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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소설

[아이유사] 하트를 주세요 / 성탄제 / 오페라의 유령

by RAYO. 2020. 10. 7.

[아이유사] 하트를 주세요

아이유사로 슈가슈가룬 설정을 빌려와서, 유사쿠로부터 붉은색 진실한 사랑의 하트를 얻어내려 하는 아이가 보고 싶다. 그동안 인간의 하트를 쉽게 얻어왔으니 붉은색이라고 뭐가 다를까, 간단히 가진 뒤 버릴 거라 생각했던 유사쿠에게 푹 빠져서 제가 먼저 새빨간 하트를 가슴에 품어버리면 좋겠다.

아이와 유사쿠의 붉은색 하트를 향한 여정은 시작부터 험난하겠지. 붉은색 하트를 얻겠다고 목표를 정했지만 진실한 사랑이 뭔지 알 턱이 없는 아이는 미디어를 통한 학습을 시작하는데, 불건전한 작품만 잔뜩 보는 바람에 사랑=X스라는 결론을 내 버린 것. 이 결론을 토대로 초면인 유사쿠한테 대뜸 자자고 했다가 비호감에 변태라는 최악의 첫인상만 심어주는데…

이그니스는 인간의 감정이 구현화한 하트를 인간으로부터 빼앗아, 그것을 먹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설정. 이그니스 자신은 하트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인간의 모든 감정이 하트가 될 수 있고, 감정의 종류에 따라 하트의 색이 다르다. 종류에 상관없이 강한 감정은 큰 에너지를 지닌 하트가 된다. 이그니스는 모든 종류의 하트를 먹을 수 있지만 개체마다 상성이 좋은 하트가 달라서, 각자 주로 먹는 하트와 그에 맞춰 인간을 대하는 방식도 다르다.

먼저 아이는 욕망의 보라색 하트. 물욕, 승부욕, 성욕 등 다양한 욕망이 보라색 하트가 되는데 이 하트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장소로 아이는 카지노를 택했다. 카지노의 주인으로 있으면서 게임으로 인간들을 상대하며 하트를 얻는데, 하트와 별개로 게임 자체를 잘하며 좋아하기도 한다. 플레임은 투지의 불꽃색 하트. 운동으로 신체를 단련하는 인간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이 하트를 얻기 위해 플레임은 타케루네 할아버지의 도장에서 사범으로 일하고 있다. 윈디는 모험심의 초록색 하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세계를 향해 탐험가들이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나아갈 때, 인간은 무지에서 한 걸음 벗어나며 윈디는 굶주림에서 벗어난다. 어스는 순수함의 하늘색 하트. 이 하트는 주로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있지만 어스는 어린이들과 잘 놀아주는 성격이 아닌지라, 땅을 일구고 식물을 가꾸는 순박한 사람들이 어스를 근근이 먹여살리고 있다. 아쿠아는 존경의 파란색 하트.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있으며 차분하고 지적인 아쿠아는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선생님이다. 라이트닝은 고통의 검은색 하트. 명석한 두뇌로 인간 세계에서 부와 권력을 거머쥐는 동시에 수많은 인생을 나락으로 처박았다. 이렇듯 상성 하트가 달라 하트를 놓고 이그니스끼리 충돌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그니스들은 서로를 동료로 인식하며 대체로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하트의 특성상 인간을 망쳐놓곤 하는 아이, 윈디, 라이트닝은 인간을 업신여기고, 반대로 인간을 지원하는 플레임, 어스, 아쿠아는 인간을 존중하므로 인간에 대한 견해는 상이하다. 그러나 각자의 하트 공급과 그에 따른 인간의 취급에 대해 이그니스끼리 서로 터치하지 않을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이그니스 사이에서 붉은색 하트는 죽음의 하트라고들 하는데, 붉은색 하트를 먹으면 죽는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별명이다. 진위여부는 알 수 없는데, 먹으면 죽는다고 하니 아무도 먹으려 하지 않았고 자연스레 사랑 자체가 금기시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카지노 게임이든 보라색 하트 빼앗기든 너무 간단해서 슬슬 지겹다고 느낀 아이가 전설 속 붉은색 하트에 흥미를 가지고 손에 넣어보겠다며 나섰다. 그의 주장으로는 붉은색 하트를 먹으면 죽는다는 전설은 다소 와전된 것이며, 원본은 "붉은색 하트를 얻으면 더 이상 하트를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라고 한다. 이 전설에 대해 붉은색 하트가 말 그대로 영구동력원이라는 해석과, 이 하트가 다른 모든 하트를 압도하는 큰 에너지를 가졌기에 먹고 나면 한동안 하트를 먹을 필요가 없다는 해석, 그리고 붉은색 하트를 먹은 이그니스는 죽기 때문에 더 이상 하트를 먹지 못하게 되는 거라는 공포스러운 해석이 존재하는데, 3번 해석만이 전해지면서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아이는 이제까지 아무도 검증하지 않았던 전설이니 묻혀왔던 1,2번 해석이 맞을 가능성도 있으며, 그 가능성에 걸고 붉은색 하트를 얻어볼 만하다는 결론을 내세웠다. 여기에 다른 이그니스들의 반응은: (플레임) 저거 또 사고치겠는데? (아쿠아) 전례가 없다지만, 하트를 먹어서 정말로 죽는다면 사고 수준이 아닙니다. 말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윈디) 재밌으니까 놔둬~ 걔 말대로 죽음의 하트가 아니라 개짱쎈 하트일 수도 있잖아? (어스) 이해하기 어렵군. 하트라면 원없이 빼앗고 사는 녀석이, 굳이 전설 같은 데 매달리다니. (라이트닝) 녀석은 우리 중에서도 특별해.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말이지.

붉은색 하트의 진실은 다음과 같다. 이그니스가 인간의 붉은색 하트를 먹을 경우 그 포만감은 비정상적으로 크며, 오랫동안 이어진다. 그러나 포만감이 다하고 나면 다른 어떤 하트를 먹어도 허기를 채울 수 없게 되어, 인간에게서 하트를 빼앗아도 빼앗아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에 절망하다가 결국 죽음에 이른다. 또 본래 이그니스는 스스로 하트를 만들어낼 수 없지만 붉은색 하트만은 예외인데, 이그니스가 사랑에 빠져 그의 가슴에 하트가 생겨나면 다른 인간에게서 하트를 빼앗을 수 없게 되어 또한 죽음을 맞는다. 죽음의 하트, 곧 사랑을 알아버린 이그니스에게 유일한 구원은 상대가 똑같이 자신을 사랑해 붉은색 하트를 가지는 것으로, 서로를 사랑하는 이그니스와 인간이 가슴의 하트를 교환할 경우 불멸의 연인으로 맺어질 수 있다- 상대의 마음이 변하지 않는 한. 하트 교환 후 상대가 변심한다면 당사자를 기다리는 결말은 죽음이다. 이그니스와 인간이 서로를 사랑해도 인간 쪽에서 하트 교환을 거부한다면 이그니스 쪽은 죽을 수밖에 없다. 연애 한번 하기 더럽게 힘든 세계관이지만 아이유사라면 할 수 있다!^^ 유사쿠를 향한 하트를 품는 바람에 유사쿠에게 사랑받지 않으면 말 그대로 죽음뿐이라 목숨 걸고 사랑 쟁취에 힘쓰는 아이가 보고 싶다. 힘내라, 힘내라, 아이쨩!!

[아이유사] 성탄제

유사쿠는 종교를 믿을 이미지가 아니지만 금욕적인 분위기가 있단 점에선 신부님도 잘 어울릴 것 같다. 아이유사로 찾는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 한 작은 성당을 홀로 지키는 후지키 신부님과, 성탄 전야에 별처럼 밝은 빛과 함께 하늘에서 떨어진 정체불명 안드로이드 아이의 기묘한 동거가 보고 싶다.

성탄 전야의 고요를 박살내며 성당 뒷마당에 불시착한 의문의 존재를 본 로봇삐는 성경에 쓰인 구세주 혹은 천사가 아니냐고 천진난만한 추측을 내놓는데, 유사쿠는 아마 구세주나 천사에게는 전원 버튼과 내장 회로가 없을 거라며 저건 솔티스라고 담담하게 부정하겠지.

엉망이 된 성당 뒷마당의 복구 비용을 청구하려면 솔티스의 신원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던 유사쿠가 기체의 손상을 얼추 수리했더니 솔티스가 작동하는데, 어디의 솔티스냐, 어쩌다가 하늘에서 떨어지게 됐냐는 질문에 돌아오는 답이라고는 모르겠다는 말뿐.

유사쿠는 성당 뒷마당을 박살낸 범인을 그냥 보내줄 순 없다며 기억이 없다면 갈 곳도 없을 테니 성당에 머물면서 기억을 복구해 봐라, 나도 협력하겠다고 제안하고, 솔티스는 수락한다. 솔티스에게 유사쿠는 아이라는 이름과 종지기 역할을 주었다. 교회에 속한 이라면 누구나 노동을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신조였는데, 청소 등 성당의 물리적인 유지는 로봇삐, 사무나 행정 업무는 쿠사나기 담당이라 달리 맡길 만한 일이 종지기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마침 아이의 키가 크기도 했고.

성당은 작고 낡았지만 사무실에 쿠사나기가 마련해 둔 컴퓨터 설비만은 최신식인데, 이는 아이가 성당에 머물라는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 중 하나이다. 신자가 거의 없는 데다 교구 지원도 시원찮은 작은 성당은 후지키 신부와 쿠사나기 사무장이 부업으로 프로그래머 일을 해서 얻는 수입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다.

쿠사나기가 사무장으로 성당에서 유사쿠를 돕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그의 동생인 진은 난치병을 앓았는데, 수술을 할 수 있다는 몇 안 되는 의사들은 모두 예약이 꽉 차 진의 차례가 돌아오려면 1년 넘게 기다려야 할 형편이었다. 당장 사경을 헤매는 진이 그때까지 버틸 가능성은 0이나 다름없었으며, 담당의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듣고 병원을 나온 쿠사나기는 실의에 빠져 거리를 방황하다가 외딴 성당에 다다랐다. 홀린 듯 담장 안으로 들어선 그는 십자가의 길에서 기도하던 젊은 신부와 마주쳤고, 진의 또래로 보이는 신부의 모습에 동생을 떠올리면서 눈물을 흘린다. 갑자기 나타나 눈물을 쏟는 낯선 이가 당황스러울 법도 한데 신부는 담담한 태도로 쿠사나기를 실내로 데려가 따뜻한 커피를 내 주고, 진정될 때까지 쉬다 가도 좋다는 말만 건넨 채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침묵하는 성직자, 혹은 신을 향해 쿠사나기는 자신과 동생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 고백은 무너져 내린 마음에서 터져 나온 것으로 위로나 해결을 바라서 행해진 것은 아니었으나, 묵묵히 모든 이야기를 들은 신부는 괜찮다면 돕고 싶다는 의외의 뜻을 밝혔다. 그리고 신부-유사쿠가 쿠사나기에게 가톨릭 병원의 과장 아키라를 소개해 주어, 그 덕분에 진은 무사히 수술을 받는다. 아키라는 여동생인 아오이가 괴한에게 쫓기던 것을 유사쿠가 구해준 이래로 그를 은인으로 여기고 있다. 진의 수술이 끝난 후 쿠사나기는 유사쿠에게 은혜를 갚고 싶어해 열악한 성당의 운영을 돕겠다고 나섰고, 사무장을 맡게 된다.

로봇삐는 신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도 유사쿠를 따라 기도문을 외거나 눈을 감고 손을 모으거나 하는데, 아이는 성당에 붙어사는 주제에 "AI는 기도 같은 거 안 한다"며 뻗대겠지. 종종 로봇삐가 유사쿠의 무릎에 앉아 성경 이야기를 들을 때, 아이는 옆에서 그 구절은 어느 구절과 모순된다느니 괜히 시비를 건다. 유사쿠는 처음에는 조용히 하라고 주의만 주다가 나중에는 솔티스의 전원을 내려 버리는데, 그러면 아이는 태블릿 PC로 옮겨 가서 화면에 같이 떠 있는 성경 구절을 괜히 노려보다가, 유사쿠를 설득해 솔티스로 돌아가고자 애쓴다.

[아이유사] 오페라의 유령

덴시티 오페라 극장의 '유령' 아이와 그가 사랑하는 신인 오페라 가수 유사쿠, 연출가 료켄

인간의 역사에는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는 기술력을 지닌 신비한 존재가 함께했는데, 이들이 역사의 표면으로 떠오르는 일은 없었지만 그 존재를 아는 인간들은 그들을 이그니스라고 불렀다. 신화에서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신의 소유였던 불이 인간 세계에 전해지면서 인간의 생활이 격변했듯, 인간 문명의 진화를 이끄는 존재라는 뜻이었다. 인간사의 미스터리로 남은 고대유적에도 이그니스의 손길이 닿은 것이 많았는데, 이들은 불로의 특성을 지녀 오랜 세월 인간과 함께했지만 불사는 아니었고 인간의 분쟁에 휘말린 나머지 전멸하기에 이른다. 단 한 개체를 제외하고. 동족을 모두 잃어 혼자가 된 최후의 이그니스는 인간에게 환멸을 느껴 은둔을 택했고, 그가 숨어든 장소는 그의 마지막 작품인 덴시티 오페라 극장의 지하였다.

이 극장에 관해 기묘한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천재 연출가이자 극단주였던 코우가미 키요시의 극장 건설을 맡고 싶어한 건축가는 많았지만 무대장치에 대한 코우가미의 요구를 듣고는 그건 실현 불가능하다며 모두가 손사래를 쳤다. 그렇게 극장 건립이 무산되나 싶었던 어느 날 한 남자가 코우가미를 찾아와 건축을 맡겠다며 나섰고, 내로라하는 수많은 건축가들이 불가능하다 말했던 무대장치를 완벽하게 구현한 극장을 지었는데, 극단의 음악적 명성과 별개로 건축물로서 극장의 가치는 인간의 작품이 아니다, 악마의 기예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였다. 건축을 맡았던 남자는 이름조차 밝히지 않은 채 극장을 완성한 후 홀연히 사라졌는데, 극장 곳곳에 바람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으로 극단 관계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오페라의 유령'이 건축가와 동일인이라는 설이 있다.

덴시티 오페라 극장 지하에 자리잡은 아이는 이전처럼 인간들 사이에서 건축물을 만드는 일은 그만뒀지만 예술에 대한 사랑은 여전했고-인간 자체는 보잘것없으나 그의 몇 안 되는 훌륭한 점 중 하나가 예술이라는 게 그의 신조였다-, 손수 오페라 극장을 지을 만큼 다양한 예술 가운데 특히 오페라를 좋아했기에 종종 극장으로 올라가 공연을 관람하곤 했다. 아이가 극단 측에 건넨 설계도는 불완전한 것으로, 실제 극장에는 극단이 소유한 설계도에는 나와있지 않은 비밀 통로와 장치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는데, 지하 깊숙한 곳에 위치한 아이의 집도 그 중 하나였으며 아이는 본인만 아는 통로와 장치들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극장에 드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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