는 거랑 내 말 듣는 거 둘 중 하나 고르라고 하기. 키요마로가 전투 훈련 안 하려고 들 때 이 협박을 반복해서 마음의 힘 짜내게 만들고.

키요마로는 어떻게든 도망칠 기회를 노리지만, 듀포의 능력으로 위치를 들키고 제온이 순간이동할 수 있으니 답이 없음. 그리고 키요마로의 도주 시도를 귀찮게 여긴 듀포가 갓슈한테, 책 주인을 혼자 두면 위험하니 네가 어디든 따라다니며 지켜줘야 한다고 주입해서 순진하게 감시자 노릇을 하고 마는 갓슈.

같이 다닌지 얼마 안 됐을 때는 다른 마물을 만나면 은본조가 나서서 적본조를 지키고 상대를 순식간에 쓸어버렸지만, 적본조가 어느 정도 기초 훈련을 거친 다음에는 실전 경험이라며 싸움에 내던져지겠지.

마계에서 갓슈를 알던 한 마물이 아직 약한 갓슈를 비웃으면서, 네 책 주인도 지진아인 너한테 꼭 맞는 한심한 놈이라고 조롱하자 갓슈가 화내는 게 보고 싶다. 키요마로는 지진아인 나를 강하게 만들어 주려고 매일매일 힘든 훈련을 같이 견뎌 준다고, 절대 한심하지 않다며. 저는 갓슈를 제온의 협박으로 뜬금없이 끌려와 어쩔 수 없이 엮이게 된 귀찮은 아이라고 여겼는데, 저를 위해 진심으로 화내고, 작은 몸으로 저만이라도 지키려 필사적인 모습을 보고는 갓슈에게 점점 마음을 열게 되는 키요마로.

갓슈는 그토록 바랐던 가족이고 형인 제온을 좋아라 따르지만, 제온은 바오 각성을 목표로 분노를 애써 억누르는 중이라 제게 달라붙는 갓슈를 쳐내고, 훈련 때도 강압적으로 몰아붙이겠지. 제온더러 매정하다고, 힘든 훈련 하기 싫다고(이 갓슈에게는 강해져서 왕이 되겠다는 목표가 없고, 제온이 시켜서 훈련하는 중이므로) 엉엉 울며 뛰쳐나갔다가도, 결국 먼저 제온에게 다가가는 갓슈.

제온은 갓슈와 키요마로에게 너희는 약하니 강해져야 한다, 내가 그렇게 만들겠다는 말만 했고 바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음. 키요마로는 제온의 행동에 무언가 이유가 더 있음을 직감했지만 그게 뭔지 알아낼 단서가 없는 상태고, 갓슈는 제온의 말을 의심없이 받아들여서, 제온은 약한 저를 강하게 만들어 주려는, 제가 그려왔던 좋은 형이라고 생각하겠지.

그래서 제온이 제게 심하게 대해도 아랑곳않고 제온을 따르는 갓슈. 그 모습을 본 제온은 갓슈의 따뜻함에 흔들리면서도, 여전히 제가 겪은 고통의 원인이 갓슈라고 생각해서 밉고, 갓슈가 바보같을 정도로 저를 따르는 게 제 계획에 도움이 되는 일인데도 답답하면서 어쩐지 화가 치밀어 오름.

갓슈가 훈련 중 실수로 넘어지게 되자, 제온이 자세를 그렇게 잡으면 당연히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냐고 혼내면서도 저도 모르게 갓슈를 붙잡아 주는 게 보고 싶다. 제온의 움직임에 맞춰 제온을 붙드느라 폭 안긴 듯한 모양새로, 갓슈가 활짝 웃으면서 고맙다고 말하자 그제야 몸이 닿은 걸 인식하고 화들짝 놀라 떨어지는 제온.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증오가 무너지고, 그 자리에 사랑이라는 단단한 성을 새로 쌓기 시작해서. 놀이터에서 함께 모래성을 만들며 즐겁게 노는 쌍둥이가 보고 싶다.

77.

갓슈는 천진하고 솔직해서 귀엽고, 불우한 유년기를 겪었어도 상냥하고 강하게 자란 게 기특하다. 제온은 마계에서 손꼽히는 강자인데, 그 강함의 배경에 왕의 아들이라는 혈통도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고, 어린 나이에 피나는 노력을 했던 게 대견하다.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한 건 짠한데, 갓슈를 미워했던 이유도 아버지가 갓슈만 예뻐해서 바오를 물려주고 성 밖에서 편하게 살게 해 줬다고 생각했던 거였으니. 바꿔 말하면 동생만 예뻐하고! 나도 봐 줘! 라는 아이다운 심리였던 게 안쓰러우면서도 사랑스럽다.

또 어른들조차 두려워하는 강한 힘, 그리고 피나는 노력과 함께 쌓아온 증오로 무장했어도, 파트너의 자전거 뒤에 타면 발이 땅에 안 닿는 작은 아이인 게 귀엽다. 제온은 자존심이 센데, 성에서 자란 왕자에 강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어느 정도는 어려서 그렇다는 점을 생각하면 조금 웃게 된다.

76. 제온갓슈

제온과 갓슈가 말 그대로 서로의 반신인 게 보고 싶다. 다우완에 이르기까지 축적된 벨 일족의 번개의 힘에 바오까지 더해지면 위험성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원래 아이 한 명이 태어날 예정이었던 걸 주술을 통해 인위적으로 쌍둥이로 만들고 힘을 나눴다는 설정.

본래 하나였다가 갈라진 반신이라, 둘은 본능적으로 서로를 끌어당겨서 붙어 있으려 들었으면 좋겠다. 갓슈는 분리 주술의 여파에, 바오를 물려받은 부담도 더해져 심신 모두 발달이 제온보다 느리겠지. 제온도 반신인 갓슈를 특별하게 여겨서 애틋해하고 과보호하지만 쌍둥이 동생이라는 인식은 있는 반면, 어릴 때의 갓슈는 제온을 쌍둥이 형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연장으로 여겨서, 제온이 곁에 없으면 제 팔다리가 없어진 것처럼 불안해하면서 울었으면 좋겠다.

둘은 자라면서 자아와 개성을 각각 확립했지만 어린 시절에는 본래 하나였던 영향이 남아 있어서, 시야를 비롯한 감각 공유와 텔레파시가 가능했겠지. 어린 갓슈가 텔레파시로 제온에게 의사를 바로 전할 수 있으니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말을 못 배우다가, 제온의 꾸준한 보살핌 하에 처음 할 수 있게 된 말이 ‘제온’인 것도 보고 싶다.

75. 제온갓슈

제온이 갓슈와 가족이라는 사실이 갓슈와의 관계에서 강점이자 약점인 게 좋다. 벨 형제의 서로에 대한 마음의 크기와 무게는 제온 쪽이 압도적인데, 제온은 갓슈에게 가족이라서 타인보다 특별하고 소중한 위치를 당연하게 점할 수 있지만, 가족이기에 갓슈 입장에서 가족 이상의 감정에는 거부감부터 들 수밖에 없는 거.

74. 제온갓슈

제온은 평소에 갓슈를 과보호하느라, 관계를 가질 때 갓슈가 아플 걸 걱정해서 몸에 흔적을 남기지 않겠지. 그렇지만 누가 갓슈를 넘본다 싶을 때면, 제 거라는 표식으로 키스마크며 이빨자국을 잔뜩 남겼으면 좋겠다.

73. 제온갓슈

가끔 말 없는 위로가 필요할 때, 서로의 가슴에 귀를 대고 심장 소리를 듣는 벨 형제가 보고 싶다. 고요한 가운데 각각 느린 듯 묵직한 심장 박동과, 따뜻한 가슴에 힘차게 울리는 심장 박동에서 안정을 찾는 쌍둥이. 우리는 태어나기 전부터 함께 이 소리를 들었는지도 몰라.

72.

제온은 머리도 옷도 책도 흰 데다, 파트너 듀포와 처음 만난 곳이 북극이라 겨울 분위기지만, 한편으로 벚꽃과 참 잘 어울린다. 갓슈와의 싸움에서 제온이 깨달은 증오와 힘의 덧없음, 싹트는 사랑과 연약한 생명의 아름다움이 벚꽃을 닮아서. 겨울을 넘어 꽃 피는 봄으로 나아간다는 이미지도 있고.

71. 제온갓슈

어느 날, 우누! 하고 씩씩하게 대답하는 갓슈가 새삼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웃는 제온이 보고 싶다. 어리둥절해진 갓슈가 이름을 불러도 제온은 말없이 웃기만 해서, 갓슈는 제가 이상한 말을 했나 생각하겠지. 그러다가 ‘우누’는 이상한 겐가? 하고 묻기. 그렇지 않다고, 그 말투는 가족을 만나고 싶어했던 네 염원이 담긴 소중한 거라고 답해주는 제온. 또 어떤 모습이든 너는 너인 대로, 네가 있고 싶은 대로 있으면 된다고 덧붙이며 갓슈를 꼭 끌어안았으면 좋겠다.

70. 제온갓슈

서로를 향한 마음 때문에 지옥에 떨어진 제온과 갓슈가 보고 싶다. 갓슈는 지옥불 속을 꿋꿋하고 당당하게 나아가고, 제온은 지옥에 우글거리는 마귀들과 이글거리는 불꽃이 갓슈의 머리카락 한 올 건드리지 못하도록 감싸겠지.

지옥의 주민들은 착하고 올곧은 갓슈가 왜 여기 있는지 의아하게 생각했다가, 제온이 갓슈를 품에 끼고는 자신들을 노려보는 모습과, 갓슈의 목에 살짝 드러난 키스마크들을 보고 이유를 알게 될 것 같다.

지옥에 떨어진 죄수들의 희망은 언젠가 올 구원과 천국이지만, 품 안에 갓슈가 있으니 구원도 천국도 필요없다 여기며 지옥에 군림하는 제온.

69. 제온갓슈

거짓말은 약한 놈들, 약해서 자존심을 지킬 수 없는 놈들이나 하는 거니까, 나는 거짓말하지 않는다고. 그러니 너도 거짓말 같은 건 할 필요 없다고 갓슈에게 말하는 제온이 보고 싶다. 그 말은 거짓이 아니었지만, 갓슈가 제게 거짓이나 비밀을 만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큰 제온.

68. 제온갓슈

고운 봄꽃을 따다가 안에 든 꿀을 빨아먹는 갓슈가 보고 싶다. 그걸 본 제온은 질색을 하며 갓슈를 나무라겠지. 달고 맛있으니 제온도 먹어보라는 말에, 꽃 대신 갓슈의 입 안과 혀를 물고 빨며 꿀 섞인 달콤함을 탐미하는 제온.

67. 제온갓슈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느라 창고 구석에 숨었는데, 계속 기다렸지만 아무도 저를 찾아주지 않아서 울음을 터뜨리는 갓슈와, 그때 나타나 갓슈를 달래주는 제온이 보고 싶다.

너를 잊은 놈들 따위는 너도 잊어버리라며, 너를 찾는 건 나뿐이라고 제온은 강조했지만, 갓슈는 친구를 사귀고 싶어서 다음 날 아이들에게 어제의 숨바꼭질에 대해 묻겠지. 하지만 제온이 숨바꼭질에 대한 아이들의 기억을 지우는 바람에 아이들은 갓슈 없이 다른 놀이를 한 것만 기억해서, 머리가 이상한 애 취급당하며 제온의 뜻대로 고립되고 마는 갓슈.

제온은 갓슈와 둘이서만 노는 데 만족했고, 갓슈는 울적해했지만 다른 아이들이 안 놀아주니 어쩌지 못하던 중에, 인간이라 기억 조작이 통하지 않는 키요마로와 듀포가 마계에 나타나면서 쌍둥이에게 변화가 찾아오는 것도 좋다.

66. 제온갓슈

열네 살 제온과 갓슈가 여름 축제에 놀러가는 게 보고 싶다. 둘이 모양은 같고 색만 다른 유카타를 입고, 게다를 신고서. 어릴 때는 곧잘 손을 잡고 다니다가 자라면서 그러지 않게 됐는데, 사람이 많으니 휩쓸려 떨어지면 안 된다는 이유로 제온은 오랜만에 갓슈의 손을 꼭 잡고 다니겠지.

갓슈는 방어를 통째로 삼키듯 사과사탕을 한입에 넣었다가 딱딱해서 고생하고, 제온은 타코야끼 조금에 가쓰오부시만 왕창 올린 걸 음미했으면 좋겠다. 누가 빙수를 빨리 먹는지 내기했다가 머리가 아프다며 방방 뛰는 갓슈와, 애써 태연한 척 하는 제온.

기운 넘치게 돌아다니던 갓슈의 게다 끈이 끊어졌는데. 산 쪽 신사로 가 불꽃놀이만 보고 돌아갈 참이었기에 갓슈는 맨발로도 끄떡없다며 달려나가려 했지만, 신사로 올라가는 산길이 발에 상처를 낼까봐 갓슈를 업어들고야 마는 제온이 보고 싶다.

신사에 나란히 앉아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을 바라보며, 참 예쁘다고 갓슈가 감탄하는데. 제온의 눈에는 형형색색의 불꽃이 비추는 갓슈의 웃는 얼굴이 더 찬란해서, 무심코 입맞추기. 제온은 입술이 닿고 나서야 제가 한 짓을 자각하고 당황해서 몸을 물리는데. 갓슈 쪽에서 손을 깍지껴 잡으며 이건 소중하다는 뜻, 다시 입술을 겹치고는 이건 좋아한다는 뜻이라고 선언하는 게 보고 싶다.

65. 제온갓슈. 아침과 밤의 너에게

어두운 숲에서 혼자 떨던 네가, 우리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너의 눈을 감기고, 너를 재우는 마지막 입맞춤을 내리는 밤이 나인 것. 내가 너를 품고 잠자리를 지키는 것이란다. 동이 트기를 홀로 기다리던 네가, 함께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너의 눈을 열고, 너를 깨우는 첫 입맞춤을 건네는 아침이 나인 것. 내가 너를 감싸고 하루를 이끄는 것이란다.

64. 제온갓슈

흩날리는 벚꽃잎을 손으로 잡으려 폴짝폴짝 뛰는 갓슈와,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순식간에 벚꽃잎 다섯 장을 잡아내서는 갓슈에게 내미는 제온이 보고 싶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잡은 통에 꼬질꼬질해진 벚꽃잎과, 가지런히 모은 벚꽃잎을 바꿔 가지는 쌍둥이.

갓슈는 날리는 벚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눈을 반짝이며, 제온에게 무슨 소원을 빌 거냐고 묻겠지. 우리 둘은 계속 함께 있는 거야, 라며 맹세이자 속박에 가까운 소원을 말하는 제온을 향해, 갓슈는 자신도 제온과 함께인 게 좋다며 순수하게 기뻐하고.

소원을 실어, 제온이 모아다 준 벚꽃잎을 후 불어 날리며 천진하게 웃는 갓슈와, 갓슈가 모아다 준 벚꽃잎을 책갈피에 넣어 고이 간직하는 제온.

63. 제온갓슈

맨발의 벨 형제가 보고 싶다. 옷을 훌렁 벗어던지고는 물고기를 잡으러 뛰어드는 갓슈와, 밖에서 신발을 벗어본 적조차 없는 제온이 타협한 게 얕은 물에 발만 담그기. 물놀이를 하기는 조금 이르지만 따스한 날, 개울에서 돌 틈에 숨은 가재를 찾다가, 서로의 눈동자 색을 닮은 예쁜 돌을 주워서 나눠 가지는 쌍둥이.

갓슈는 제온에게 신발을 벗어던진 맨발의 홀가분함을, 제온은 갓슈에게 맨발이 다칠세라 손수 신발을 신기는 다정함을 안겨주겠지.

62. 듀청

가족도 친구도 없이, 학교는 진작 그만두고 아무렇게나 살아가던 듀포가 등교 거부 중인 키요마로와 원나잇 후 섹파로 지내는데. 제게는 학교를 포함해 돌아갈 곳이 없지만, 키요마로에게는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으면 좋겠다. 걱정해 주는 가족과 친구가 있고, 지금은 방황 중이어도 원래 엇나갈 성품은 아니라는 것까지 알아채겠지.

듀포가 좋은 사람이었다면, 나랑 대낮부터 뒹구는 건 그만두고 너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라고,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추억을 만들라고 충고했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듀포는 그런 인격자가 못 되었음. 듀포는 저를 포함해 인간은 없어져도 상관없고, 오히려 없어지는 게 낫다고도 생각했지만, 키요마로만은 예외였음.

영리하지만, 미숙한 소년. 그가 영리하기만 했다면 듀포와 만날 일이 없었을 테고, 미숙하기만 했다면 듀포 쪽에서 성가셔하며 그를 외면했을 것이었음. 그러나 키요마로는 듀포를 아주 귀찮게 하지 않을 만큼 영리하면서, 어쩐지 마음이 쓰이고 손이 가게 만들 만큼 미숙했음. 얕보이고 싶지 않은지 날을 세운 채 퉁명스럽게 굴다가도, 막상 몸을 섞으면 저항할 생각도 못한 채 듀포가 하는 대로 휘둘리는 점 같은 게.

듀포는 키요마로에게 살갑게 굴지도, 달콤한 말을 속삭이지도 않았지만, 그를 안을 때만은 더없이 부드럽게 대했음. 싫어하고 아파하는데 억지로 하는 건 취향이 아니었으며, 녹아내리는 듯한 표정으로 키요마로가 매달려 오는 게 좋았고, '이 사람만은 나를 받아들여 준다'고 몸이 기억하면 키요마로가 저를 떠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지 못할 테니까.

듀포는 연애에 관심이 없었고, 키요마로와 연애하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음. 하지만 키요마로와 계속 만나고는 싶었고, 그의 의도대로 둘은 점점 가까운 사이가 되어 갔음. 러브호텔에서 가끔 만나 한 번 하고 헤어지던 게 만나는 빈도도, 만났을 때 관계의 횟수도 점점 늘었고, 나중에는 키요마로가 혼자 사는 듀포의 집으로 찾아가 하루를 함께 보냈음. 소파에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고, 음식을 배달시켜 먹다가, 내킬 때 몸을 섞으면서. 사실상 연인과 다름없는데도 사귀니 마니 하는 말을 꺼낸 적이 없는 건 키요마로가 그런 데서 괜히 수줍어했고, 듀포는 키요마로를 만날 수 있다면 관계의 정의 같은 건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음.

그러던 어느 날, 듀포는 길에서 키요마로가 웬 여자아이(스즈메)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았음. 소녀는 키요마로의 동급생인 것 같았고, 키요마로는 퉁명스러운 태도로 일관했지만 상대를 싫어하지는 않는 듯했으며, 동요하고 있는 걸로 보였음. 듀포가 지금 키요마로와 유사 연인 관계인데, 키요마로가 여자아이와 사이좋아 보인다고 해서(친구 없는 두 소년의 기준으로) 질투가 나지는 않았음. 다만 듀포는 몸으로 달콤한 꿈을 꾸게 해 주면 키요마로가 돌아가야 할 현실 따위는 잊을 줄 알았는데, 스즈메를 대하는 태도로부터 괴로워하면서도 그가 언젠가 제대로 현실을 마주하며 똑바로 나아갈 것임을 직감했고, 그 사실이 몹시도 불쾌했음. 그건 곧 키요마로가 저를 떠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다는 뜻이었기에. 돌아갈 곳이 없는 저와는 다르게, 돌아갈 곳이 없는 저를 버리고서.

듀포는 키요마로가 저를 떠나지 못하도록, 그가 돌아갈 곳을 없애버리기로 마음먹었음. 그리고 얼마 뒤, 교복 차림 그대로 몰골이 엉망이 된 키요마로가 듀포를 찾아왔음. 창백한 안색으로 키요마로는 오늘 자고 가도 되냐고만 물었고, 듀포는 그러라고 했음. 키요마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듀포는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았음. 제가 사주한 일이었으니.

듀포는 키요마로와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종종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지나가는 사람한테서 돈을 뜯는 불량배 무리에게 적지 않은 금액을 쥐어 주고 사진 몇 장을 건네면서, 교실 칠판에 붙이라고 시켰음. 키요마로가 저와 함께 러브호텔에 들어가는 사진들이었음. 가뜩이나 동급생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는데, 사생활에 성적 지향까지 까발려진 채 조롱당하는 걸 견디지 못하고 키요마로는 교문을 박차고 나왔음. 하지만 이 일을 집에 알릴 엄두도 안 나고, 듀포네 집 말고는 갈 데가 없었음.

집안의 커튼이란 커튼은 죄다 치고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덜덜 떠는 키요마로를 듀포는 추궁하지도, 위로하지도 않았음. 그냥 제 집을 내어준 채 끼니 때마다 간단한 음식 정도는 먹이고, 데운 목욕물과 갈아입을 옷을 챙겨 주었음. 키요마로가 소파에서 자겠다고 하자, 듀포는 침대에서 같이 자도 된다고 말했음. 지금껏 그렇게 해 왔으니. 오늘은 할 기분이 아니라며 키요마로는 거실로 향하려 했지만, 안 할 거니까 그냥 같이 자자며 듀포가 키요마로의 손을 붙잡았음. 듀포는 체온이 낮은 편이라, 그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는 미약했음. 하지만 그것도 온기라고 지금은 거기에 기대고 싶어서, 키요마로는 듀포 옆에 누웠음. 웅크린 채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 키요마로를 바라보던 듀포는, 가만히 그를 끌어안았음. 그러자 키요마로가 흠칫하나 싶더니, 얼마 안 가 듀포의 가슴팍이 눈물로 젖어들었음. 키요마로가 들썩임을 멈추고 지쳐 잠들 때까지, 듀포는 키요마로를 놓지 않았음.

그렇게 며칠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다가, 키요마로가 슬슬 집과 부모님을 생각할 때쯤 듀포가 비행기 티켓을 내밀었음. 네가 전에 이 동네도 지긋지긋하다 그랬으니, 여행이라도 가자고. 부모님한테는 네가 준비가 되면 말해도 되지 않겠냐며, 듀포는 키요마로를 배려하는 척 그가 부모님에게 연락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음.

그렇게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키요마로가 부모님 생각을 할 때마다 듀포는 좀 더 마음을 추스르고 나서 연락해도 늦지 않다고 듣기 좋은 말로 구슬리다가, 그 핑계가 안 먹힌다 싶을 때쯤 너랑 같이 여행 다니는 게 좋다고 말하는 걸로 노선을 바꿨음. 갑자기 사라진 아들이 연락하면 부모님은 돌아오라고 할 테고, 아들과 러브호텔에 드나들며 사진까지 찍힌 남자와 쏘다니는 걸 허락할 리도 없지 않냐며.

부모님에게 연락하면 나랑 같이 있을 수 없게 되는데, 나는 너랑 같이 있고 싶다고. 너도 나랑 같이 있고 싶지 않냐는 말에, 키요마로는 그래도 부모님과 제대로 대화하는 게 맞다고 반박할 수도 있었음. 사진 사건이 없었다면. 그 사건 이후로 키요마로는 가뜩이나 학교도 안 가고 속만 썩이던 자신이 부모님에게 부끄러운 자식이 된 것만 같았고, 부모님을 볼 자신이 없었음. 부모라면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자식 걱정이 우선이겠지만, 듀포는 키요마로의 생각을 바로잡아주지 않았음.

그렇게 둘이 도피 여행을 계속하다가, 사진 사건의 배후가 듀포였음을 키요마로가 알게 되는 것도 보고 싶다. 그때쯤이면 듀포는 키요마로를 배려하는 척도 집어치우고, 그걸 알았다 한들 네가 나를 떠날 수 있겠냐고, 이제 와서 나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냐며 뻔뻔하게 나오겠지. 그 말대로 듀포 외의 모든 것을 듀포에 의해 빼앗기다시피 한 키요마로에게 듀포의 존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져 있었던 탓에, 아르바이트라도 구해서 혼자 살려 했던 키요마로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듀포에게 돌아갈 듯. 애증이 얽힌 복잡한 얼굴로 문 앞에 선 키요마로를, 듀포가 평온하게 어서 오라는 말로 맞이했으면 좋겠다.

61. 제온갓슈

영화 <날씨의 아이> 설정처럼 날씨를 맑게 만드는 힘이 있는 갓슈와, 반대로 뇌우를 부르는 힘을 가진 제온이 보고 싶다. 망토 차림의 꼬마 갓슈가 테루테루보즈(날이 맑기를 기원하며 창가에 다는 인형)를 닮기도 했고, 머리랑 눈도 해님 같은 금색이라 딱일 듯.

키요마로가 반 친구들과 친해지고 나서 처음 가는 캠핑을 기대했다가, 당일 아침에 비가 오는 걸 보고 아닌 척 아쉬워했는데. 내가 해님을 불러줄 테니 기운을 내라는 갓슈의 말을 키요마로는 믿지 않았지만, 갓슈가 손을 모은 채 누우우-! 하며 끙끙대는가 싶더니 정말로 해가 뜨겠지. 그 뒤 하나가 비가 와서 빨래를 못 널겠다며 한숨을 쉬었을 때, 우산을 안 가져온 스즈메가 갑자기 쏟아지는 장대비를 뚫고 집까지 갈 일을 걱정했을 때도 갓슈가 날이 개게 만들어 주고.

모치노키 마을 사람들은 갓슈의 능력을 신기해하고 좋아했지만, 갓슈가 힘을 쓸수록 몸이 조금씩 투명해지며 사라진다는 사실을 키요마로가 눈치챘을 무렵 제온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세계의 마력 균형이 깨져서 점점 맑은 날 없이 비만 내리는 날씨로 바뀌어 가고, 해결책은 갓슈를 희생시켜서 그 힘을 세계로 되돌리는 건데. 제온은 그걸 용납 못해서, 세계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려 드는 갓슈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유폐하겠지.

갓슈는 내가 있으면 세상에 비가 멈추지 않으니까, 내가 없어져야 한다고 하는데. 제온은 네가 있는 세상에 비가 멈추지 않는 것처럼, 네가 없는 내 세상은 눈물이 멈추지 않아서 계속 비만 내릴 테니까, 내 옆에 내 해님으로 있어달라고 하겠지. 우리가 함께 태어난 건 계속 함께 있기 위해서고, 네가 없으면 나도 없는 거라고도 덧붙이면서.

갓슈는 상대가 강압적으로 나올 때보다, 측은지심이나 죄책감을 자극할 때 흔들리는 아이라서. 완전히 내켜하지는 않으면서도 제온의 손에 이끌려 모치노키 마을을 떠날 듯.

비만 내리는 세상을 보면 갓슈가 죄책감 느끼며 슬퍼하니까, 창문이 없는 방에다 바깥 세상에서는 먹구름에 가려 보이지도 않는 해와 달과 별 장식을 달아 놓고서. 나만의 해님이라며 갓슈를 끌어안고, 따뜻한 체온과 보송한 햇볕 냄새를 만끽하는 제온.

60.

슈베르트 가곡 <마왕>처럼 키요마로가 열이 펄펄 끓는 갓슈를 품에 안은 채 말을 타고 밤길을 달리는데, 제온이 갓슈를 데려가려 했으면 좋겠다. 원래 마계의 아이인 갓슈가 사고로 인간계에 떨어져서 자라는 바람에 제온이 갓슈를 데리러 왔는데, 인간계에서 마계로 넘어가려면 방법이 죽음뿐인 거.

인간인 키요마로에게는 마물인 제온이 보이지 않아서, 망토를 흩날리는 하얀 아이가 보이지 않냐며 갓슈가 무서워해도 안개일 뿐이라며 달래고. 나랑 같이 가자며 달콤하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고 하는데도, 나뭇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일 뿐이라고 타이르겠지.

마침내 제온이 팔을 붙잡자 갓슈는 비명을 질렀고 키요마로는 더 빨리 말을 몰았지만, 의사인 알쏭달쏭 박사의 집에 도착했을 때 품에 안은 갓슈의 몸은 이미 싸늘한 게 보고 싶다.

59. 듀청

갓슈의 파트너로 수라장을 헤쳐나가다가 자극의 역치가 너무 높아져 버린 키요마로가 보고 싶다. 어지간한 자극은 느끼지도 못하고, 고통이 동반되어야 좀 느낄 수 있게 된 바람에 듀포와 처음 하는데 서지를 않는 거.

키요마로가 당황하는 찰나에 듀포는 빠르게 답을 내서, 둘이 말끔하고 단정한 외모와는 정반대로 격하고 난잡하게 뒹굴었으면 좋겠다. 듀포는 그쪽 취향이 아니다 보니 번거롭다고 생각하면서도, 키요마로가 정신 놓고 울며 매달리는 게 좋아서 어울려줄 듯.

58. 듀청

키요마로가 저를 좋아하고 스킨십도 하고 싶어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 다른 일에서는 망설이지도 몸을 사리지도 않으면서 연애 문제에서만 수줍음 타고 미적거리는 걸 듀포가 답답해했으면 좋겠다.

키요마로에게 맡겨 놨다가는 그 검은 머리가 하얗게 세도록 손 한 번 못 잡아볼 판이라 그냥 밀어붙였는데, 성격이 무뚝뚝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강압적인 분위기로 흘러가서 키요마로한테 주먹으로 얼굴 맞기.

내가 너 좋아하니까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 같냐고, 내가 네 장난감인 줄 아냐고 키요마로가 화내는데, 듀포도 같은 마음이라는 생각을 못하는 바람에 자기를 갖고 노는 걸로 오해한 상태지만 얼떨결에 고백은 했고. 둘이서 요란하게 뚝딱대지만 할 건 다 하는 게 보고 싶다.

57.

갓슈가 키요마로에게 처음으로 받은 선물이 친구(발칸)라는 점과, 키요마로가 아버지 세이타로에게 받은 14살 생일 선물이 친구(갓슈)라는 점은 겹치는 데가 있다. 각각 마계와 인간계에서 외톨이였던 두 소년이 서로에게 있어 삶을 바꿔준 친구이기도 하고.

56. 듀청. 앤서 토커를 만드는 법

연구원들이 듀포에게 너 말고도 앤서 토커가 존재하는지 물었을 때 답이 ‘그렇다’였던 데서 시작되는 if. 이어진 질문들에 듀포 이외의 앤서 토커는 단 한 명, 타카미네 키요마로라는 답이 나와서, 등교 거부 중이던 중학생 키요마로는 난데없이 납치당해 외국 연구소에 감금됨.

듀포가 키요마로를 지목한 데도, 아직 각성하지 않은 키요마로의 능력을 각성시키기 위한 방법을 내놓은 데도, 그 방법이 키요마로의 몸과 마음을 망가뜨린 데도 악의는 없었음. 오래 전부터 그래왔듯, 연구원들은 질문했고 듀포는 답했을 뿐.

능력을 각성하기 전 키요마로는 앤서 토커가 보증한 앤서 토커였고, 마침내 각성한 뒤로는 앤서 토커가 만들어낸 앤서 토커가 됨. 연구원들 사이에서 듀포는 이름의 이니셜을 딴 D, 같은 방식으로 키요마로는 K라고 불렸지만, 앤서 토커로서 듀포의 관리 코드는 SILVER였음.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키요마로의 눈동자가 형형한 금빛을 발하며 마침내 앤서 토커 능력이 각성했을 때, 키요마로의 코드는 RED가 되었음.

앤서 토커끼리의 상호작용을 관찰하려는 연구원들에 의해 키요마로는 듀포와 만나게 됨. 키요마로는 제가 연구소로 끌려온 일의 내막도 듀포의 과거도 몰랐으므로, 듀포의 사회성이 처참한 게 저와 같은 일을 겪어서일 거라 오해함(듀포는 연구소에 들어올 때부터 앤서 토커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키요마로처럼 구른 적은 없었음). 능력을 각성하기까지 몸과 마음을 혹사당한 키요마로는, 저와 듀포를 실험용 쥐 취급하는 연구원들 사이에서 같은 능력을 가지고 같은 처지에 놓인 듀포를 버팀목처럼 여기며 정을 붙였음.

학술지에 실린 난제를 함께 살펴보는 척하며 연구원들의 눈을 피해, 필담으로 혹은 암호 같은 말로 둘은 몰래 대화를 주고받았음. 키요마로는 둘이 힘을 합치면 여기를 나가는 게 꿈은 아닐 거라며 듀포에게 탈출을 제안함. 듀포는 너야 이곳을 나가서 돌아갈 집이 있을지 몰라도, 나는 그런 게 없으니 굳이 위험을 무릅쓸 이유가 없다며 거절함. 그러자 키요마로는 연구소로 끌려오기 전 나는 제대로 된 인생을 살고 있지도 않았고 삶에 의미가 없다며 비관했지만, 지금은 여기 갇혀 연구원들 좋은 일만 시켜주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삶의 의미가 바깥에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네가 당장 갈 곳이 없다면 같이 우리집으로 가자고. 네가 하고 싶은 일, 있고 싶은 곳을 찾을 때까지 우리집에 머물러도 된다고 듀포를 설득함. 듀포는 ‘같이’를 말하는 키요마로를 보며 동요하다가, 자신이 원하는 때 원하는 걸 한 가지 들어주면 탈출에 협력하겠다는 조건을 걸었음.

탈출을 목표로 둘은 연구원들의 근무 스케줄, 동선, 감시 카메라의 위치 같은 것부터 파악함. 의복과 식량, 돈, 이동 수단, 그리고 키요마로의 집이 있는 일본까지 거쳐갈 경로도 확보해야 했음.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나가며 키요마로는 정보를 얻기 위해 이런저런 기록물들을 뒤졌는데, 그러다가 제가 연구소에 끌려온 것도, 제가 당했던 고문에 가까운 실험도 듀포가 내놓은 답대로였음을 알게 됨.

앤서 토커를 원한 것도, 납치며 실험을 행한 것도 연구원들이고, 듀포는 연구소에 갇힌 처지이며 그의 성격상 악의는 없었을 것임을 머리로는 알았음. 그렇지만 겨우 능력을 각성하고 너덜너덜해진 저와 처음 만났을 때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무심하게 보던 눈동자, 그리고 티격태격하다가 지금은 친구 같은 관계로 지내면서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모습을 떠올리면 치가 떨렸음.

미안하다는 사과, 혹은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듣는다고 키요마로가 당한 일이 없어지지는 않았음. 하지만 키요마로가 화를 억누르며 제가 알아낸 정보가 사실인지 듀포에게 물었을 때, 듀포는 사과나 변명조차 하지 않았음. 그는 언제나와 다름없이 무심했고, 연구원들이 아닌 제게 분노하는 키요마로를 이해하지 못했음.

폭발한 키요마로는 너를 친구라 생각하고 믿었던 내가 바보였다고 쏘아붙인 뒤, 꼴도 보기 싫다며 돌아섰음. 그런데 듀포는 감정적인 면이 연구소에 처음 들어왔던 어린 시절에서 크게 성장하지 못했기에, 제 잘못은 생각 못한 채 같이를 말할 때는 언제고 저를 내버려둔 채 떠나려 하는 키요마로에게 배신감을 느꼈음.

듀포는 상황을 해결할, 키요마로의 기분을 풀어줄 답을 내는 대신, 키요마로가 혼자 떠나지 못하도록 붙잡고 싶다는 충동에 이끌려 무심코 내뱉었음. 전에 내가 원하는 거 하나 들어주면 탈출에 협력하겠다고 했던 거, 그 소원 말하겠다고. 지금 너를 안게 해 주면 같이 나가겠다고.

키요마로는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오냐며 기막혀했지만, 지금 이거 말고 내 소원은 없다고, 안 할 거면 탈출도 없는 거라며 듀포는 완강했음. 화는 나지만 현실적으로 듀포가 탈출에 협조하지 않는 것도 곤란해서 망설이는 키요마로를 듀포가 침대에 넘어뜨리고 위에 올라탔음.

뻔뻔한 태도며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게도, 온갖 생각과 감정으로 어지러운 키요마로의 머릿속을 통째로 녹이듯 진한 키스를 나누고서. 듀포는 금빛으로 변할락말락하는 키요마로의 눈을 바라보았음. 답을 내고 싶으면서 동시에 답을 알고 싶지 않은 질문을 안고, 혼란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눈동자.

네가 듣고 싶어하는 답, 내가 대신 말해줄까.
ー널 좋아해.

귓가에 속삭이자 크게 움찔하더니 무어라 소리치려는 키요마로의 입에 손가락을 쑤셔넣고는, 빨아. 지금 필요한 건 이거니까. 하고 명령하는 것으로 듀포는 키요마로의 말을 막았음.

55. 제온갓슈

제온과 뜨거운 밤을 보내고 지친 갓슈가 농담 삼아 내일 땡땡이 칠까, 하는 게 보고 싶다. 뒤처리는 제온이 다 해 줬고 목욕 후의 노곤함에 잠겨 엄살 겸 어리광으로 가볍게 던진 말이었는데. 제온이 진지하게 그래, 피곤하면 쉬어. 내일 일정은 조정해 놓을게, 하고 답해서 갓슈가 당황했으면 좋겠다.

엄격한 제온이라면 땡땡이를 나무라는 모습이 더 그럴 듯했지만, 갓슈 한정으로 어리광을 꽤 받아주는 것도 사실이었으니 크게 이상한 대답은 아니었는데도. 갓슈의 뛰어난 직감은 묘한 위화감을 감지했겠지. 하지만 지적인 추론이 직감을 따라가지 못해서, 농담이었다고, 허리랑 엉덩이가 아프기는 하지만 왕으로서 성실하게 일할 거라며 상황을 넘길 것 같다.

제온은 제 손으로 더럽히고 제 손으로 씻겨서 품에 안은 갓슈를 바라보며, 갓슈가 침대에서 나가지 않고 제게 안기기만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겠지. 왕으로 있겠다는 선택도,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다른 선택도 갓슈의 선택이라면 뭐든 지지하겠지만, 한편으로 저와 둘밖에 없는 세계에 가두고도 싶다고. 갓슈의 노력도 웃음도 눈물도 모두 저만의 것으로 하고 싶다는 어두운 충동을 가만히 억누르는 제온.

54. 제온갓슈

제온도 갓슈도 원하는 게 있다면 직진하는 타입이라고 생각한다. 갓슈가 길을 막는 난관을 뛰어넘어 나아간다면, 제온은 앞을 막는 것들을 때려눕히고 부수면서 전진한다는 차이는 있지만.

제온은 브라콤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할 만큼의, 갓슈를 향한 애정과 독점욕을 누가 보든 말든 드러내는 데 거리낌이 없지만, 확실하게 형제의 선을 넘는 데서는 교활하게 굴 것도 같다. 억지로 가두고 묶는 걸로 갓슈를 잡아둘 수 없음을 잘 알기에, 갓슈 스스로 제온에게 매일 명분을 만드는 것.

갓슈는 어린 시절의 영향으로 외로움을 타면서 애정을 갈구하는 면이 있고, 밝고 씩씩한 모습은 순수한 천성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지만 사랑을 받고 싶어서 그렇게 행동하던 게 습관으로 굳어진 면도 있었으므로. 넘치도록 사랑을 쏟아 주고 방해물은 티나지 않게 밟아서 치우는 것만으로도 제온은 갓슈의 몸과 마음 모두 손에 넣을 자신이 있었지만, 비정상이고 그래서 불안한 근친상간이라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보험도 필요했겠지.

그 보험이란, 올곧은 갓슈의 성격을 이용해 갓슈 쪽에서 원한다는 말을 꺼내게 만드는 것. 그렇고 그런 분위기는 충분히 만든 데다 성적인 접촉도 하지만 끝까지는 안 가고, 관계에 대해 정의하지도 않으면 피하는 건 적성에 안 맞고 똑바로 부딪치고야 마는 갓슈가 먼저 마음을 고백할 테니까.

언젠가 갓슈가 비정상인 이 관계를 바로잡고 싶어한다 해도, 먼저 사랑한다고 말한 건, 이 관계를 원한 건 너였다고, 한순간의 충동일 수 있었던 감정으로 선을 넘은 것도 나까지 그렇게 만든 것도 너였다고 말하는 것으로 제온은 갓슈가 스스로를 옭아매게 유도할 생각이겠지. 상냥하기에, 올곧고 솔직하기에 제온과의 사랑에 빠져 벗어날 수 없는 갓슈.

53. 듀청. 사이렌의 섬

로맨틱한 입맞춤은 못 되었다. 키요마로는 듀포의 멱살을 잡아채고서, 들이받듯 입술을 부딪쳤다. 오기이고 치기임을 알면서도, 그러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었다.

너는 나한테 관심 없어?

나한테 관심 없는 녀석. 내가 뭘 하든 상관 않는 녀석. 키요마로는 듀포의 무관심이 편했다. 천재라는 이유 하나로, 사람들은 늘 제게 관심이 너무 많았으니. 선망과 동경, 혹은 열등감과 질투. 형태는 달라도 키요마로가 그것을 원한 적 없다는 점에서는 같았고, 중학교에 들어갔을 무렵 키요마로는 제게 쏟아지는 관심이라면 진절머리가 났다.

그래서 저를 소 닭 보듯 하며 학교에 안 간다고 뭐라 하지도 않는 듀포의 태도가 신선했고, 또 편했다. 그가 저와 같은 천재라는 데서 오는 동질감도 있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함께 보낸 시간이 길어질수록 듀포에 대한 키요마로의 인식은 재수없는 새끼에서 이러니저러니 해도 편한 상대가 되었고, 거기에 언제부터인가 묘한 끌림이 더해졌다.

좀 더 같이 있고 싶은데, 그건 그냥 편한 상대이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그에 대해 알고 싶었다. 얼음 같은 무표정 일색인 얼굴이, 눈처럼 새하얀 머리칼이 보이는 것만큼 차갑지 않음을 손으로 만져서 확인하고 싶었다.

나는 너랑, 하고 싶은데.

천재라는 수식어도 잘난 논리도 내던진 채 달아오른 사춘기의 몸만을 부딪치며, 소년은 눈앞의 남자가 제게 관심을 가졌으면 했다. 목석 같은 이 사내가 제게 욕정하기를 바랐다. 제가 그에게 그러하듯.

듀포는 키요마로를 경멸할 수도 있었다. 키요마로가 주위에서 내미는 손길을 쳐내왔듯, 그 또한 키요마로를 내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풋내 나는 중학생의 서툴기 짝이 없는 유혹 따위에 넘어갈 이유는 없는데도, 그는 그렇게 하고 싶었다.

뭘 하고 싶은지 정도는 똑바로 말해.

키요마로가 원하는 바를 말로 하지 않는다고 해서, 듀포가 그것을 모르지는 않았다. 듀포의 말은, 어쩌면 그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학교에 가지도 않을 거면서 반듯하게 교복을 입고 나온, 어설픈 불량소년이 부끄러운 말을 입에 올리지 못한대도 듀포는 상관없었다. 심지어 키요마로가 하기 싫다고 발버둥을 치더라도, 지금의 저라면 멈추지 않을 것만 같았다. 답지 않은 짓이었다.

섹‥스, 하자고.

답지 않게 구는 건 키요마로도 마찬가지였다. 퉁명스러운 말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지만, 인간관계 따위 알 바 아니라며 내세우던, 사람에 대한 외면 대신 사람을 끌어당기려 하는 초조한 열망이 그 안에 있었다.

고작 키스 몇 번에 헐떡이는 숨이, 다리 사이를 파고든 무릎에 중심부를 비벼 오는 몸짓이 미숙해서 볼품이 없는데도. 단정하게 맨 넥타이를, 때묻지 않은 교복을 벗어던지며 매달리는 키요마로에게 듀포의 아래가 동했다. 답을 내릴 수 없는 충동이었다.

52. 제온갓슈

인간들은 신에게 기도하고, 마계의 백성들은 왕에게 기도하는데 왕인 저는 누구에게 기도하면 되냐고 제온에게 묻는 갓슈가 보고 싶다. 저를 우러러보는 백성들과, 각자의 자리에서 저만큼 바쁜 동료들 앞에서는 힘들어도 티 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숨어서 혼자 마음을 추스리는 갓슈를 찾아내는 건 항상 제온이겠지.

그러다 갓슈가 저도 모르게 불쑥 내뱉은 질문에, 제온은 기도는 힘없고 약한 놈들이나 하는 거다, 왕인 너는 약해서는 안 되니 기도할 시간에 단련이라도 더 하라고 답할 듯. 왕이 약하면 안 되는 건 알지만, 나는 제온처럼 항상 강한 모습으로 있지는 못할 것 같다며 갓슈가 힘없이 털어놓자, 제온이 네 강함은, 네 힘은 너 혼자 만드는 게 아니라고, 나도, 네 친구들도 언제든 네 힘으로서 너와 함께한다며 다독였으면 좋겠다.

51. 제온갓슈. 뽀뽀뽀

제온이 화낼 때 뽀뽀로 무마하는 갓슈가 보고 싶다. 제온이 화내는 모든 경우에 뽀뽀가 통하는 건 아니었음. 그렇지만 갓슈가 다른 친구들과 놀다가 제온과의 약속에 늦었을 때, 혹은 친구들과 놀다가 갓슈가 다쳤을 때처럼, 갓슈가 미안하다고 앞으로 조심하겠다고 말하며 진심으로 반성하는데도 제온의 표정이 풀어지지 않는 몇몇 경우에 뽀뽀는 불편한 분위기를 해소해 주는 특효약이었음.

갓슈가 그 사실을 알고 써먹게 된 계기는 우연에 가까웠는데, "제온. (모브 마물)이 잘못한 게 아닐세. 내가 혼자 넘어진 것뿐이니까, 진정하게…" "아니, 너는 잘못하지 않았어. 그놈이 있는 데 너를 혼자 보낸 내가 부주의했던 거지. 내 잘못을 바로잡으러 갈 거니까, 이거 놔." 하며 실랑이를 벌이던 중이었음.

왕좌의 주인이지만 소탈하고 상냥한 성품의(때로 제온은 갓슈의 이런 성격을 두고 무르다며 혼냈음) 갓슈와 달리, 왕자로 자라 어지간한 일은 원하는 대로 다 해 온 데다, 웬만해서는 거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강한 힘까지 가진 제온의 고집을 꺾기는 쉽지 않았음. 제온이 갓슈를 아낀다는 사실은 제온이 갓슈를 배려해 어느 정도 물러나도록 했지만, 어떤 일에서는 오히려 절대 뜻을 굽히지 않게도 만들었음.

무슨 말을 해도, 일단 뭘 좀 먹자며 주의를 돌리려고 해도(이건 갓슈 본인에게나 통할 방법이었음) 요지부동인 제온을 보며 끙끙대던 갓슈는, 먹을 것 말고 뭔가 제온이 좋아할 만한 게 없을까 생각하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그리고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 뺨에 입맞출 때 제온이 부드럽게 웃는다는 사실을 떠올렸음. 지금 상황에서 효과가 있을까 확신하지 못하면서도 갓슈가 냅다 제온을 끌어당겨 볼에 뽀뽀를 해 버리자, 한순간 제온의 움직임이 딱 멎었음. "제온…?" 조심스레 제 이름을 부르며 눈치를 살피는 갓슈를 보고 한숨을 한 번 쉰 제온은, 갓슈의 머리를 조금은 거칠게 쓰다듬더니 그날 일에 대한 추궁을 멈추고 돌아갔음.

그렇게 뽀뽀는 갓슈가 제온의 화를 풀 때 이용하는 편리한 수단이 되나 싶었지만. 여느 때처럼 제온의 뺨에 입맞추려던 갓슈를 제온이 붙잡더니 정면으로 끌어당겨 입술끼리 맞닿은 후로 볼 뽀뽀는 입 뽀뽀가 되고. 뺨에든 입술에든 한 번 쪽, 하고 말았던 게 언제부터인가 한참 혀를 섞고 나서야 제온이 갓슈를 놓아주겠지. 제온의 화를 풀려고, 제온과 화해하려고 파우드에서 지가디라스도 맞았는데 뽀뽀 정도야,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갓슈가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제온이 기분 안 좋을 때마다 갓슈를 무릎 위에 앉혀 끌어안은 채 목덜미에 키스 마크를 새기며 몸을 지분거리는 중이고, 엉덩이골에는 옷 너머로 묵직하게 성이 난 제온의 중심부가 닿아 있었으면 좋겠다.

50. 제온갓슈

갓슈가 습격에서 저를 감싸고 쓰러진 제온의 곁을 지키는 게 보고 싶다. 고비는 넘겼으니 며칠 있으면 의식이 돌아올 거라고 의사는 말했지만, 그 며칠동안 왕으로서 최소한의 정무를 보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종일 침대 옆에서 제온이 눈을 뜨기만을 기다렸으면 좋겠다. 눈을 뜨지 않는 제온에게서, 파우드에서 키요마로의 모습을 겹쳐 보며. 키요마로가 돌아와 줬듯 제온도 그럴 거라고, 제온은 강하니까 금세 일어날 거라고. 제온에게 하는 건지, 스스로에게 하는 건지 모를 말을 중얼거리겠지.

평소처럼 제온을 끌어안고 자고 싶은데 그랬다가 혹시 상처를 건드릴까 봐, 생기가 없는 제온의 한쪽 손만을 제 따뜻한 두 손으로 조심히 감싸 쥐고는 웅크린 채 제온 옆에서 얕은 잠에 드는 갓슈가 보고 싶다.

49.

마물이 10명 남고 마책이 왕의 특권을 공지할 때, 갓슈와 칸쵸메가 법률과 특권의 뜻을 모르는 장면이 나온다. 파트너들이 방어와 과자에 빗대서 설명해 주는데, 법률과 특권이 뭔지도 모르는 어린아이들이 왕 후보인 게 새삼 부조리하다 싶었다. 왕의 특권이 모든 마물의 생사여탈권인 것도 그렇고.

통치자 선발 과정이 싸움이니 결국 선발 기준이 무력인 데다, 특권을 통해 반발할 만한 세력을 미리 제거할 수도 있으니 그야말로 무력 독재 체제다. 원흉인 마책을 불태우고 혁명이라도 해야 할 판인데, 마계가 꾸준히 외계 존재에게 침략당하다 보니 무력을 우선하는 지배 체제가 유효한가도 싶다.

마지막에 모두의 힘을 모아 클리어를 물리친 게 소년만화다운 전개기도 하지만, 탈락한 왕 후보들인 동세대의 유력한 마물들이 모두 갓슈를 지지한다는 사실이 배틀 로얄로 즉위하는 갓슈에게 그나마 민주주의에 가까운 통치의 정당성과 기반을 부여하는 것도 같다.

48. 제온갓슈

갓슈 귀엽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제온이 보고 싶다. 갓슈가 어릴 때는 저를 귀여워하는 제온에게 마음껏 어리광 부리다가, 조금 자라고 나서는 이제 어린애가 아니라며 귀엽다는 말을 싫어하면 좋겠다. 쌍둥이니까 저도 제온과 똑같이 멋있는 게 좋다면서.

바로 그런 점이 귀여운 거라고 제온이 지적하자, 갓슈는 원래도 동그란 볼을 공처럼 부풀린 채 토라지겠지. 네가 나보다 키가 커지면 귀엽다는 말 더 안 하겠다며 달래는 척 은근히 또 놀리는 제온을 향해, 갓슈는 아바마마만큼 커져서 내려다 봐 줄 거라며 투지를 불태우지만. 성장기가 지나고도 갓슈의 키는 제온이 머리를 쓰다듬기 편한 정도에, 몸집도 제온의 품에 쏙 들어가면 좋겠다.

47. 듀청

마물 아이들이 없는 세계에서, 장례식에 나란히 조문 간 듀청이 보고 싶다. 새까만 머리와 눈, 날선 표정으로 우울한 검은 양복이 어울리는 키요마로와, 정반대로 새하얀 머리와 눈에 무심한 표정 탓으로 조의를 표하는 검정이 지독히도 안 어울리는 듀포.

고인의 죽음과 관련해 키요마로를 탓하는 이들이 있고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는 바람에, 비난 섞인 시선과 경멸조의 수군거림 속에서 키요마로는 끝까지 빈소를 지켰고, 듀포는 죽음에 감흥이 없지만 키요마로의 곁을 지켰음.

며칠 잠도 안 잔 키요마로가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는데, 입구에 듀포가 기다리고 있었음. 안에 비었다고 말하는 도중 키스로 입이 막히고 칸에 밀어넣어짐. 미쳤냐는 키요마로에게 듀포는 너는 쓸데없는 생각 좀 그만할 필요가 있다, 큰 소리 내면 들킬 거라는 말만 하고 그대로 일을 치름. 사정하자마자 기절한 뒤, 빈소 옆 방에서 듀포의 옷을 덮고 키요마로는 며칠만에 잠을 잤음.

키요마로가 이것저것 생각하느라 땅 파고 들어가려 하면 그 몸을 안아서 생각을 멈추게 만드는 듀포. 좋은 머리로 부정적인 생각만 할 바에야 생각을 안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고 몸으로 전하는 나름의 위로이기도 했지만, 둘 다 문제에 직면하는 법을 몰라서 회피만 하느라 희망은 없는.

46. 제온갓슈. 불온한 검은 피

악신 바오의 그릇 갓슈가 보고 싶다. 악신을 모시고 저주를 업으로 삼는 일족에서 태어났지만, 부부는 쌍둥이 형제를 데리고 가문을 나가 평범하게 살고자 했음. 형제가 3살 되던 해, 가족이 타고 가던 차가 큰 사고를 당하기 전까지는. 부부는 처참한 모습으로 즉사, 갓슈가 껴안고 있던 제온은 경상, 그리고 갓슈는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음.

부모 잃은 형제는 일족의 본가에 맡겨졌음. 제온은 저주 교육을 받게 되었고, 갓슈는 신당에 갇힘. 음산한 기운이 감도는 저택에서도 가장 깊은 곳, 금줄이 쳐진 신당에서 입구에 덕지덕지 붙은 부적만큼이나 노란 머리칼을 하고서, 불길한 주문처럼 시뻘건 핏물을 입가에 뚝뚝 흘리며 갓슈는 제사상에 올려진 날고기를 뜯어먹었음. 일족에게 중요한 건 갓슈 안의 신이었지, 갓슈가 아니었기 때문에 주방에서 제사상을 차리느라 제 식사가 뒷전일 때면 갓슈는 눈치를 보다가 제사 음식을 집어먹는 걸로 허기를 달랬음.

제온은 어린 나이에도 저주 일을 해서 들어오는 돈을 모았고, 틈틈이 가문의 서고에서 악신에 관한 금서들을 읽었음. 갓슈를 악신에게서 해방시키고, 함께 가문을 나가 자유롭게 사는 것이 제온의 목표였음. 제온이라고 갓슈가 섬뜩했던 적이 없지는 않았음. 커다란 노란 눈동자 너머에서 거대하고 불길한 존재가 저를 바라보는 게 느껴질 때가 있었음. 하지만 하나뿐인 동생이 사랑스럽고, 저를 보고 웃는 얼굴이 귀엽고, 신의 그릇 역할을 강요받는 게 가엾다고 제온은 생각했음. 어느 밤, 갓슈의 모습을 한 귀와 귀접할 뻔하기 전까지는.

갓슈의 얼굴로 색기 넘치게 눈을 휘어 웃던 귀의 모습을 머릿속에서 지우기 위해 애쓰는 제온에게 갓슈가 괜찮냐고 물었음. 잠을 좀 설쳤다고 제온이 얼버무리자, 갓슈는 그러고 보니 간밤에 제온이 나오는 꿈을 꿨다고 함. 꿈속의 저랑 무얼 했냐고 제온이 다급하게 추궁하자, 뽀뽀를 하고 싶다 그랬는데 어쩐지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안 했다, 느낌이 이상한 꿈이었는데 지금 제온한테라면 얼마든지 뽀뽀해 줄 수 있다며 갓슈는 웃었음.

제온은 제 핏줄에 내려진 저주가 바오의 존재뿐만이 아님을 알게 됨. 피붙이를 원하고, 같은 피를 타고난 것끼리 붙어먹는 저주. 제 부모도 사촌지간이었다고 했음. 대대로 근친상간이라는 금기를 범하는 것으로 바오의 힘은 강해졌고, 제 씨로 갓슈가 잉태한다면 바오의 다음 그릇은 그 아이였으며, 그게 바오의 노림수였음.

갓슈를 구해줄 수 있는 건 자신뿐인데, 제가 갓슈의 곁에 더 있다가는 부모의 운명을 반복하게 생겼으니, 갓슈의 손을 뿌리치고 저택을 뛰어나와 제온은 고뇌했음. 그때 누군가 제온에게 말을 걸었음. 너, 저주받았구나. 서양 교회 소속의 구마 사제(엑소시스트), 듀포였음.

제온의 사정을 들은 듀포는 보조 사제 키요마로와 함께 갓슈 안의 바오를 구마하기로 했음. 구마 의식의 진행은 듀포와 키요마로가 하지만, 거대한 힘을 지닌 바오가 날뛸 경우 저지를 위해 제온도 곁을 지키게 됨. 가문의 교육을 받은 제온은 우수한 주술사였고, 일족의 피, 특히 바오의 그릇인 갓슈와 가장 가까운 제온의 피는 바오에 대해 강력한 주술적 속박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었음.

의식 도중, 갓슈의 몸을 차지한 바오는 지금도 너는 이 몸을 안고 싶지 않냐며 제온을 유혹했음. 네 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욕정이 향하는 대로 한 배에서 난 동생을 범하라며 조롱하다가, 갓슈인 척 아프니까 이것(손발을 묶은 끈) 좀 풀어달라고 신음을 흘리며 애원도 함. 제온은 듀포와 키요마로가 준 기도문 중,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하는 대목을 몇 번이고 읽었음.

45. 제온갓슈

사랑한다는 제온의 말에 눈물 그렁그렁한 채 세상을 다 가진 듯 환하게 웃는 갓슈가 보고 싶다. 갓슈의 머리에 왕관을 씌우고,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우며 제온은 이 세계(마계)의 전부가, 그리고 네가 사랑하는 내가 네 것이라고 달콤하게 속삭이는데. 둘의 발 아래는 피의 강이고 시체의 산이면 좋겠다.

44. 제온갓슈

갓슈를 무도회 파트너로 삼은 제온이 보고 싶다. 파트너의 증표로 제온의 가슴에, 갓슈의 손목에 서로 꽃을 달아주는데, 파트너 없이 친구들이랑 놀려다가 끌려온 갓슈가 표정이 안 좋자, 제온이 갓슈의 손목에 키스마크를 남기고는, 잘 차고 있어야 할 거라며 자국 위로 꽃 장식을 채웠으면 좋겠다.

43. 제온갓슈

짐승처럼 입마개가 씌워진 갓슈와, 검은 가죽장갑을 낀 제온이 보고 싶다. 주술을 발동하는 신체 부위를 가리는 게 마계의 예법 중 하나인데, 손이면 장갑, 입이면 얼굴 아래를 가리는 베일을 쓰지만, 갓슈가 입마개를 한 건 납치당했다가 왕궁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을 납치해 주술 도구로 부리며 범죄를 저지르는 조직에 잡혀간 갓슈는 제가 맞더라도, 굶더라도 주술로 남을 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같이 잡힌 다른 아이들을 볼모로 협박당하자 어쩔 수 없이 주술을 사용했겠지. 조직에 필요할 때 외에는 마력을 봉인하는 입마개가 씌워지고.

왕궁의 끈질긴 추적 끝에 조직은 덜미를 잡히고 갓슈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지만, 정서가 불안해서 위험하다는 판단 하에 입마개를 찬 채 감금당하는데. 갓슈가 불안한 상태기는 해도 공격성은 없음을 유일하게 알아챈 제온이 갓슈의 입마개를 풀어주는 것도 보고 싶다. 갓슈가 놀라며 당황하자, 제온은 이런 게 없다고 너한테 당할 만큼 내가 약해 보이냐고 반문하겠지. 예법 때문에 훈련 때를 제외하면 늘 장갑을 낀 제온이 갓슈에게 닿을 때만은 항상 맨손이면 좋겠다.

42. 제온갓슈

갓슈가 키요마로의 열네 살 생일 선물이었다는 걸 들은 제온이, 자신과 갓슈의 열네 살 생일에 갓슈한테 생일 선물로 너를 받고 싶다고 말했으면 좋겠다. 서로를 생일 선물로 주고받는 쌍둥이.

갓슈가 왕이고, 제온도 왕족이라 필요한 거나 원하는 건 부족함 없이 가질 수 있을 테니 선물로 뭘 주고받을지 상상이 잘 안 가는데. 갓슈는 제온에게도 친구가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며, 외전에 나온 것보다는 원형에 가까워진 발칸을 선물한 적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느 정도 자란 뒤 제온은 갓슈에게 악세사리 종류를 선물하지 않을까. 귀금속은 고가라 왕족다운 선택이기도 하고, 기능성을 위한 약간의 마력(위치 추적과 통신, 간단한 방어 주문 발동이 가능함), 그리고 애정과 소유욕을 담아서.

제온이 갓슈의 귀를 직접 뚫어주는 것도 보고 싶다. 제온의 동작은 훈련 때와 다름없이 빠르면서 정확했지만, 귀를 뚫는 순간 불에 덴 듯한 아픔과 그때 자신을 향했던 제온의 시선을 오래도록 곱씹으며 묘한 기분을 느끼는 갓슈. 제온은 갓슈의 귀를 뚫은 뒤 귀고리를 끼워 주며, 잘 어울리는구나. 생일 축하한다, 갓슈. 하고서 갓슈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추겠지. 같은 귀고리를 한 쪽씩 나눠 끼는 쌍둥이.

제온과 갓슈가 성인이 되는 생일에는 반지를 교환했으면 좋겠다. 나는 네 것, 너는 내 것으로 서로를 주고받았던 열네 살 때의 약속을 되새기면서.

41. 제온갓슈

로프스의 탈락 후 이어지는 갓슈의 악몽은, 갓슈 안에서 지금까지 싸움에서 입은 상처보다, 마물 친구와 헤어진 슬픔보다 제온에 대한 두려움이 컸지만(제온이 나오면서 훈훈한 음악이 멈추며, 꿈에서 깰 정도의 충격으로 작용한다. 현실에서 바오 자켈가를 각성하기도 했고), 악몽에서 깨며 열이 내리고 건강해지듯, 갓슈가 강해지고 제온과의 갈등을 해소할 거라는 암시로 보인다.

다르게 보면,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고는 해도 상처나 슬픔은 남는데 망각(제온이 갓슈에게 선사한 것)이 있기에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도 같고.

제온이 마계의 악몽인 것도, 갓슈의 악몽인 것도 좋다.

40. 제온갓슈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갓슈가 눈을 뜨면 곁에는 제온이 있는데. 네가 사고로 기억을 잃었지만 내가 지켜주고 돌봐줄 테니 안심하라며, 너는 갓슈 벨, 나는 쌍둥이 형 제온 벨이라고 소개하기를 사실 수백, 수천 번째 반복 중인 게 보고 싶다.

시간을 돌리든 갓슈의 기억만 지우든, 반복을 행하는 주체는 제온이라는 설정. 이유는 갓슈를 가둔 채 독점하고 싶어서여도 좋고, 갓슈를 죽음의 운명에서 구하기 위한 회귀여도 좋고, 바오를 봉인하기 위해 갓슈를 죽이는 대신 각성의 조짐이 보일 때마다 기억을 지우게 된 거여도 좋다. 애니 파우드 편은 총체적 난국이지만, 제온이 갓슈의 기억을 다시 지운다는 소재는 솔깃했다.

39. 제온갓슈

벨 형제의 첫만남에서, 인간계에 도착해서 파트너를 확보하자마자 갓슈부터 찾아 증오를 드러내는 제온과, 제온을 만나기 전에는 외로움에, 만난 후에는 두려움에 떠는 갓슈의 대비가 최고다. 같은 어린아이면서 갓슈는 경계심이 없고 저항도 못하는 천진함과 약함이, 제온은 잔혹함이 부각되는 것도.

38. 제온갓슈

주위에서 간식 주는 대로 덥석덥석 받아먹다가 충치 생긴 갓슈가 보고 싶다. 한바탕 울고불고 치료받은 뒤 갓슈에게 제온이 간식 금지령을 내리는데. 몰래 간식을 먹지 않았는지 검사한다는 명목으로 입 안을 집요하게 훑으며 키스하겠지.

단 음식을 먹었는지 검사하기 위해 하던 키스가, 점차 단 걸 먹고 싶을 때 찾는 대체물이 되는 것도 좋다. 둘이 있을 때 가볍게 쪽 입을 맞췄다가, 장난치듯 혀를 살짝 내민 채 마주 핥다가, 이내 진득하게 서로를 탐하며 얽혀드는데. 사탕이나 초콜릿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녹아버릴 듯 달콤하면서 야릇하게 키스하는 쌍둥이.

37. 듀청

첫눈 오는 날 재회하는 듀청이 보고 싶다. 첫눈은 반가운 소식이라더니. 그렇게 말하며 키요마로가 웃는데, 겨울 바람에 볼이 발갛게 물든 채라. 무심코 양손을 가져다 댔다가 그대로 입맞추는 듀포. 한 소년의 뺨은 붉고, 다른 소년의 손은 흰데. 하얗게 흩날리는 눈 속에서 맞닿은 입술만 붉게.

36. 제온갓슈

갓슈에게라면 무엇이든, 몸과 마음은 물론 왕좌까지도 내줄 수 있지만(마계의 왕위 계승이 싸움을 통한 선발 대신 혈통에 기반한다고 할 때) 갓슈만은 제가 가져야 하는 제온.

35. 듀청+제온갓슈. 페인킬러

천재 범죄자x천재 경찰+마피아 보스x경찰.

키요마로는 캐리어 출신의 고위직 경찰. 어린 시절 친했던 친구 A(원작 등장인물 아님. 오리지널 모브)가 살해당한 사건이 미제로 남은 걸 계기로 경찰을 지망하게 되어 꿈을 이뤘음. 능력이 있는 만큼 키요마로가 담당하는 사건은 주로 국제적 규모의 거대 범죄인데, 최근 테러나 마약 유통 등 굵직한 사건들의 배후에 공통적으로 D라는 인물이 있었음. 키요마로는 꾸준히 D에 대한 단서를 찾아, 그의 아지트를 급습, D를 체포할 계획을 세웠음.

마침내 작전 당일, 수사관 여럿과 함께 현장에 도착했지만 최심부까지 돌입하는 데 성공한 건 키요마로뿐이었음. D의 방으로 추정되는 곳 앞에 도착해 권총을 들고 주위를 살피던 키요마로를, 덤덤한 목소리가 불러세웠음. 오랜만이야, 키요마로. 당황해서 돌아본 곳에 자리한 목소리의 주인은, 창백하면서 어딘가 살아있지 않은 듯한 인상의 남자였음. 네가 D? 나를 어떻게 알지? 키요마로의 추궁에 남자는 표정 없는 얼굴 그대로 미세하게 눈썹만 들어올렸는데, 키요마로는 그 행동이 대답할 가치가 없다는 무언의 의사 표시임을 왜인지 알 수 있었음.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근원 모를 기시감, 동시에 경찰로서 범죄자라면 숱하게 봐 왔음에도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키요마로의 주의가 흐트러진 순간, 목에 가늘고 날카로운 무언가가 꽂히는 감각과 함께 의식이 멀어져 갔음.

키요마로의 부친 세이타로는 영재교육 분야의 권위자로, 연구와 보호를 겸해 어린 천재 듀포를 맡게 됨. 세이타로는 듀포가 키요마로와 나이도 비슷하고 머리가 좋다는 공통점도 있으니, 두 아이가 좋은 영향을 주고받기를 바라며 집으로 데려옴. 듀포는 자신과 비슷할 정도로 똑똑해서 말이 통한다는 느낌을 주는 키요마로를 마음에 들어했지만, 키요마로는 평범한 동네 친구들을 더 좋아했고 그들과 놀고 싶어했음.

듀포는 연구소에 갇혀 지낸 시간이 길었던 영향으로 실내에서 조용히 블럭 쌓기나 보드게임 하기를 선호했는데, 키요마로는 공원에서 떠들썩하게 뛰어노는 게 즐겁다고 여겼음. 키요마로가 듀포의 손을 잡아끌고 아이들에게 데려가도, 듀포는 무슨 놀이를 하든 쉽게 이겨버리는 데다, 뭐든 시시하다는 표정으로 너 머리 나쁘다는 말이나 해 대니 아이들과 어울릴 수가 없었음.

키요마로가 유독 친구 A 이야기를 자주 하고, 자기랑은 안 놀면서 A랑은 놀고 싶어하자 듀포는 A를 죽여버렸음. 연구소에서 듀포가 실험에 응하는 대신 쥐와 놀고 싶어했을 때, 연구원들이 쥐를 죽이는 걸 봤기 때문에. 그리고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키요마로라면, 이제 움직일 수 없는 A 대신 자신과 놀 테니까. 어린 나이에 살인을 저질러 놓고도 한 점 동요도 없이 그렇게 말한 듀포는, 천재가 감옥에서 썩는 건 낭비라는 국가의 판단 하에 국가 소속 비밀 연구소로 신병이 옮겨졌고, A의 사건은 대외적으로 미제 처리되었음. 키요마로는 너무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무의식적 방어 기제로 듀포의 존재를 잊어버렸음.

듀포는 다시 연구소에 갇혀 앤서 토커로서의 능력을 발현하고, 착취당하다가 탈출했음. 국가 정보기관의 추적을 피하려다 보니 듀포는 자연히 뒷세계로 흘러들어갔고, 범죄계의 큰손이 되었음. 생활이 안정되자 키요마로에 대해 조사한 듀포는 그가 경찰이 되어 자신이 관여한 범죄를 수사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키요마로가 자신을 찾아올 수 있도록 교묘하게 유도했음.

듀포와의 재회에서 그에 의해 기절했다가 깨어난 키요마로는 다른 곳으로 옮겨져 있었음. 주사된 약물의 효과로 기억을 되찾고 상황을 파악한 키요마로는 A의 사건도, D로서 일으킨 범죄도 자수하고 죗값을 치르라고, 연구소 같은 데로 끌려가지 않도록, 복역하고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자신이 돕겠다며 듀포를 설득하려 했지만, 듀포는 말없이 서류철 하나를 내밀었음. D의 동료인 키요마로를 국제 지명 수배한다는 내용으로, 듀포가 행한 공작의 결과였음.

여기에 제온갓슈를 얹어서 듀포의 큰 거래처 중 하나인 마피아 벨의 수장이 제온이고, 갓슈는 키요마로의 부하로 논캐리어 출신 경찰임. 갓슈는 자신의 출생이나 가족에 대해 모름. 제온은 듀포의 일 처리가 깔끔해서 마음에 들어하고, 듀포도 제온이 뒷배가 되어 주면 편리하다고 생각함.

제온이 몰래 갓슈를 걱정하고 지켜준다는 사실을 알고, 키요마로는 자신이 갓슈의 상사라는 점을 내세워 제온과 거래를 시도함. 자신에게 지명수배범 낙인이 찍혔어도 갓슈라면 납득하지 못하고 듀포에 대해 무리해서라도 조사하려 들 거라고. 자신을 여기서 꺼내 갓슈와 만나게 해 주면 위험한 일에 발 못 들이도록 설득하겠다고. 물론 말만 그렇게 했지 키요마로는 갓슈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음. 네 걱정에 갓슈가 몸 상하는 꼴은 더 못 보겠으니 일단 만나게는 해 주겠지만, 허튼짓해서 갓슈한테 생채기 하나라도 생기면 네 목숨으로 보상하게 될 줄 알라는 제온의 살벌한 으름장과 함께 둘의 거래가 성립함.

경찰 콤비 적본조와 범죄 콤비 은본조가 쫓고 쫓기는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34. 제온갓슈

재앙과 희망이 쌍둥이인 게 보고 싶다. 제온이 재앙이라 가는 곳마다 검게 탄 재만 남고 살아있는 것들의 씨가 모조리 마르는데, 죽음이 내린 땅 한가운데 티끌 하나 묻지 않은 뽀얀 모습으로 보송한 햇볕 냄새를 품고 선 갓슈. 폭풍의 눈이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고요하듯. 재앙의 사랑을 받는 희망.

재앙 제온과 희망 갓슈가 한 쌍으로 창조되었고 재앙이 희망을 싸고 도는 까닭으로, 지상의 사람들은 재앙이 닥쳐도 희망을 바라보며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되었다. 재앙의 품에 안겨서도 홀로 파멸하지 않는 희망이야말로 저주스럽고 끔찍하다 여기는 자도 있었으나. 갓슈는 종말까지는 이르지 않도록 제온을 제지하는 역할도 했는데, 웬 겁 없는 인간이 갓슈를 인질로 잡고 제온을 복종시키려 했다가 분노한 제온에 의해 세상이 멸망한 적이 있다. (이후 신이 재창조를 행했다.) 제온의 폭주를 억누르는 고삐인 동시에, 제온이 폭주하게 만드는 역린이기도 한 갓슈.

33. 제온갓슈

모두를 지키는 왕 갓슈와, 갓슈를 지키는 제온. 스스로를 희생하더라도 제온과 세계 모두를 지키려는 갓슈(내가 없더라도 내가 사랑한 세계를 그대에게). 갓슈를 위해 갓슈가 지키려는 세계를 지키지만, 세계를 위해 갓슈가 희생해야 한다면 세계보다 갓슈를 선택하는 제온(네가 곧 내 세계).

32. 제온갓슈

다른 마물 아이들이 자기랑 안 놀아주고 자기를 피하니까, 제온 붙들고 제온은 어디 가면 안 된다며 계속 같이 있어달라고 매달리는 갓슈가 보고 싶다. 제온은 당연히 그럴 거고 나만은 언제나 네 편이라며 갓슈를 어르지만, 애초에 갓슈를 마물 아이들 사이에서 고립시킨 이가 바로 제온인 아이러니.

어른이 돼도 제온과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갓슈의 말에, 결혼하면 계속 함께 살 수 있다며 갓슈를 꼬드기는 제온이 보고 싶다. 장래에 자신과 결혼한다는 내용으로 갓슈에게 저주의 일종인 ‘깨트릴 수 없는 맹세’(효과는 단순한데, 맹세를 깨면 죽는다)를 시켜 버리기.

쌍둥이 형제가 결혼식이랑 초야부터 먼저 치르고 뱃속에 허니문 베이비 만든 채로 연애를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31. 제온갓슈

갓슈가 본래 있어야 했을 세계를 모조리 부수고 오직 둘로만 이루어진 세계를 만드는 제온. 갓슈더러 부모가 낳아준 내 반려라느니, 몸을 섞으면서 원래 하나였는데 다시 한 몸이 되는 게 뭐가 이상하냐느니, 태어날 때부터 함께였으니 앞으로도 계속 함께여야 한다고 정신 나간 주장을 했으면 좋겠다.

혈통으로 전해지는 주술을 보전하기 위해 강한 주술을 가진 마계 일족에서 근친혼이 성행할 법도 한데. 갓슈가 제 소유고 장래에 사랑스러운 동생과 결혼하는 게 당연하다 여기는 제온.

오메가버스로 쌍둥이인데 제온은 알파고 갓슈는 오메가라, 일족의 수치 취급받으며 크면 다른 귀족 가문에 씨받이로 팔려갈 처지였던 갓슈와, 피의 숙청으로 가주 자리에 올라 갓슈는 나랑 결혼할 거고 아무 데도 안 보내겠다 선언하는 제온.

30. 듀청

마물 아이들이 없는 세계관으로, 연구원 키요마로가 죄책감에 실험체 듀포를 데리고 같이 도망친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후의 현실이 암울한 게 보고 싶다. 듀포는 신분이 없고 키요마로도 추적 때문에 신분을 속여야 하는 데다, 각각 실험실과 책상에서만 살아온 탓에 몸 쓰는 일도 못하고 뒷세계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처지. 듀포는 범죄 계획 짜 주는 코디네이터, 키요마로는 마약 개발 같은 걸로 수입은 적지 않지만 언제 도망쳐야 할지 모르니 방은 허름하고.

듀포는 죄의식 딱히 없는데, 키요마로는 듀포를 구하고 싶었던 선의가 더한 악행에 손대야만 하는 결과로 돌아와서 괴로워하겠지. 너 같은 거 구하는 게 아니었다고, 후회한다고, 알아서 살라며 버리고 떠나면 그만일 텐데 그러지 못하는 키요마로를 미련하다 여기면서도 듀포는 낡은 이불 위에서 서툴게 몸을 섞는 걸로 위로 비슷한 걸 전하고.

행위가 익숙하지 않아서 아파하는 키요마로에게 듀포가 최음 성분이 섞인 약(키요마로가 만들었음)을 쓰면 좀 편하지 않겠냐며 권유한 적이 있는데.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다시는 그딴 소리하지 말라며 고함쳐 놓고는, 이내 끙끙대는 키요마로의 등을 듀포는 말없이 쓸어 주겠지.

듀포와 키요마로가 천재라는 점에서는 같아도, 둘이 붙어 있으면 각자 지닌 덤덤함과 섬세함이 대비를 이루는 게 좋다. 제온과 만나지 않은 듀포는 내면에 증오를 간직했지만 겉으로는 일관되게 무심한 반면, 갓슈를 만나지 않은 키요마로는 겉은 까칠한 듯해도 속은 위태롭겠지.

29. 극장판 《101번째 마물》 감상 ※스포일러 주의

빌런인 와이즈만의 미모가 돋보였다. 투박한 아동만화풍 캐릭터들 사이에서 혼자 그림체가 다른 수준이다. 포르고레를 좀 더 예쁘장하게 만든 듯도 하다.

애니 오리지널이라 원작과 충돌하는 부분이 좀 보인다. 마계 왕이 천 년을 사는 마당에 학교 교장이 100만 년을 살았다든가, 유노에게 맡겨진 갓슈가 어머니와 지냈다는 묘사, 갓슈가 마책의 선택이 아닌 교장의 변덕으로 왕 후보가 됐다는 설정 등이 그렇다. 와이즈만이 천재면서, 그가 훔친 101번째 마책(흰 마책)이 다른 마물의 주술을 흡수해 없애는 힘을 가진 점, 그리고 모두의 주술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새로운 주술을 통해 적을 물리치는 점은 각각 파우드 편 보스인 제온의 파트너 듀포와, 클리어 편 보스인 클리어의 설정, 그리고 클리어를 쓰러뜨리는 과정을 따와 섞은 느낌이 있다.

세일러 문으로 잘 알려진 성우 미츠이시 코토노는 갓슈에서 배역을 많이 맡았는데, 본편의 엘 수녀와 리야, 극장판 코토하의 어머니까지 셋이다. 이외에도 갓슈에 고전 작품으로 유명한 성우가 많이 출연한 편인데, 갓슈 역 오오타니 이쿠에는 피카츄와 쵸파, 우마곤 역 코오로기 사토미는 짱아, 극장판 코토하 역 야지마 아키코는 짱구, 갓슈 어머니 역 타카야마 미나미는 코난을 맡은 바 있다. 또, 극장판에 마계 학교 미술 교사 역으로 라이쿠 마코토 작가님이 특별출연했다.

갓슈에게는 강적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상냥한 왕이 되고자 하는 올곧고 강한 면과, 곧잘 울음을 터뜨리고 키요마로네 학교에 따라가겠다며 떼쓰는 어리고 여린 면이 공존하는데, 이번 극장판에서는 후자의 면모를 많이 볼 수 있었다. 어머니를 그리워하고, 자신이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와이즈만을 밀어내고 왕 후보가 되었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며 싸움을 포기하려 했던 모습이 그러하다.

원작의 갓슈는 유노에게 친부모에 대해 물었다가 자신에게 가족이 없다는 답을 듣고 풀이 죽지만, 그 말이 사실이 아님을 알자 꿋꿋하게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애니 108화나 극장판에서 갓슈가 엄마를 찾고 싶어하는 오리지널 묘사는 캐릭터성과 다소 어긋나는 데다, 구시대적인 모성 추앙을 굳이 갖다붙인 점에서도 불호지만, 한편으로는 나 또한 6살 아이가 아이답게 마음껏 어리광 부릴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에 갓슈가 여린 면을 드러내는 게 마냥 나쁘지는 않았다. 극장판의 결말과 마찬가지로, 때로 눈물 흘리고 넘어지더라도 갓슈는 파트너 키요마로와 함께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아이이기도 하고.

28. 제온갓슈

반란군 일당을 몰살하던 제온 앞에 갓슈가 나타나는 게 보고 싶다. 갓슈가 모르게 하려고 혼자 본거지 습격을 감행했던 제온은 혀를 한 번 차고는, 이 놈이 마지막이고 주변에 인기척도 없지만 발 밑은 조심하라며 갓슈를 챙기겠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다정한 형과, 그 형이 만들어 놓은 지옥도를 번갈아 보며 충격에 빠진 건 갓슈 쪽이고.

제온의 새하얀 망토에, 머리칼에, 얼굴에 얼룩진 피를 보고, 죽음보다 더한 공포와 고통이 이곳을 휩쓸었음을 알아챘지만 제온, 피가… 하고는 말을 잇지 못하는 갓슈를 향해, 제온은 내 피가 아니다. 너도 알 텐데. 무정한 듯 사실만을 고했다가. 이내 갓슈를 끌어당겨 안고는, 무서워할 거 없어. 괜찮아. 내가 있잖아. 부드럽게 달래겠지.

등을 감싼 제온의 손에서 짙은 색 망토로 흔적도 없이 스며드는 피처럼, 제온이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안도감부터 제온의 잔인함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 제가 왕이기 때문에 자신을 위해 제온이 이런 짓을 할 수밖에 없다는 죄책감과 무력감까지 서로 섞이며 가슴 속에 번지는 다양한 감정 속에서 혼란스러워하는 갓슈가 보고 싶다.

반면 제온은 갓슈가 충격을 받은 것 같으니 달래 주고, 현장 뒤처리를 하고, 오늘 일을 갓슈가 알게 만든 놈은 쥐도 새도 모르게 족친다며 아주 명확한 계획을 세웠겠지만.

27.

2부 시점에서 성장한 제온이 갓슈보다 키도 크고 어른스럽다는 게 형답다 싶으면서도, 천 년을 살아갈 왕 갓슈에 비해 제온은 수명이 짧아서 성장도 노화도 빠른 게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든다. 천 년을 사는 건 왕뿐인 듯했는데 형 제온도, 친구들도 언젠가 갓슈보다 먼저 떠나갈 수밖에 없다면 슬픈 일이다. 당장은 마계와 마물들을 멸망으로부터 지켜내는 게 급선무겠지만.

26. 제온갓슈

제온이 갓슈를 증오하는 원인을 제공한 게 바오인데, 갓슈가 바오 자켈가를 습득한 계기가 제온과의 첫만남을 떠올려서라는 게 얄궂다. 다른 주술은 갓슈와 키요마로가 각오를 다지고 내면의 성장을 이룰 때 새로 나타났지만, 바오 자켈가는 제온에 대한 갓슈의 두려움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모토로 각성했다. 이후 바오 자켈가가 갓슈를 삼킬 뻔한 어둠을 처음 드러낸 곳도 제온과의 전투인데, 바오의 각성부터 어둠에 의한 위기, 그리고 어둠의 극복에 이르는 과정이 벨 형제의 관계와 맞물리는 데서, 제온과 갓슈가 떨어져 자랐어도 둘의 근원이 그러하듯 하나의 운명에 얽힌 쌍둥이임을 실감한다.

25.

제온은 제 손에 쥔 것에 대해서는 성실하다고 할까, 책임감 강한 성격으로 보이는데, 어린 시절 스스로 강해지는 데서 보람을 찾으며 학대에 가까운 훈련을 견딘 것도 그렇고, 파트너인 듀포를 망토로 둘둘 감싸 지킨 거며 동생인 갓슈를 누가 함부로 건들지 못하도록 온 마계에 엄포를 놓고 다닌 데서 제 소중한 이에게 생채기 하나 용납하지 않겠다는 완고한 집념이 엿보인다. 왕자답다면 왕자다운 부분일까.

그런 제온을 보고 듀포는 처음에는 주술 사용을 위해 인간이 필요하고 책이 불타면 안 되니까 저러나 보다 했다가, 조금 지나서는 필요 이상으로 싸고 도는 걸 의아하게 여겼다가(비효율적인데, 머리가 나빠서 저러나), 나중에는 그냥 받아들일 것 같다. 앤서 토커로서 능력을 발휘할 수만 있다면 제 상태 따위는 안중에도 없던 연구원들과 달리, 안 그런 척 자신을 애지중지하는 제온의 태도가 저도 모르는 새 마음에 스며들어서.

24. 제온갓슈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작중 드러난 제온의 소원에는 항상 갓슈가 있는데:
내가 겪었던 것만큼 갓슈에게도 고통을 주겠다.
→ 바오를 가진 갓슈에게 이기고, 왕이 되어 아버지에게 인정받겠다.
→ 갓슈와 함께 살고 싶다.
→ 갓슈를 지키겠다.

본래 다른 힘을 압도하는 강한 힘으로 존재하려고만 했던 제온이(왕의 자리도 훈련으로 얻은 강함에 따라오는 결과로 여겼을 뿐, 어떤 왕이 되어 무엇을 하겠다는 목표는 결여되어 있었다) 갓슈로 인해 소원을, 삶의 방향을 가지게 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23.

벨 형제의 예쁘장한 얼굴과 동그랗고 큰 눈, 리본과 브로치가 달린 깜찍한 망토를 보면 마물이 아니라 천사인 것도 좋을 것 같다. 갓슈가 수행을 위해 인간계에 내려와 인간을 돕는 마법소녀물의 천사라면, 제온은 죄악을 가차없이 심판하고 멸망을 내리는 성경의 천사 느낌.

22.

작품의 제목과 2부 갓슈의 이명이 금색의 갓슈다. 금은 변형, 가공이 쉬우면서도 부식되지 않고 파괴가 어려운 안정성과 강함을 지녔는데, 갓슈가 울고 웃으며 다양한 감정을 겪고 성장하는 한편, 강적 앞이나 절망적인 상황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과 닮았다. 덧붙여 갓슈는 전격을 사용하는데, 금은 전기가 잘 통한다. 사실 금속으로서 금의 특징보다 직관적으로 와 닿는 건 1인자/왕, 태양에 대한 상징성이겠지만. 듀포 후일담에서 사랑이 태양(의 빛)으로 표현되는데, 증오를 극복하는 갓슈의 태양 같은 상냥함과 마계의 왕이라는 캐릭터성, 그리고 금발, 금안의 캐릭터 디자인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21.

2부에서 갓슈가 죽었다가 되살아난 일로 농담 삼아 재림 예수라고 불리는 걸 봤는데, 그렇게 해석한다면 못할 것도 없다. 갓슈는 분노와 증오를 품은 바오라는 죄악을 없애기 위해 쌍둥이 중에서도 사악한 마음을 물려받지 않은 흠 없는 제물로서 부친에게 선택됐고, 그 죄악을 짊어졌으며, 타인을 위해 죽었다가 부활했기 때문이다. 둘 다 죽음을 자청했으며, 죽기 전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생명을 나눠 주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갓슈는 말 그대로 생명, 예수는 자신의 피와 살이라 칭한 빵과 포도주) 진지한 해석이라기보다는 종교 소재 좋아하는 오타쿠의 끼워맞추기지만.

20. 갓키요

신부님 키요마로(29)가 악마 갓슈(21) 키우는 게 보고 싶다. 갓슈가 키요마로 로만 칼라를 풀고 목에 이를 박아넣어 피를 마시는데, 단정한 검은 수단 차림의 키요마로는 여유롭게 한 손에 성경 들고 읽으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어린애 다루듯 갓슈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황금과 번개의 권능을 가진 악마 갓슈가 키요마로 앞에 나타나 내 권속이 된다면 부자로 만들어 주겠다고 유혹했는데, 키요마로가 먼저 증거를 보여달라고 했겠지. 금괴 하나 샘플로 만들어 줬더니 그대로 팔아 고아원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고, 갓슈는 십자가와 성수로 퇴치될 뻔했다가 울고불고 매달린 끝에 고아원 일꾼이 됐다는 설정.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신부님에게 착취당하는 순진한 악마… 여차저차 계약을 맺은 뒤 대가로 키요마로가 주기적으로 피를 제공하고 있다.

사족으로 키요마로가 식사(?) 중인 갓슈에게 읊어준 구절은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많은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19. 갓키요

앤서 토커를 너무 쓴 탓에 뇌에 과부하가 걸려서 금빛 뱅글 눈 그대로 코피 흘리는 키요마로와, 인간보다 민감한 후각으로 그 피 냄새를 맡고는 홀린 듯 핥아서 맛보는 갓슈가 보고 싶다.

18.

키요마로가 보는 갓슈는 밝고 솔직하고, 눈물도 많아 사람 아이와 다를 바 없이 사랑스러웠겠지.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힘과 맷집, 그리고 주술을 지녔다 한들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는데. 어느 밤 문득 잠에서 깼다가,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금빛 두 눈을 마주하고 흠칫했으면 좋겠다. 마물 아이의 눈은 자세히 보면 사람보다는 동물에 가까운, 어떤 원초적인 느낌이 있다는 개인 설정. 인간과 인외가 어울려 지내다가도, 간혹 종족의 차가 드러나는 순간이 좋다. 그럼에도 인간 파트너들은 마물 아이들을 받아들이고 신뢰와 유대를 형성한 거겠지만.

17. 제온갓슈

마물 아이가 10명 남았을 때 책이 왕의 특권을 설명하면서, 왕이 원한다면 되살릴 마물을 선별할 수 있도록 마계 주민 전원의 데이터를 줄 수도 있다고 했는데. 클리어가 와이트로 환생했다는 사실을 갓슈만 아는 것도 그렇고, 왕에게 마계 주민의 정보를 열람할 권한이 있다면. 제온이 갓슈의 기억을 보았듯 갓슈가 제온의 기억이나 정보에 접근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저와 떨어져 자랐던 제온의 어린 시절이 궁금해 슬쩍 봤다가, 알고는 있었어도 혹독한 훈련을 견디는 모습에 마음아파할 듯.

16.

쌍둥이가 똑같은 주술로 맞부딪치는 장면은 짜릿하다. 화해 후에는 부친에게 나눠서 물려받은 번개의 힘을 하나로 합치는 것도. 와중에 갓슈는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하다가도 키요마로가 세트만 외치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무의식 수준까지 키요마로를 신뢰하고 따른다는 거겠지.

15. 제온갓슈

파우드 편에서 제온이 리오에게, 복종은 연기라도 자존심이 허락 않는다고 말하는 게 왕자답다 싶었는데. 왕이 된 갓슈를 위해 기꺼이 충성을 서약하는 제온이 보고 싶다. 갓슈의 손에 입맞추며, 왕을 위해 몸과 마음 모두 바치겠다고 맹세했으면 좋겠다. 어리고 다정한 갓슈를 만만하게 여겨 반역을 꾀하는 무리도 제온이라면 두려워하기에, 자존심보다 동생을 우선해서.

14. 제온갓슈

우마곤, 티오, 칸초메와 달리 제온과는 만난지 얼마 안 됐고 함께한 시간이 짧은데도, 갓슈가 클리어와의 결전 중 죽어갈 때 앞의 셋에 이어 제온을 떠올리고, 마지막 주술을 쓰기 전 마물 아이들이 나타났을 때 마지막으로 격려하는 이도 제온인 걸 보면 갓슈에게도 오랫동안 그려왔던 형의 존재는 특별한 듯 싶다. 제온만 브라콤인 게 아닐지도.

13. 제온갓슈

“네가 왕이 될 날을 진심으로 고대하마. 제온 벨.” 갓슈는 첫 등장부터 갓슈 벨이라고 이름을 밝혔는데, (갓슈와 제온이 형제라 성이 같은 게 당연하지만) 제온은 벨이라는 성이 자칭이든 타칭이든 언급이 안 되다가 처음 칭한 게 갓슈에게 남긴 편지다. 둘이 같은 성을 물려받고, 번개의 힘을 나눠가진 형제라는 사실이 확 와닿아서 좋다.

12. 제온갓슈

제온이 갓슈와 형제인 걸로 만족한다면 갓슈가 형아(お兄ちゃん)라고 불렀을 때 안 그런 척 좋아하겠지만, 그 이상을 바란다면 갓슈가 그렇게 불렀을 때 오히려 정색하고 굳지 않을까 싶다. 학교 친구들이 오빠(お兄ちゃん) 소리 듣는 로망 이야기하다 브라콤인 네 형도 그런 거 좋아하지 않겠냐고 말하길래, 제온이 기뻐했으면 해서 순수하게 시도한 갓슈만 당황.

11. 제온갓슈

갓슈는 사람을 금세 따르고 좋아하지만, 누구 하나를 특별 취급하는 게 없어서 저 좋아하는 이들을 속타게 만들 느낌. 갓슈한테 연애감정을 바라느니 몸으로 공략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제온이 보고 싶다. 갓슈는 순수한 만큼 성욕에도 솔직해서 제온이 저를 기분 좋게 해 준다는 단순한 이유로 제온과 자는데, 정작 제온은 갓슈와 자는 이유가 성욕보다는 독점욕, 소유욕이 더 강할 것 같다.

10. 제온갓슈

벨 형제가 마계에서 같이 자란 AU로, 왕성에 방이 없는 것도 아닌데 쌍둥이가 같은 방을 쓰는 이유는 갓슈가 밤을 무서워하는 데다 외로움 타는 것도 있지만, 습격이 있을 때 제온이 갓슈를 지킬 수 있도록 한 거면 좋겠다. 갓슈가 제온 옷자락을 꼬옥 잡으면, 제온이 자기 망토로 갓슈를 감싸는 겸 눈도 가리겠지. 한손은 갓슈 손을 잡아준 채, 남은 한손만으로 자객 전부 전격으로 지져놓는 마계 1왕자가 보고 싶다.

09. 제온갓슈

기억을 잃은 채 제온을 만났던 곳으로 돌아온 갓슈가 두려움에 떨다가 패닉에 빠지기까지 하는데, 강한 상대에게 얼마나 얻어맞든 기죽지 않던 갓슈라서 전격 맞고 기억 지워진 것뿐만 아니라 무슨 짓을 더 당한 게 아닌지 불건전한 상상하게 된다. 얼굴이 똑같은데 갓슈는 쌍둥이 형제의 존재를 몰랐으니 도플갱어를 마주했을 때의 그런 공포였을 수도 있지만. 벨 형제의 첫만남 당시 제온이 한손으로 갓슈를 제압하는데, 압도적인 강함이 드러나는 한편 한손은 주술을 써야 하니 그런 방식이 몸에 밴 건가 싶다.

08. 제온갓슈

주술이 제온은 손에서, 갓슈는 입에서 나가는데, 주술 못 쓰게 하려고 갓슈 입 틀어막거나 입 안에 손 넣어서 유린하는 제온이 보고 싶다. 갓슈의 마력이 제온에게 봉인당하는데, 그 증표가 번개 모양 낙인으로 혀 위에 남는 것도 좋다. 낙인은 시전자의 마력에 반응하고, 마물의 체액에는 마력이 담겨 있어 갓슈가 제온과 키스할 때마다 한껏 달아올랐으면 좋겠다.

07.

제온의 이명 뇌제 雷帝는, 러시아 황제 이반 4세의 별명 그로즈뉘 Грозный를 메이지 시대 일본어로 뇌제라고 번역했던 데서 유래한 걸로 보인다. 그로즈뉘는 잔혹한, 두려운, 혹은 번개/폭풍과 관련한이라는 뜻을 가진 형용사로, 번개/폭풍, 재앙, 공포를 뜻하는 명사 그라자 гроза에서 온 말이다.

이반 4세의 별명이 그로즈뉘였던 것은 그가 반대 세력을 숙청하고 공포 정치를 행한 전제 군주였기 때문으로, 영어 번역인 Ivan The Terrible에서 보듯 기상 현상인 번개와는 의미상 관련이 없다. 제온의 경우 왕족이고, 비정한 성격에 압도적인 힘을 지녔으면서 전격을 사용하니 잘 어울리는 별명이지만. 덧붙여 갓슈 영어판에서 제온의 별명은 뇌제를 직역한 Thunder Emperor다.

06. 제온갓슈, 갓키요

삼각관계로 제온은 갓슈를 제가 챙겨주고 독점하면서 가둬두려 하는데, 파트너로서 갓슈를 지지하며 성장시키고자 하는 키요마로는 갓슈를 제온으로부터 자립시키려 해서 대립하는 게 보고 싶다. 자칭 왕의 집행인(영화 토르의 헬라 느낌)으로 마계 공포의 대상인 제온과 그가 옹립한 허수아비 왕 갓슈, 갓슈를 진정한 왕으로 만들어주려 하는 보좌관 키요마로 구도. 제온이 원래 장남이라 왕위에 올라야 했지만, 그렇게 되면 2왕자 갓슈는 왕성을 떠나야 했음. 갓슈랑 떨어지기 싫었던 제온이 집행인을 자처해 갓슈를 왕으로 만든 뒤, 실권은 제가 휘두르며 갓슈를 왕좌에 가둬놓았다는 설정.

05. 제온갓슈

갓슈는 인간계에서 파트너 키요마로 외에도 마물, 인간 할 것 없이 소중한 이들을 많이 사귀었는데, 제온은 아니라서 대인관계가 좁기에, 형제의 서로에 대한 마음의 크기는 제온 쪽이 훨씬 클 거라고 생각한다. 외전에서 마계 공인 브라콤 된 것만 봐도. 제온이 갓슈와의 관계를 형제로만 여긴다면 갓슈에게 자신 외에 소중한 이들이 많더라도 갓슈가 형인 자신을 좋아하는 게 확실하기 때문에 개의치 않겠지만, 형제 이상을 바란다면 자신의 좋아하는 감정과 갓슈의 좋아하는 감정이 크기가 다른 것에 괴로워하거나, 제가 그렇듯 갓슈가 오직 자신만 보기를 바랄 수도 있을 듯.

04.

그리스 신화에서 죽음의 신 타나토스와 잠의 신 히프노스는 쌍둥이 형제라고 한다. 죽음의 신 제온과 잠의 신 갓슈가 보고 싶다. 갓슈는 서양 어린이들에게 친숙한 요정 샌드맨에 가까운 느낌. 인간이 푹 잘 수 있도록 마법을 걸어주고, 악몽이 나타나면 만신창이가 되도록 싸워 물리치고는 함. 키요마로는 또래 집단에서 소외당한 스트레스로 불면증을 앓아 밤새 책을 읽던 중, 제 방 창문으로 들어와 침대 맡에서 왜 마법이 안 써지는 거냐며 허둥대는 갓슈를 만나고(원래 갓슈는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음), 같이 다니게 됨. 듀포는 저를 가뒀던 연구원들을 몰살한 뒤 실험실을 탈출하던 중, 마찬가지로 원래 인간이 볼 수 없는 제온을 보고 동행하게 됨. 제온은 죽은 자의 사정 따위 들어줘 봐야 미련만 생기고 삶과 죽음의 질서를 해칠 수 있다고 여겼기에 힘으로 칼같이 저승에 보내버렸지만, 인사하러 온 갓슈-키요마로 콤비와 그 문제로 싸운 뒤로는 죽은 자가 생을 돌아보고 정리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돕게 됨. 호스피스 느낌.

03.

창세기에 묘사된 최초의 쌍둥이는 야곱과 에사우 형제다. 둘이 뱃속에서부터 치고받다가 동생 야곱이 형 에사우의 발목을 잡은 채로 태어나고, 자라서는 형이 받아야 했을 장자의 축복을 가로챈 뒤 도망쳤다가 나중에 화해하는데, 기원전 사람들도 쌍둥이 대립 서사를 좋아했나 보다. 물론 오타쿠로서는 벨 형제 생각이 났는데, 쌍둥이 중 동생인 야곱이 장자의 축복을 가져가는 부분이 특히 그랬다. 갓슈가 원해서 바오를 계승한 건 아니고, 바오가 마냥 축복이라 불릴 만한 힘도 아니기는 하지만.

02. 제온갓슈, 갓키요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동화에서 여동생이 밤을 무서워해 해가 되고 오빠가 달이 되었다고 한다. 1인자를 상징하는 해가 원래 장남 제온의 자리였지만 동화와 같은 이유로 동생 갓슈에게 양보하는 훈훈한 이야기도 좋고, 혹은 부친에 의해 강제로 그렇게 되어 원한을 품은 달 제온이 해 갓슈를 유폐하면서 세상에 낮이 오지 않게 되어, 키요마로가 갓슈를 구하고 낮을 되찾으려 하는 것도 보고 싶다. 초반 기준 갓슈에게 제온이 파멸, 키요마로가 구원이라 동화로 치면 마왕 제온-납치된 공주 갓슈-용사 키요마로 삼각 구도를 좋아한다.

01. 제온갓슈

제온을 만나기 직전 갓슈는 밤이 무서워서 뜬눈으로 밤을 새다 해가 뜰 때쯤 겨우 잠드는 생활을 했는데, 벨 형제가 같이 자란 AU라면 밤을 무서워하는 갓슈가 제 침대 놔두고 제온 침대로 기어들어가서 제온 품에 안겨 잠드는 것도 좋다 //ㅅ//


Wenn sie nicht gestorben sind, leben sie noch.
그들이 죽지 않았다면, 아직도 살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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